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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라시아 여행기 : 카자흐스탄 편 #1

포그니(Pogni), 유라시아 여행 - 카자흐스탄, 너와의 첫 만남

by 포그니pogni


'14년 8월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우루무치를 경유,

총 8시간 비행 끝에 마침내 카자흐스탄 알마티 공항에

도착했다. Arrival에서 나온 후에는 내가 교환학생을

하게 될 KIMEP 대학교 한인 학생회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공항 밖에 나오자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 소리가

나를 반겼고 정신이 없었다. 일행들과 같이 있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택시 기사들이 천지에 있었다.




알마티 공항 택시와 관련해서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먼저 에피소드를 꺼내기 전에 카자흐스탄의 화폐인

탱게화(Tenge)화에 대해 잠시 설명을 하려고 한다.

현재 1 KZT= 약 3 KRW 의 환율이다. 하지만, 당시

카자흐스탄 경제가 한창 성장하고 있던 시기라 지금

환율의 두 배가 넘어가는 1 KZT = 6~7 KRW 였다.

앞으로 탱게 이야기가 나온다면, 1 KZT = 6 KRW

으로 환율을 생각하면 된다. 강세를 보이고 있었던

탱게화 때문에 솔직히 당시에는 카자흐스탄 물가는

결코 낮지 않았다. 만약 당시에 지금 환율이었다면,

쇼핑도 많이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제 택시 이야기로 넘어가 본다. 교환학생

한국인들은 한인 학생회의 도움을 받아 택시기사와

가격 흥정 없이 숙소까지 도착했다. 그런데 학생회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한국 외 국가의 교환학생들은

스스로 숙소까지 가야 했다. 보통은 공항에서 KIMEP

대학교까지 1,500 ~ 2,000탱게면 도착한다. 하지만

무려 20,000탱게(약 12만 원)를 지불한 미국 학생이

있었다. 심지어 탱게화가 없어 $110를 지불했다고.

상식적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는 미국보다 물가가 더

낮을 거라 생각할 텐데 이해가지 않았다. 그리하여

물어보니 아무 생각 없이 부르는 가격에 탔었다고.


그 돈을 지불한 미국인 친구도 바보 같지만, 정말로

전 세계적으로 택시 기사는 조심해야 한다. 특히나

공항에서. 나도 2년 전 필리핀 세부 공항에서 나와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장소에 가지 않고 아무 택시를

탔는데, 1초에 미터기가 100원씩 올라가는 것을

눈 앞에서 목격했다. 그래서 당장 미터기를 끄라고

소리치면서 호텔까지 가격 NEGO를 다시 했었던

경험이 있다. 가만히 있었다면 눈 뜨고 코 베일 뻔

했었다. 이 외에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미터기를

조작해서 외국인이라서 돈을 더 냈던 경험도 있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천산산맥 (톈샨산맥)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내 풍경 #1


호스텔에 도착한 후에 카자흐스탄에서 첫 날밤은

밤새 뒤척이면서 보냈다. 참고로 기숙사 리모델링

작업으로 인하여 카자흐스탄에 도착하고 한 달은

다른 국적 교환학생과 함께 호스텔에서 생활했다.

밤새 뒤척인 이유는 한국과 다른 기후에 적응하는

단계였던 것 같다. 알마티는 해발 600m~900m

고지대에 위치해 있으며 건조한 기후다. 고산병

증세는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뭔가 불편했었다.

그리고 나는 특히 더위를 많이 탄다. 8월 알마티는

밤에 덥고 습하지 않았지만 6명이 함께 쓰는 방에

선풍기도 틀지 않고 있으니 답답했다. 2시간 넘게

뒤척인 필자는 결국 이불을 들고 테라스로 나가서

맨바닥에 베개와 이불을 덮고 첫날 밤을 보냈다.



그리고 해가 밝았다. 가을학기까지 3일이 남았다.

기숙사 리모델링으로 인해 배정된 호스텔은 두 개.

나보다 먼저 도착한 학생은 Hostel 1에 머물렀고,

필자는 함께 도착한 같은 학교 친구와 Hostel 2에

있었다. Hostel 1은 학교까지 10분이면 도착했고

반면에 Hostel 2는 도보로 20분이 걸린다. 그래서

추후 자리가 나서 Hostel 1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나는 무려 총 5번의 이사를 했다. 이 이야기는 추후

풀어보려고 한다. 아무튼 당장에 SIM 카드 구매를

해야 했고, 학교 주변이 어떤 지도 역시 궁금했다.

그런데 밖에 나와보니 한없이 목이 타기 시작했다.

아마도 건조한 날씨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눈에 보이는 마트에서 콜라를 구매 후 원샷을 했다.


KIMEP 대학교 정문 부근 건물


KIMEP 대학교는 한국인 방찬영 총장이 설립한

카자흐스탄 최고의 경영, 경제 전문 대학교이다.

과거 구 소련 시절에는 공산당 간부학교였는데,

이를 그대로 대학교 건물로 사용해 명문 대학이

됐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며 일부 수업은

학교에서 영입한 미국인 교수가 수업을 진행한다.

KIMEP의 첫 느낌은 캠퍼스 크기가 작았다. 서울

한국외대 캠퍼스보다 조금 더 큰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식당이 일부 있었지만 그렇게도

번화한 느낌은 없었다. 교환학생 기간동안 식사는

주로 기숙사에서 해먹거나 카자흐스탄 현지 식당

이용을 했다. KIMEP 대학교에도 KIMEP GRILL

이란 학생식당이 있었지만 비싼 가격에 비해 맛은

정말 최악이었다. 처음 갔을 때 밥 포함 네 종류의

음식을 집었는데 2,000탱게가 나와서 당황했었다.

sticker sticker


카자흐스탄 현지식 케밥 (KEBAB)
카자흐스탄 현지식 양고기 만두


카자흐스탄에서 첫 끼니는 무난해 보였던 케밥과

양고기로 만든 현지식 만두를 주문했다. 도전이다.

케밥은 생각대로 맛있었다. 하지만, 양고기 만두는

음...... 만두 속과 피가 따로 놀았다. 그리고 엄~청

느끼했다. 필자는 만두를 엄청 좋아한다. 항상 집

냉동실에 냉동만두를 쌓아놓고 산다. 또한 왕만두

가게가 보이면 쉽사리 넘어가지 못한다. 그렇지만

카작 스타일 만두는 참 넘어가지 않는다. 나중에는

이 맛에 익숙해져서 종종 먹었지만, 첫 만남 때는

다신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 입맛에 괜찮은

현지식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 케밥 2. 라그만

3. 뿔롭 (중앙아시아식 볶음밥). 나머지 음식들은

어떤지 나중에 글을 쓰면서 소개하도록 해보겠다.




그리고 케밥 가게 외에 KIMEP 대학교 주변에는

카자흐스탄 호텔과 Abay 공원이 있다. 호텔에는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종종 갔던 Noodles라는

호텔 뷔페가 있다. 또한 교환학생 초기에는 종종

한국인 교환학생 친구와 Abay 공원에서 맥주를

한 캔 사서 마셨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카자흐의

모든 공공장소에서는 음주가 불가하다고 들었다.

여기는 경찰 공권력이 굉장히 강해 외국인 상대로

종종 자기 용돈을 챙기려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써

벌금을 뜯어내는 일이 있다. 걸렸으면 큰일 날 뻔

했다. 나중에는 역시 교칙상 불가하지만 기숙사

방에서 몰래 친구들과 함께 음주를 자주 즐겼다.



어느새 밤이 됐다. 숙소로 가는 길에 있는 백화점,

Dostyk Plaza의 불이 밝다. 이 곳을 보며 생각보다

많이 발전된 국가라고 생각했었다. Dostyk Plaza

에는 KFC와 버거킹이 있어서 가끔 인스턴트 음식이

땡길 때 갔었다. 그리고 가져갔던 Galaxy 5S 폰의

카메라가 망가졌을 때 Sulpak이란 한국 하이마트와

같은 전자제품 매장에서 카메라를 샀던 기억도 있다.




아무튼 카자흐스탄과의 첫 만남을 두서없이 기억에

의존해서 서술했다. 첫 해외생활에 알마티의 모든게

신기했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여기서 좋았던 기억만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해

보면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의 조각이다.

이제 그 기억을 살려 멋진 이야기를 남기려고 한다.


- 끝 -


포그니의 유라시아 여행 - 카자흐스탄, 너와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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