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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조지아 트레킹 코스, 여름 트루소밸리

카즈베기(Kazbegi)

by 포그니pogni


트루소(Truso) vs 주타(Juta)
어디가 더 좋을까?


구다우리 지역 투어를 마치고, 소규모 다국적 군단은 그룹투어의 꽃 '트루소밸리' 트레킹을 시작했습니다. 트루소는 주타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카즈베기 지역의 조지아 트레킹 여행지인데요.


그런데, 이런 질문이 종종 있습니다.


"트루소와 주타 트레킹 어디가 더 낫나요?"


라고 말이죠. 전자는 '길고 평이'하고, 후자는 '짧고 굵게'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트루소 트레킹은 계곡을 따라 저 멀리 만년설산을 바라보며 큰 오르막 없이 비교적 평지를 쭉 걸어가는 트레킹인데요. 붉은 바닥을 드러내는 광천수 아바노 호수(Abano Lake)와 길 중간마다 폐허가 된 마을과 중세시대부터 있던 감시탑 등을 볼 수 있습니다. 폐허가 됐지만, 마치 동화 같은 '자연 원형 그대로의 광경'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주타 트레킹의 경우 높이 솟아있는 차우키 산맥의 봉우리를 따라 가는데요. 주타 마을부터 목적지 차우키 호수까지 중간에 급경사도 있고 능선을 타고 쭉 올라가야 합니다.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마치 신들이 뛰어놀 것 같은 광경이죠.



저는 둘 중에 어디가 낫다고 말씀은 못 드리겠습니다. 일정 때문에 둘 중 하나만 가야 한다면, 주타이긴 한데요.


그렇지만, '카즈베기까지 와서 트루소를 안 간다?'는 둘 다 경험한 입장으로써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애당초 주타와 트루소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최적화된 여행 일정을 계획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꿀팁은 '트루소밸리 소규모 그룹투어'입니다. 트루소가 포함 안 된 일반적인 카즈베기(구다우리) 투어를 마치고 스테판츠민다로 간다면, 트루소 계곡에서 꼬박 하루란 시간을 모두 투자해야 하죠.


제가 이용했던 투어에서는 차를 타고 비포장 도로 깊숙이 들어가 2시간 정도 트루소밸리 핵심 코스(아바노 호수 ~ 케트리시[Ketrisi] 마을)를 돌아보는데요.


풀코스 트레킹 시 자칫 지루할 수 있는데, 문자 그대로 '핵심 코스'라서 그런지 트루소밸리의 모든 것을 축약한 것 같았을 정도로 풍광을 체감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럼 조지아 트레킹 여행을 시작해 볼까요?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만년설이 녹아 개울물 시원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개울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조지아 국기아 찬란하게 휘날리고 있는 곳을 보며 계단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해발 2,000m가 넘는 고산지대의 날씨는 변화무쌍했는데요. 맑았다가 갑자기 바람이 미친 듯이 불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갑자기 흐려져 빗방울을 살짝 흩뿌리기도 했습니다. 야생화가 끝없이 이어진 트레킹 코스를 걷다가 산들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지금 이 순간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빙하가 녹아 형성된 계곡물은 끝을 모르고 쭉 이어지는데요. 초록빛 초원은 배경이고, 길과 야생화는 주연 배우처럼 보였고, 계곡물소리는 뮤지컬 속 BGM처럼 들렸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끝없는 코카서스 만년설산은 트레킹을 하는 매 순간 현실성이 없게 만든 주역이었죠.


그리고 주요 포인트인 아바노 호수에 도착하여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마치 호수가 끓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는 이산화탄소 기포가 수면을 뚫고 올라와서 그렇다고 하는데요. 즉, 천연 광천수 호수이기에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호숫물이 흐르는 지류를 보면 바닥이 붉은색인데요. 이는 이산화탄소의 영향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리고 이산화탄소가 많이 섞여 있으니 마시면 몸에 안 좋습니다. 호수 옆에 자리를 깔고 음식을 먹는 여행객도 있었는데, 저도 캐리어에 넣어둔 돗자리를 펴고 싶어 지더라고요.



다음 목적지는 '폐허가 된 감시탑(Former Ketrisi Tower)'입니다. 조지아 여행 트레킹 코스, 트루소밸리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감시탑을 볼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러시아 인접 지역이기에 과거부터 군사적 요충지로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가이드 Gob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봉수대의 봉화'와 유사하게 신호 탑(Signal Tower) 체계가 있어 위험 신호를 전파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중세시대 건축된 이 감시탑들은 폐허가 된 상태로 남아 있죠. 이처럼 메스티야와 같이 국경 인근 도시에 가면 이런 중세시대 탑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감시탑에 도착하니 세월의 무상함과 함께 '인생무상'이란 사자성어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이와 별개로 탑은 트레킹 지역 중에서도 고지대에 위치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트루소 지역을 조망하기에는 최적의 위치입니다. 진짜 멀리서 오는 적들도 금세 시야에 들어왔을 것 같고요. 한동안 동화 같은 이 지역 광경을 바라보며 최대한 잊지 않게 눈을 똑바로 뜨고 그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여기까지가 트루소밸리 트레킹 핵심 코스입니다. 여기에서 케트리시(Ketrisi) 마을로 내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차량 드라이버를 만나러 가야 하는데요.


한편, 이렇게 2시간 가까이 트레킹을 하며 함께 동승한 러시아, 리투아니아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한층 가까워졌습니다. 특히 러시아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친구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무척 친해졌죠.



감시탑을 내려와 '케트리시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계곡 중간중간 위치한 마을들은 완전한 폐허처럼 방치되어 있었는데요. 혹독한 겨울 날씨와 부족한 인프라로 인하여 모든 사람들이 도시로 떠났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여름휴가철에는 현지인이 별장처럼 관리하면서 관광객을 받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풍겼는데, 러시아식 꼬치구이인 샤슬릭을 굽고 있더라고요. 아, 돼지가 돌아다니는 걸 보니 갓 도축한 싱싱한 돼지고기를 샤슬릭으로 구워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이들은 직접 누워 있는 돼지, 길가의 풀과 야생화를 만지면서 자연 원형의 모습을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제주도 전통가옥과도 비슷한 조지아 전통가옥에서 투숙하며 맛있는 바베큐도 먹고 밤에는 별도 보고 그런 것이겠죠. 왠지 좀 부럽기도 하네요.


조지아 여행은 트레킹이 모든 것은 아니지만, 트레킹이 메인인 것은 사실입니다. 마치 북유럽 혹은 알프스 같았던 코카서스의 대자연. 이제 그룹투어 마지막 코스인 게르게티 교회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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