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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핏 Jan 13. 2019

의도된 실수-영화 <팬텀 스레드>&<플로리다 프로젝트>

실수 in 영화

인물의 실수가 담긴 영화들 추천

사람에게는 알면서도 계속해서 저지르는 실수들이 하나씩 있다. 어쩌면 그것은 자신을 괴롭히는 심술궂은 자발적 고문 중에 하나인데 어쩌면 단순한 관심 끌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사람은 실수를 종종 일부러 저지른다. 예를 들어 우리 아버지는 뒷수습을 엄청나게 해야 할 걸 알면서도 불 같이 화를 내고 보는 성격을 가졌다. ‘의도된 실수’다.


영화 속 인물들은 이른바 ‘의도된 실수’들을 자주 저지른다. 사실 일반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 중에 하나는 우리 삶에서 자주 마주치는 모습을 다시금 스크린을 통해 확인하는 데 있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요즘 나오는 영화에서는 삶의 트리비알 리즘 적인 모습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시대가 지나가서일까? 우리는 조금 더 디테일에 집착하게 되었다. 요즘 개봉하는 영화들을 보다 보면 대사의 재치에, 상황의 공감도에 집중하는 영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작년 오스카 시즌, 우리 삶의 자잘한 실수들을 그린 두 가지 영화가 나란히 개봉했었다. 션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팬텀 스레드>가 그것이다. 두 영화는 서로 아주 다른 특성을 가진 영화다. 색감부터 그렇다.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햇빛에 비친 원색 계열의 강렬한 색감을 가져간다면, <팬텀 스레드>는 톤 다운된, 다소 클래식하고 원숙한 계열의 색감을 가져간다. 색감에 맞게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퍽 자유분방한 제작 방식과 스타일의 영화이고, 팬텀 스레드는 비교적 클래식한 영화지만 두 영화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두 영화 모두 ‘알면서도 저지른 실수의 기록’에 가깝다는 점이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무니의 엄마인 핼리는 나중에 뒷수습이 곤란할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실수를 저지른다. 얼마큼 무모하냐면 자신이 묵지도 않는 모텔 로비에서 다짜고짜 기분 나쁘다고 음료수를 바닥에 쏟아버릴 정도다. 그녀가 이렇게 자기감정을 분출하는 이유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거니와 답답하고 짜증 나는 기분을 분출할 길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과 딸의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 ‘힘’은 없지만 돈 안 드는 악이라도 실컷 쓴다. 그녀는 돈이 없기 때문에 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펑펑 써버리기도 한다. 여러모로 하루살이 같다. 

 또한 그런 핼리의 딸 무니 역시 무모하기 짝이 없다. 무니는 친구들을 데리고 폐가로 가서 의도된 실수를 자행하는 것을 즐기고, 주도한다. 그녀의 친구들도 실수를 좋아하지만 시종일관 익살스러운 표정의 무니만큼 즐기는 것 같지는 않다. 무니가 저지른 실수의 끝에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인 화재 현장이 펼쳐지고, 그 앞에서 엄마의 등에 떠밀려 기념사진을 찍는 무니의 영혼 없는 표정은 이 영화의 백미다. 

무니의 엄마, 핼리

‘연기의 신’,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한 < 팬텀 스레드 >의 문제적 인물 레이놀즈는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사랑을 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가 사랑한 여자는 그가 싫어하는 수많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일부러 그러나 싶을 정도로 소리 내어 식사를 하고 시끄러운 무도회를 즐기며 귀족 계급이 보기에는 예의 없이 보이는 무모함을 지녔다. 알마는 레이놀즈의 눈치를 보는 것을 어느 순간 포기했다. 그 눈치보기를 포기한 순간 그녀는 그를 향해 크나큰 의도된 실수를 저지른다. 바로 그가 먹는 차에 독버섯을 넣은 것이다. 알마는 그를 너무 사랑해서 그가 자신만을 바라보는 순간을 일부러 만들어낸다. 범인은 이해할 수 없는 집착적인 사랑을 그도 어느 순간 눈치채지만 이미 알마 없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다. 레이놀즈는 사랑하는 알마를 인생의 크나큰 실수라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그렇다. 두 사람을 보면 그런 말이 떠오른다. 사랑은 어쩌면 실수인 것을 알면서도 저질러 버리는 실수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고. 


두 영화 모두 일반적인 할리우드 3막 구조의 작법을 따르지 않았기에 이 ‘시대에 맞는’, 딱 떨어지는 영화처럼 느껴졌다. 어느 순간부터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느껴지는 이야기 구조를 가진 영화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때때로 잘 짜인 다큐멘터리가 더 극영화처럼 느껴질 만큼, 두 장르 간의 경계는 이야기의 몰락과 함께 허물어지고 있다. 이번 해 아카데미 수상/ 후보 영화들 중에는 매우 다양한 영화들이 있었다. 특히 여성이 주류로 등장한 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수많은 영화들이 각자의 다양한 영화적 성취를 이루는 것을 보았다. 그중에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팬텀 스레드가 자리한다. 두 영화 모두 이야기보다는 캐릭터의 힘이 영화를 지배한다. 이러한 영화들의 등장이 영화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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