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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핏 Apr 12. 2019

미, 성, 년, 자

김윤석 감독 데뷔작, 영화 미성년(약 스포)

미성년(2018) 2019.04.11 개봉 /96분/ 감독 김윤석



어른 다운 어른과 애보다 못한 어른


명불허전, 주리 엄마 영주 역의 염정아(좌), 감독하고 조연도 한 김윤석(우)


 어른이 어른 노릇을 못하면 애만도 못하다고 한다. 김윤석이 연기한 주리 아버지 대원은 그렇게 못나고, 비겁하고 자꾸 도피하는 '애보다 못한 어른'이다. 


 반면 주리 엄마 영주(염정아 분)는 할 일은 하고 할 말도 한다. 자신이 낳은 아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멋진 어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은 부부다. 그런데 이 애 같은 어른이 어엿한 어른에게 여러모로 피해를 끼치고 만다. 불륜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불륜상대에게 아이까지 덜컥 갖게 만든 것이다. 그것도 딸 주리(김혜준 분)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아이 윤아(박세진 분)의 어머니인데 말이다. 


엄마다운 엄마를 가진 주리, 그렇지 못한 윤아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좌: 주리와 영주, 우: 윤아와 미희)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멋진 어머니를 둔 주리(김혜준 분)와 달리 윤아(박세진 분)는 믿을 구석이 없다. 열아홉 살에 자신을 가져 이제 겨우 서른여섯 살 정도 된 어머니. 어릴 때 자신을 갖게 하고는 사라져 연락도 잘 안 되는 아버지를 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아의 세상과 주리의 세상은 사뭇 다르다. 윤아의 방과 후 일과가 편의점 아르바이트인 것과 달리 주리는 학원 시간에 쫓긴다. 

 이렇게 다른 배경과 다른 생활을 가진 두 사람이 맞닥뜨리는 것은 썩 불유쾌한 이유 때문이다. 주리 아버지 대원과 윤아 어머니 미희의 불륜을 두 사람 모두 알아차리며, 참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의 갈등이 시작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김윤석이 맡은 대원 역을 제외한 모두에게 이입이 되어 신기하다. 확실히 배우가 만든 극이라 그런 것일까. 실제 분량 분배를 떠나 누구든 묻히지 않고 잘 보인다. 그리고 96분이라는 러닝타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특별히 군더더기가 없어 보는 내내 집중할 수 있었다.


 다만, 딱 한 가지. 결말이 좀 이상했다. 그게 다다. 이상했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다소 애 같은 엄마 미희 역의 김소진(좌), 남자의 불륜으로 얽힌 미희와 영주(우), 상당히 인상적인 신예, 윤아 역할의 박세진(우)


  발견


 이 영화의 발견 1. 생명으로 하나 되는 미성년


 무책임한 어른이 자신이 낳은 아이로부터 멀어지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 여러 가지 이유로 반목하던 윤아와 주리는 공동의 동생인 아기의 탄생으로 인해 서로 가까워진다. 갓 태어난 아기가 불의의 일을 겪을 때, 진심을 다해 아이의 행복을 바라는 것도 이 어린 생명들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어린 친구들이 멋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아름다운 상상만을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솔직히 나도 10대에 이 영화를 보았다면 지금보다는 이 친구들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이들의 진심 어린 고군분투는 늘 예쁘다. 이래서 사랑은 언제나 내리사랑인가 보다.


 이 영화의 발견 2.  신예 박세진

 

 시종일관 뾰로통한 얼굴로 조곤조곤 속삭이는 신예 박세진은 이 영화가 발견해낸 가장 큰 보석일지도 모른다. 아역배우 안서현도 떠오르고, 배두나도 떠오르고, 차예련도 떠오르는 분위기를 가졌다. 전혀 꾸미지 않은 모습이 미성년 윤아 역할에 너무나 잘 어울렸다.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배우다. 연기는 앞으로 더 잘하게 되겠지!


 이 영화의 발견 3. 신인감독 김윤석 


 신인이지만, 치기 어리다는 느낌은 별로 안 난다. 의외로 노련하다. 그리고 상당히 찰진 데가 있다. 적절히 웃기고 꽤 눈물 난다. 배우로서는 이미 반열에 오른 인물이지 않은가. 이제 그의 새로운 분야, 연출 작품들을 꽤 자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솔직히 그를 신인감독이라 부르는 건, 조금 반칙인 것 같다. 



이 영화의 발견 4. 또 염정아


 염정아는 사실 더 발견될 것도 없는 사람인데, 나는 자꾸 그녀를 발견하게 된다. 스스로 편집까지 해버릴 태세의 연기력은 농익다 못해 연출을 필요로 하지 않는 수준인 것 같다. 

 그녀의 호흡, 눈빛을 따라가다 보면 그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녀에게 몰입해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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