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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라시아 여행기 : 카자흐스탄 편 #8

Pogni, 유라시아 여행 - 알마티 일상, MEGA몰 & 서커스 구경

by 포그니pogni




일단 공부는 하기 싫어!



키르기즈스탄 여행 후유증은 꽤 컸다. 중간고사가 고작 2~3주 남짓 밖에 남지 않았지만 공부는 전혀 하기 싫었다. 내가 하기 싫었던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하루 전날 시작하는 벼락치기 습관. 두 번째는 교환학생 학기의 성적에 관계없이 Pass or Fail로만 기록되는 본교 학점 (A+를 받아도 Pass고, D+를 받아도 Pass로 본교 학점에 기록된단 뜻이다). 한 마디로 동기부여가 될만한 것이 없었단 얘기였다. 물론 수업은 거의 빼먹지 않고 열심히 들었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고 과제와 시험은 모두 영어로 작성하는 것이라 수업 이수 자체만으로도 내게 큰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렇지만 그건 그거고 머릿속에 암기는 하기 싫었다. 놀러갔다와서 더 머릿속에 무거운 전공지식을 쌓고 싶지 않았다. 마침 토요일 하루 기숙사에서 여독을 풀고 할 일 없는 일요일이라서 일단 밖으로 싸돌아 다니기로 했다.


어디로 갈까? 아침에 한인교회를 가는 친구가 있어 잠에서 깼다. 그리고 잠시 베란다로 나가서 10월 중순의 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면서 생각해본다. 문득 MEGA MALL이 떠올랐다. 내가 살았을 때 알마티를 대표하는 쇼핑몰이 세 군데가 있었다. ① Dostyk Plaza ② Essentai Mall ③ Mega Mall이다. 도스틱 플라자에는 기숙사 근처에 있어서 자주 갔었고, 에센타이 몰은 명품만 판매하는 백화점이라서 엄두도 내지 않았다. 나중에 에센타이 몰 옆에 사는 한국인 학생 과외를 하면서 가봤다. 명품 브랜드는 잘 몰라서 그냥 식료품점을 들어갔다. 그런데, 어떤 금칠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키위(Kiwi) 과일 한 개에 한국돈으로 10만원이 넘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현지 슈퍼 리치들만을 위한 곳인걸로. 그래서 선택한 곳이 Mega Mall이었다. 학교와 멀어서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친구 2명과 함께 상당히 비싼 택시비 500탱게(한화 약 3천원)를 주고 Mega로 출발한다.



알마티 시내 최대 규모의 쇼핑몰, MEGA MALL 정문



알마티에선 택시를 잘 골라타야 한다.



카자흐스탄은 모든 차량이 다 수입차다. 왜냐하면 당연하게도 완성차 Maker가 없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서울에는 외제차가 요즘처럼 많이 안 보였는데, 이곳에서 벤틀리 / 아우디 / 랜드로버 등등 차량을 보니까 너무 신기했다. 한 마디로 별천지였다. 하지만 이런 고급 브랜드는 슈퍼 리치의 이야기이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고 인구수 대비 땅이 넓은 카자흐스탄의 슈퍼 리치들은 가족 구성원 1명당 1대 이상의 차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차를 말과 동일시하는 유목민적인 특성과 비포장도로가 많아서 세단 보다는 SUV를(레인지로버나 랜드로버가 대다수) 선호했다.


이것은 부자들이 이야기이고, 일반 국민들은 주로 한·일 브랜드 차량을 선호했다. 특히 당시엔 KIA RIO와 TOYOTA CAMRY가 당국의 자동차 판매량 1·2순위를 다퉜다. 그리고 폐차를 해도 될 것 같은 차를 끌고 다니는 경우도 많았는데. 특히 너무 오래된 차를 택시로 이용하면 매연이 차 안으로 들어와 미칠 것만 같았다. MEGA Mall 가는 택시가 딱 그랬다. 차 안에 30분도 있지 않았지만, 30년은 되어 보이는 폭스바겐 차를 타고 있노라니 차량 매연이 배출되면서 안으로 세어 들어와서 미치는줄 알았다. 태어나서 한 번도 멀미를 안 했다고 자부하는데 정말 차 안에서 뿜을 뻔했다. 게다가 급 브레이크를 얼마나 밟는지 머리가 더 어지러웠다. 고통의 시간을 지나 겨우 메가몰 정문 앞에 도착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도 택시를 골라타게 됐다. 아무리 저렴한 가격이라고 해도 일단 오래된 차량은 Pass. 매연이 또 들어오거나 중간에 차가 멈춰버릴 것 같았으니까. 그렇지만 차량만큼이나 종잡을 수 없는 것이 택시기사였다. 너무 Yang아치들이 많았다는 것. 가격 협상 다 끝내놓고 삥 돌아가서 시간 오래 걸렸다고 돈 더 달라는 기사, 시내에서 시속 100km이상 밟는 총알택시 기사, 시비 걸면서 운전하며 격화되면 가던 차를 세우고 싸우는 기사. 이방인이라고 차별하지 않고 잘해주는 기사들도 많았지만, 워낙 많이 당해봐서 항상 경계하면서 택시를 타야했고 자주가는 곳은 길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어야 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자나 깨나 택시를 조심해야 한다.



알마티 시내 최대 규모의 쇼핑몰, MEGA MALL 내부



나의 최애(最愛) 쇼핑몰 Mega



KIMEP 기숙사에서 살 때는 거의 안 갔지만, 글로벌 인턴십을 시작하면서 자취방이 이 Mall 근처의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그러다보니 주말에 자연스레 자주 가게 되면서 나의 최애 놀이터가 된 곳 Mega다. 첫 인상은 도스틱 플라자보다 좋았다. 그리고 엄청 넓었다. 나름대로 없는 브랜드가 없었다. 대신 카자흐스탄 탱게화 환율이 강세를 보이고 있을 때라서 물건 값이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었지만. 그리고 연말연시 재고품에 대해 폭탄 세일을 했는데, 제법 살만한 게 많았다. 나는 터키 브랜드 'KOTON'과 스페인 브랜드 'PULL and BEAR'에서 자주 옷을 구매했었다. 그리고 이 날은 친구들과 '피자헛'에서 점심을 먹었다! 카자흐스탄에서 처음 먹어보는 피자였다. 맛은 아주 짰다. 그냥 짠게 아니라 엄청 짭쪼름했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굳이 찾아서 또 먹고 싶단 생각도 안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카작 음식의 짠맛에 적응이 되어서 나도 모르게 무척 짜게 먹고 있었다.


그렇게 쇼핑몰을 방황하고 있을 때, 연락 한 통이 왔다. 현지 친구 Altynay와 Assima와 함께 서커스장에 가자는 연락이 온 것이다. 어차피 몰에서 별다른 할 일이 없어 당연하게 수락했다! 메가 몰 안에 있는 마트에서 식료품 몇 가지만 사고 약속시간에 맞춰 가야겠다!



꽤 있어보이는 서커스장 풍경이다
서커스 쇼(Circus Show) 공연장 전경
사자가 불 타고 Ring을 넘어가는 공연



8년 만에 서커스장 방문기



택시 기사 아저씨가 잘못 내려줘서 한참을 걸었던 에피소드는 일단 뒤로 접어두자. 구글맵 네비게이션을 따라 20분을 더 헤매다 서커스장에 도착했다. 2006년 중국 상해 수학여행 이후로 8년만에 처음으로 방문한 서커스장이라서 왠지 모르게 흥분됐다. 서커스장 주변은 축제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에 취해 신나 보이는 아이들, 이에 맞춰서 야외에서는 침팬지 쇼 등이 펼쳐져서 이목을 끌었다. 늦게 도착해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공연장이 가깝게 느껴져서 불편하지는 않았다. 예상 가능한 서커스 공연이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공중에서 점프 하면서 그네타기, 트램펄린 뛰기 등등. 예상 가능했지만 알마티에 살면서 한 번 쯤은 가보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던 공연이었다. 오랜만에 문화 생활을 하니까 괜히 뿌듯하기도 했고 말이다. 기숙사로 돌아오니 슬슬 시험 압박이 들기 시작한다. 모르겠다, 일단 잠이나 자자.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생각보다 시험도 나름대로 잘 보고 10월도 다 지나갔다. 길고 긴 5개월 간의 겨울이 시작됐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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