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조지아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은 음식
여러분은 해외여행 시, 끼니를 주로 어떻게 때우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웬만하면 현지식 위주로 먹고 야식으로 라면과 중간중간 일식 혹은 한식당 일정을 넣습니다.
현지 음식이 얼마나 입맛에 잘 맞느냐에 따라 어찌 보면 해외여행 난이도가 정해진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조지아 여행에서 현지식은 어땠을까요?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일단 조지아 음식은 웬만한 한국분들에게 동남아 음식보다 오히려 입맛에 더 잘 맞는 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50대 이상 한국인 분들도 대체적으로 현지식을 잘 드리서더라고요. 저도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도 몇몇 음식은 생각날 정도입니다.
또한,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관통하는 보편적이 맛이 느껴지는 것일까요? 웬만하면 구글맵 평점으로도 4점 아래 레스토랑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닐 정도로 모두가 잘 먹는 조지아 음식입니다.
오늘은 이번 여행에서 제가 직접 먹어본 조지아 현지식을 소개하고 간단하게 리뷰하는 맛있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현지인들의 국민 음식이라 불리는 조지아식 만두, '힌칼리'입니다. 가장 먼저 먹었던 현지식이며, 맛이 괜찮아서 몇 번 더 먹었던 현지 음식인데요.
일단 기본 힌칼리는 다진 고기(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에 고수, 양파 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조지아 전역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데요. 고수가 들어갔지만, 향이 강하게 안 느껴져 고수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먹을 수 있는 음식입니다.
먹는 방법이 조금 독특합니다.「① 손으로 만두 꼭지를 잡는다 ② 살짝 깨물어 육즙을 먼저 먹는다 ③ 이후에 본 만두소를 먹으며 꼭지 부분은 버린다」 순서로 먹으면 가장 현지인스럽게 먹는 것입니다.
육즙을 먼저 먹는 것이 중국식 만두의 대표주자인 샤오롱바오와 비슷한데요. 대신 사이즈는 성인 남성 주먹 크기에 가까워 5개 정도만 먹어도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됩니다.
그리고 고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스가 뿌려져서 파스타처럼 나오는 것도 있고요. 버섯, 치즈 등 고기 대신 다른 다양한 종류의 만두소가 들어가기도 하고, 군만두처럼 먹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종류의 힌칼리를 먹어봤는데, 그 어떤 힌칼리도 불호가 없었을 만큼 맛있으며 조지아 여행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으로 추천하는 바입니다.
다음으로는 현지식 꼬치구이, '므츠바디'입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먹는 '샤슬릭'과 동일한 요리인데요. 카자흐스탄에서 1년 동안 살았었기에 나름 고향의 맛을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거대한 쇠꼬치에 고기를 끼워 고도의 기술로 타지 않게 굽는 것이 포인트인데요.
고기에 바르는 양념은 따로 없습니다. 오로지 소금만 뿌리는데, 중앙아시아 지역보다 약간 과하게 뿌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 리뷰를 보면 '너무 짜서 못 먹겠다'와 같은 평도 종종 봤습니다.
소고기와 양고기는 카자흐스탄에서 많이 먹어봤기에 이번 여정에서 저는 돼지고기 그리고 송아지고기 므츠바디를 도전했습니다.
조지아는 대체적으로 우리나라처럼 가둬서 가축을 사육하는 것이 아니라 초원에 풀어서 키웁니다. 그래서 근육량이 많아 대체적으로 고기 식감이 상당히 거친 편인데요.
그런데, 딱딱한 것 같은데 씹다 보면 또 퍽퍽함은 없고 기분 좋은 식감만 남아 육즙이 흘러나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물론 소금이 조금 과하게 들어갔습니다. 그렇지만, 같이 먹는 양파의 단맛이 이를 커버하기에 충분했죠.
평소 먹어보지 못했던 송아지고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뜨거울 때 먹으니 마치 닭다리살이 살아있는 것 같은 쫀득함이 전해졌습니다. 다만, 조금 식으니 고기가 돼지고기보다 훨씬 질겨지더라고요.
결론적으로 이것도 힌칼리와 마찬가지로 크게 호불호 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벌써 세 번째 요리입니다. 조지아 가정식으로 많이 먹는 구운 고기와 감자, 양파를 함께 볶은 요리 '오자후리'입니다. 처음 먹어보는 독특한 향이 나는 요리였습니다.
저는 고기가 많이 올라갈 줄 알았는데, 사진과 같이 감자가 엄청 들어가서 감자로 포만감을 최대치로 채웠던 기억이 나는데요.
어떤 향신료가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향이 무척 독특합니다. 매콤한 향과 함께 양파, 감자, 고기, 기름향이 섞여 오묘한 이국적인 음식 냄새가 나는 것인데요.
별다른 소스를 찍어 먹지 않아도 될 만큼 간이 적절하게 잘 배어 있었고요. 먹어봤던 볶음 요리 중에서는 그 풍미가 가히 으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철판 그릇 아래에는 기름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는데요. 아, 다음날 트레킹을 시작하는데 이것 때문인지 배가 아파 상당히 고생했습니다. 트레킹 전날에는 비추천합니다!
이번에는 조지아식 해장국, '하르초'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소고기를 푹 끓여서 만든 토마토 페이스트가 들어간 현지식 소고기 스튜 요리입니다.
조지아 여행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와인, 차차로 대표되는 '술 마시는 경험'입니다. 특히 차차(Chacha)는 프랑스 코냑과 같은 술로 알코올 도수가 최저 40도부터 시작해 숙취가 있을 수 있는데요.
전날에 달린 간을 달래주는 음식이 바로 하르초인 것이죠. 국물에 푹 고아서 익은 소고기와 함께 쌀이 들어가 있어 한국인들에게 호불호가 없는 국밥 같은 요리입니다. 다만, 들어간 밥의 양이 조금 아쉽기는 했습니다.
토마토 페이스트 외에도 견과류와 각종 향신료가 들어가 이국적임을 더해주는데요. 역시 여기에도 고수가 들어가는데, 확실히 동남아나 중국 음식에 들어가는 고수보다는 향이 은은하게 들어가서 좋습니다.
러시아의 보르쉬, 헝가리의 굴라쉬와 비슷한 것 같지만, 제 입맛에는 훨씬 더 잘 맞았던 음식이었는데요. 국물에 빵을 찍어먹어도 아주 궁합이 좋습니다.
이번에는 조지아 인들의 주식인 '빵'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주로 화덕에 구운 빵을 많이 먹습니다. 그래서 제가 경험했던 투어 상품 중에는 위와 같이 현지인들이 빵 굽는 과정을 관광하는 코스도 있었는데요.
속에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기본빵은 음식과 주로 곁들여서 먹고요. 대부분 식사 대용으로 속에 치즈, 견과류, 고기 등이 들어간 빵을 많이 먹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하여 조지아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그런 와중에서도 주식인 빵은 그나마 현지인들이 저렴하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소중한 음식입니다. 엄청 큰 빵 하나에 보통 한국돈으로 1,500원 정도 하니 가성비가 아주 훌륭한 음식인 것이죠.
속에 견과류가 들어간 빵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고요. 치즈나 고기가 들어가면 가격이 올라가는데요. 안에 어찌나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넣던지 빵을 먹었는데 간식이 아닌 식사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골에서 빵을 사도 꼭 따뜻하게 먹어야 맛있다고 전자레인지에 빵을 돌린 다음 종이 포장지, 비닐봉지와 함께 주는 문화도 있었습니다. 따뜻한 빵이 맛없을 수는 없겠죠?
마지막으로 완전한 현지식은 아니지만, 이번 조지아 여행에서 먹은 음식 중에 꼭 소개하고 싶은 두 가지 요리를 소개하고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먼저 '우크라이나식 치킨커틀릿'입니다. 조지아 쿠타이시란 도시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음식점 U Sester에서 먹은 음식입니다. 전쟁 중인 나라의 전통 음식을 먹어보는 게 쉽지 않은 경험이었는데요.
구글맵 평점도 좋은 편이었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양이 적지 않았지만 적게 느껴졌을 정도로 매우 맛있는 치킨커틀릿이었습니다. 아주 부드러운 고기 완자 튀김 느낌이었고, 특별히 찍어 먹는 소스 없이도 간이 너무 잘 되어 있어 또 먹고 싶은 요리가 됐죠.
다음으로는 현지식 '송어구이'인데요. 영어로는 Trout죠. 그런데, 제가 아는 송어는 속살이 주황색인데, 조지아 송어는 그냥 일반 흰 살 생선이었습니다. 구이에 양파, 파프리카, 고수가 올려져 나오는 게 특징인데요.
조지아 음식에 고수와 양파는 웬만하면 거의 다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역시 간을 어찌나 기가 막히게 하던지 이번 생선구이는 그동안 먹었던 생선 중에서도 역대급이었습니다.
이렇게 오늘은 길게 이번 여행에서 먹어봤던 현지 음식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쩌면 미식의 나라는 조지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거의 매번 하고 왔는데요.
이곳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알쓸신잡이란 소제목처럼 좋은 참조가 됐기를 바랍니다. 또 다른 알쓸신잡 콘텐츠는 뭐가 있을까요? 앞으로 이야기가 더 기대되지 않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