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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핏 Jan 12. 2019

모든 것이 병 때문은 아니다

미드 <하우스> 시즌 3



 나는 요즘 아주 뒤늦게 <하우스 M.D.>라는 미드를 보고 있다. 드라마는 주로 진단 의학과의 닥터 하우스 선생이 괴질에 걸려 괴로워하는 이들의 병명을 알아내는 내용이다. 시즌 3에 <The jerk> 에피소드에는 성격이 더러운 고등학생 남자애가 하나 등장한다. 그 아이는 본인의 오만함과 똑똑함을 뽐내며 체스를 두다가, 자신이 이겼음에도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동시에 극심한 두통을 호소해서 병원에 오게 되었다. 그 애는 자신의 엄마는 물론이고 처음 만난 의사 선생에게까지 돼먹지 못한 막말을 퍼붓는다. 모두 보자마자 그 아이를 싫어하게 되고 어머니마저 늘 곤란해할 만큼 정도는 심하다.


<하우스> 시즌3의 에피소드  <The Jerk>


 아직 정확한 병명을 밝혀내기 전인 에피소드 중간에 한 의사는 그 아이의 어머니에게 병 때문에 성격이 괴팍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같은 드라마의 몇몇 에피소드에는 그런 사람들이 등장했다. 너무 아파서 성격이 이상해져 버린 사람들 혹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등이다.) 의사가 건넨 그 말에 아이의 어머니는 눈물 맺힌 눈으로 다행이라 말한다. 그 어머니마저도 아이의 괴팍함을 더 이상 견뎌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피소드 말미에 병명이 밝혀지고 나서 의사는 그녀에게 아이의 막말은 병 때문이 아니었다고 전한다. 어머니는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에피소드는 그렇게 끝이 난다. 그 애는 어떤 병의 발현 때문에 괴팍했던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생겨 먹은 애였던 것이다.


 요즘 범죄자들이 심신 미약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거나 우울증, 조현병 등의 병명이 자주 언급된다. 그러나 내가 아는 어떠한 우울증 환자도 사람을 죽이거나 상처 입힌 적은 없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한 조현병 환자는 심지어 자신을 꽁꽁 숨겨서 그 사람이 조현병인 것을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범죄자가 자신의 병을 내세워서 죄를 감형받으려는 시도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이를 또다시 해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정신의 병을 앓고 있는 자들은 그러한 범죄자들의 주장으로 인해 생활의 어려움 과 치료의 어려움을 겪는다. 


 가끔 보면 어떤 사람을 판단할 때, 어떤 병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서 어쩔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고는 한다. 물론 일정 부분 병이 사람의 인격에 기여하는 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아무리 뛰어난 의사라고 해도 그 사람의 병이 그 사람이 저지른 범죄, 혹은 그에 필적할 만큼 나쁜 행동에 기여한 정도를 정확하게 판별해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들은 결과론자가 된다. 그 사람이 저지른 행동을 보고 그를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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