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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핏 Jan 13. 2019

행복한 독서

고독이라는 인큐베이터

나는 무엇보다 이 망할 놈의 신문기자가 나를 내 멋대로 즐기게 내버려두기를 바란다/ 고독에 대해 나쁘게 쓴 기사를 보고 보들레르가 남긴 글 - <파리의 우울>

나를 내 멋대로 즐기는 게 고독/ 저 자신을 견디어내지 못할 것이 아마도 두려워 군중 속으로 달려가 자기를 잊으려는 모든 작자들-보들레르


혼자 있을 수 없는 이 커다란 불행! / 고독을 즐기지 못하는 매음 중독자들- 라브뤼예르


우리들의 불행은 거의 모두 자기 방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던 데서 생긴다-파스칼


 책에서 찾은 고독에 대한 말들이다. 이 밖에도 수많은 작가들이 고독에 대해 찬양하는 말을 늘어 놓은 바 있다. 독서는 행복한 고독을 낳는단. 그렇지만 오늘 날 우리는 몸이 자기 방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계속 자신을 괴롭히는 광망(네크워크)에 의해 고통받아야할 운명에 처해있다. 모든 관계 맺기를 끊고 자기만의 방 안으로 들어와 사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냐 물으면 그것은 아닐 것이나, 시민의 의무를 다하면서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고독이란 평생에 더 없는 친구고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찾아와주는 친우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고독은 반쯤은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수많은 작가들을 키우던 인큐베이터가 사라진 것이다. 


 내가 느끼는 괴리에 대해 말해보겠다. 나는 정신적 충만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나는 돈이나 물질의 풍요에서 행복을 찾아본 적 없다. 그렇기에 혼자서 책 읽기를 하면서 삶의 새로운 측면에 대해 생각을 하거나 생활을 정리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기타 다른 즐거움은 잠시 나를 잊게 해줄 뿐이다. 

  독서 후 사유 속에서 가장 충만해질 때는 물론 좋지만 그러고 얼마 후에 곧바로 현실로 돌아와서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는 사실이 또 나를 괴롭게 하기도 한다. 결국 나의 사유가 내 삶의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걸 느껴야 하고 나는 여전히 가난하다는,  그 정신과 물질 세계 사이의 괴리감이 나를 괴롭힌다.  소비의 시대에 휩쓸리는 한낱 개인으로서의 나를 발견할 때마다 힘이 빠진다. 이것이 내가 처한 시대적 슬픔일 것이다. 


 '내가 행복한 것은 도무지 돈이 되지 않는다.' 이 문장은 내가 아는 한 가장 사실에 가까운 문장이다. 그러므로, 나는 행복하지 않음으로써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며 내가 번 돈은 내 행복과 교환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꼭 나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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