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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핏 Jan 12. 2019

아름다움에의 질문-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아름다움은 내게 아름답냐고 묻지 않는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가 말하려는 것



1. 

 

'나는 떠날 때부터 다시 돌아올 걸 알았지'로 시작하는 조용필의 노래가 있다. 제목은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내가 느끼기에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원제: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는 앞서 언급한 노래와 전하려는 메시지가 닿아있다. 그리고 두 작품 모두 공감을 자아낸다.


 노래의 가사와 영화의 말미에 각 작품의 화자들은 우리는 떠날 때부터 다시 돌아올 것을 알았던 사실을 상기한다. 실제 삶에서 우리도 돌아올 것을 전제로 떠난다. 가까이서 찾을 수 없었던 것들을 아주 먼 곳에서 찾기를 바라며 주변을 제대로 살피기 전에 낯선 것을 찾아 떠나 버린다. 노래의 가사처럼, 영화의 이야기처럼, 우리가 떠나면서 찾고자 했던 것은 어쩌면 머리맡의 서랍 속에, 부엌 싱크대에, 혹은 쓰레기통 안에 굴러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2. 

 노래 이야기는 그만두고, 월터 미티가 주인공인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로 돌아와 보겠다. 이 영화의 내용을 설명하자면 '사라진, <라이프>지의 마지막 표지 사진 찾아 삼만리'이다. 나무 위키의 설명을 빌려 오자면 아래와 같다.


 "뭐 하나 특별한 일 해본 적도, 여행 한 번 가본 적도 없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며 종종 망상에만 몰두하던 네거티브 필름인화가인 월터 미티가 어디론가 사라진 숀 오코넬(극 중 유명한 사진가, 숀 펜이 특별출연)의 25번 필름을 찾아 여행이라 쓰고 월터의 기묘한 모험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앞서 언급한 것 외에 또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아주 노골적으로 대사로 나온다. 월터 미티가 찾아 헤매던 사진가 숀 오코넬(숀 펜 분)을 미티가 결국 찾아내었을 때 숀 오코넬은 워낙 조심성이 심해서 유령 표범이라 불리는 설표를 찍으려고 히말라야 산맥 어딘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설표를 그저 바라보는 두 사람의 표정


 사진가 숀 오코넬은 자본주의나 합리주의의 논리와는 상반되는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인데, 아름다운 것을 찍기 위해서 어디든 찾아가고 얼마든지 기다린다는 점에서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는 히말라야 산맥으로 찾아온 미티를 보며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바로 그때 두 사람의 눈 앞에 거짓말처럼 설표가 나타나는데, 숀 오코넬은 숨 죽이며 설표를 바라볼 뿐 사진을 찍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미티에게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라고, 또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확실히 설표는 그들의 시선 바깥에서도 홀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다소 빤한 대사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는 이 대사가 좋았다.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이 있을 것이고 셀피를 찍을 때나 누군가에게 자신을 드러낼 때 조금 더 잘 보였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면, 내가 드러내려 애쓰는 어떤 부분보다 내가 가장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부분이 나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일 수도 있다.

춥다고 꼬리 물고 다니는 이 귀여운 녀석들이 바로 설표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이 많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것이 미디어를 통해서 제 모습을 다른 모습과 비교하면 스스로의 아름다움에 대한 확신을 잃어간다. 아름다움은 절대적이다.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필요로 하지 않고 홀로 완전하다. 그러나 설사 아름다운 것이더라도 관심과 시선을 구걸하는 순간 아름답지 못한 것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요컨대 자신이 아름다운 줄 모르던 자들이 제 아름다움을 전시하려는 순간 아름다움의 가치가 급락하는 것이다. 


3. 설표와 원앙이 주는 것


센트럴파크를 달궜던 K-원앙


 2018년 11월에는 원앙이 뜬금없이 뉴욕 센트럴 파크에 나타나서 뉴욕 시민들에게 큰 화제가 되었다. 화제가 된 이유는, 이 원앙이 미국에서 자생하는 아메리카 원앙(Wood duck)이 아니라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자생하는 원앙(Mandarin duck)이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개인이 소유한 애완용 원앙이 탈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공원 측에선 문제가 생기기 전까진 원앙을 그대로 놔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원앙은 짧은 이슈화 이후 며칠 만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원앙 한 마리가 센트럴파크를 뒤집어 놓는 동안 원앙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고고하게 호수를 떠다녔다. 우리가 조류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사라져 버린 그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그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관심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들어 이야기하는 관심 종자와는 전혀 별개의 상반된 이야기다. 관심병과 고고한 원앙 사이 간극이 상당하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관심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미디어라는 거대한 것이 삶에 깊숙이 개입된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SNS 속에서 티브이 화면 속에서 소년, 소녀들이 계속해서 내게 묻는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것에 대해서. 예쁜지에 대해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어 한다. 관심 없이는 아름다움도 없다. 그래서 다른 이가 관심을 주는 방향으로 아름다움의 잣대는 변화하고 있다. 오늘날 아름다움의 유행이 인스턴트일 수밖에 없는 이유에는 SNS와 관심병의 지분도 커 보인다. 


 센트럴 파크를 달궜던 사라진 원앙은 번식기여서 장식 깃털들이 돋아난 상태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토록 예쁘고 화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원앙이 그 멀리에서 짝을 찾기란 당연히 힘들다. 아마 그는 곧 번식기가 지나고 털이 빠져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다른 모습의 원앙이 될 테다. 그러나 그에게 셔터 세례를 퍼붓고 그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던 우리는 관심 바깥의 그가 여전히 아름다울 것임을 안다. 


*개인적으로 아주 상태가 안 좋을 때 <월터...> 영화를 집에서 봤는데 꽤 상태가 나아졌던 기억이 있다. 평을 하고 싶지 않은, 그냥 즐기고 싶은 영화다. 일단 보고 나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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