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조지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나라
조지아 여행을 버컷리스트로 삼고 꿈꾸게 됐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해발 2,170m에 있으며 만년설이 쌓여 있는 카즈베기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마치 하늘과 맞닿은 것 같이 보였던 스테판츠민다의 게르게티 교회(Gergeti Trinity Church)를 보고 여행을 꿈꿨죠.
생각해 보니 이렇게 높은 곳에서 교회가 있어 관광했던 나라는 조지아가 처음입니다. 그나마 높은 곳의 있던 교회는 파리 몽마르뜨 언덕에 있는 사크레퀘르 대성당이 기억납니다.
이렇듯 앞서 언급한 게르게티 교회를 포함하여 조지아 방방곡곡을 다니다 보면 교회뿐만 아니라 거대한 십자가가 설치된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게 시골 마을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죠.
한 도시 혹은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는 무조건 조지아 정교회 대성당이나 십자가가 무조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요.
이는 전 세계에서 이웃한 아르메니아 다음으로 두 번째로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이고, 「페르시아 - 몽골 제국 - 오스만튀르크 제국 - 러시아 제국 - 소련」으로 이어지는 침략의 역사 속에서도 기독교를 그들만의 방식인 조지아 정교회로 발전시키고 이를 또 지킨 자부심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현지 가이드와 함께했던 투어 일정이 있었는데요. 특히 트빌리시에서 스테판츠민다(카즈베기) 게르게티 교회까지 이어지는 프라이빗 투어의 가이드였던 'Koba'로부터 이와 관련된 상세한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코카서스 산맥을 낀 조지아는 국토 대부분이 산지로 이뤄져 있고, 산 곳곳에 중앙 정부의 통제가 어려운 다양한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는 이들을 '하나의 조지아인'으로 묶기 위한 정치적인 도구로도 사용됐다고 합니다.
이를 종합하면 조지아 인들에게 기독교란 단순한 신앙이 아닌 민족의 정체성과 저항 의식을 담은 하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 2일 차 여정, 아침에 일어나 처음 방문한 곳은 조지아에서 가장 큰 성당이자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트빌리시 성 삼위일체 대성당(Tbilisi Holy Trinity Cathedral)이었습니다.
조지아 여행의 필수 코스라고 할 수 있는데요. 때마침 운이 좋게도 사제가 아침 예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들어간 조지아 정교회 성당이었는데,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방문했던 가톨릭 성당과는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남자는 반바지를 입고 들어갈 수 없어 Paper Skirt를 착용해야 했고, 여자는 긴 머리카락을 가리는 스카프를 두르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평일이었지만 예배 시간에 맞춰 성당을 방문한 조지아 현지인들이 많아 종교를 대하는 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그렇게 거친 현지 남자들이 성당 안에 들어오니 갑자기 돌변하여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모습은 무척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또한, 방방곡곡 십자가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나 몸에 십자가를 지니고 다니는 현지인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단순하게 종교라고 치부하면 안 되고, 기독교는 조지아 인들의 삶 그 자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조지아 여행을 하면서 교회를 방문하면 또 다른 재밌는 사실이 있습니다. 뭔가 다 비슷해 보이는 조지아 정교회 성당 건축물이었는데요. 그 이유는 대부분 '십자가 형태의 평면 구조'로 건축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알쓸신잡 조지아, 이처럼 종교에 대해서 알고 여행을 떠나면 더 짙고 깊은 여정을 즐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데요.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다음번에 더 알면 알수록 재밌는 조지아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