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타이시(Kutaisi)
쿠타이시는 고대 조지아 왕국의 수도였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에 비유할 수 있는데요. '역사의 도시'라는 타이틀에 수식어가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바로 '예술의 도시'인데요.
최근 몇 년 사이 시정부와 현지 아티스트들이 협업하여 도시 곳곳의 낡은 건물 외벽에 현대적인 그라피티 혹은 대형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이게 더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한 벽화가 아니라 '조지아의 정체성을 담은 예술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재래시장 그린바자르로 가는 길목에 '빵 굽는 여인(구글맵 : Wall Paintings)'이란 제목의 벽화가 있었습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온 가장 일상적이면서 신성한 일인 주식 '빵 반죽을 만드는 장면'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영도 깡깡이마을 '깡깡이 아지매 벽화(우리 모두의 어머니)'와 궤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수도 트빌리시에는 러-우 전쟁을 비롯하여 정치적인 메시지가 짙은 그라피티가 많았는데, 쿠타이시는 현지 문화와 관련된 것이 많아 도시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 같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Wall of Love
빵 굽는 여인과 함께 조지아 여행, 쿠타이시에서 가장 유명한 벽화거리가 있는데요. 구글 지도에서는 'Wall of Love'를 검색해서 가면 되겠습니다.
이곳은 또 다른 이 도시의 명물은 White Bridge를 방문하기 위해서 거쳐가야 하는 골목인데요. 골목 왼편에는 벽화가 오른편에는 상점 건물이 있었습니다. 참, 여기서 하나 꿀팁은 이쪽 상가에 기념품 상점 하나가 있는데 쿠타이시에서 가장 괜찮은 기념품점이었어요!
그리고 그곳에는 Wine Corner란 와인 상점도 있었는데, 안내 표지판에 한글로 '와인'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어 괜스레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자, 이제부터는 이곳의 벽화에 대해서 좀 더 깊숙하게 주목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푸른 머리의 소녀
by Vinie
혹시 비니(Vinie)란 작가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트리트 그라피티 프랑스 작가 중에 한 명입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특유의 소녀 캐릭터를 현지 문화 혹은 특징과 결합시켜 특별한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가인데요.
그 유명한 비니 작가가 2016년 '푸른 머리의 소녀'란 제목의 작품을 이곳 쿠타이시에 만들었죠. 이후 서두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시(市)와 로컬 아티스트들이 협업한 조지아의 정체성을 담은 각종 그라피티 벽화가 도시 곳곳에 만들어지게 됐고요.
그리고 그 옆의 붉은 벽돌에는 제목은 없지만 '하늘을 나는 소녀'로 보이는 그림이 있었습니다. 약간 깍쟁이 같은 푸른 머리의 소녀와 약간 대치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묘하게 서로 이웃한 두 작품의 케미스트리가 상당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저는 금번 조지아 여행의 인생 사진 혹은 대표하는 커버 사진을 남겼습니다. 이곳은 카즈베기의 주타 트레킹을 위시한 신화 속을 걷는 것 같은 트레킹 코스가 유명합니다. 그렇지만, 조지아의 감성은 이곳 벽화거리에서 가장 잘 느껴졌는데요.
어떻게 보면 러시아도 아니고 유럽도 아니고 중동도 아니고 그렇다고 또 아시아도 아닌 코카서스 3국 중 하나인데요. 올림픽에서 보면 유도를 잘하는 국가 정도로 일반 사람들의 기억에 남습니다.
며칠 여행했다고 해서 제가 이곳의 문화와 사람들을 100%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8박 10일 동안 여행하면서 경험했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현지의 느낌을 그대로 잘 반영한 것이 쿠타이시의 벽화거리에서 만난 예술 작품들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트빌리시와 카즈베기에서는 몸도 힘들도 여러모로 다이내믹한 여정을 즐겼는데요. 쿠타이시에서는 천천히 걸으면서 몰래 현지인들을 훔쳐보는 느낌으로 여유롭게 돌아다녔습니다.
아, 물론 42도란 낮 최고 기온 때문에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건조한 기후로 그늘 밑에만 있으면 괜찮은데요. 다음으로 현지인처럼 돌아다녔던 곳은 어디일까요? 이 도시의 매력은 끝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