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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핏 Jan 10. 2019

당신을 키운 여자들 -영화 <로마>  

영화 로마

 


영화 <로마> 포스터



알폰소 쿠아론이 돌아왔다. 어떤 의미에서 <그래비티>보다 훨씬 더 화려한 복귀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이 영화는 스트리밍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주 일부의 상영관에서만 볼 수 있다. 몇 번 상영하지도 않아서 찾아가서 보기 귀찮았지만 알폰소 쿠아론이 아주 오랜만에 자신의 나라 멕시코로 가서 자신의 말을 사용하여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안 볼 수가 없었다. 스포일러를 하지 않기 위해 일부 감상만 늘어놓도록 하겠다.



사랑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기억 조작 영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내게 눈물 날 만큼 그리운, 나를 키워준 부모님, 조부모님 외의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몇 년 전에 '첫사랑' 기억 조작 영화라며 청춘스타가 나온 영화를 홍보하는 글을 많이 접했었다. 이 영화의 경우에는 상류층 집안의 아이들과 '유모'의 관계다. 이 영화는 내게 유모가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랜만에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영화가 돌아왔다. 원래 잘 만들어진 가짜는 진짜보다 더 아우라를 지니고 있다. 로마는 내게 그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이 영화 속의 일들은 얼마나 믿을 수 없을 만큼 생생한가. 시대를, 내가 살아가는 오늘날을 지워버리는 가짜의 아름다움, <로마>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사랑의 여러 형태


 이 영화에서, 극의 주인공은 모든 것을 잃고 난 후 덤덤히 있다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아이들의 포옹 앞에서 무너진다. 사랑은 꼭 여자 하나와 남자 하나의 조합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각각 상처가 있는 아이들, 상처가 있는 유모인 두 상대방은 서로를 꼭 끌어안으면서 덧난 데를 만져준다. 아이들의 사랑은 순수하고 솔직해서 사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주인공이 아이들에게 치유 받을 수 있는 이유다.


 피도 섞이지 않고 얼굴 생김도 꽤 다르지만, 아이들을 키운 팔 할은 주인공인 유모다. 영화의 포스터에서 볼 수 있듯이 서로를 꼭 끌어안은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봐도 '사랑'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를 다양한 형태의 사랑에 대해서 말하는 영화로 느껴진다. 어쩔 수 없는 신분 상하 관계(시켜 먹고, 돈을 받고 하는 사이)는 느껴지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 만큼은 진짜다. 알폰소 쿠아론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유년시절을 반영하였고 자신을 키운 여자들에 대한 경외감을 표현했다는 말이, 영화를 보고 나면 끄덕거려지는 이유다.


아이들의 사랑은 순수하고 솔직해서 사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넷플릭스의 시대에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스트리밍으로 보기 아까운 영화다. 아마도 알폰소 쿠아론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영화를 잘 만들어 놓으면 극장으로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넷플릭스라는 체인점에 다소 안 어울리는, 엄청나게 예술적인 영화를 만들어냈고, 은근히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것을 종용한다. 

 앞서 넷플릭스는 봉준호의 <옥자>를 제작하며 일부 영화제들의 반발을 샀고, 그때도 어쩔 수 없이 영화를 극장에 걸었던 전적이 있다. 그 후로도 넷플릭스라는 적에 대한 전통적인 영화제들의 텃세는 계속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넷플릭스가 꾀를 잘 냈다는 생각이 든다. 넷플릭스는 이 영화를 통해서 자신들이 제작한 영화로 베니스 황금 사자상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고, 알폰소 쿠아론은 넷플릭스의 돈을 쓰면서도 사람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다. 아이러니한 윈-윈을 이룬 것이다. 어쨌든 알폰소 쿠아론의 팬이라면 이 영화를 모두들 극장에서 보려고 할 것이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꼭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 <로마 > 리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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