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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화 가치 폭락이 미치는 영향 : Oh, my 빼쪠르

Pongi, 유라시아 여행기 : 상트페테르부르크 편 #1

by 포그니pogni


러시아 루블화 폭락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도표 (출처 : Bloomberg.com)



Oh, my 빼쪠르 : 프롤로그


기회를 찾아야 기회를 만들 수 있다.
(You create you opportunities by asking for them)
- Shakti Gawain



나는 몰랐다. 내가 러시아란 나라를 여행할 줄은. 그리고 너무 좋아서 두 번이나 가게 될 줄은. 회는 기다린다고 오는 게 아니다. 찾아야 그것을 만들 수 있다. '14년 11월 러시아 루블화 폭락은 나를 상트페테르부르크란 러시아 제2의 도시로 나를 이끌었다. '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강대국 간의 아주 흥미로운 파워 게임이 지속되고 있었다. 천연가스라는 자원을 이용해 팽창하려는 러시아와 이를 제재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알력 싸움이 바로 그것이다. 러시아의 송유관을 통해 全 유럽에 천연가스가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인질로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게임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셰일 혁명이 일어나고 천연가스보다 저렴한 셰일가스가 저렴한 가격에 갑자기 대량으로 공급되자 대세가 미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러시아 화폐 루블화는 바닥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가치가 떨어졌다. 종국에는 기존 대비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가 50%도 넘게 떨어졌고, 지금까지 회복되지 못한 채 지속되고 있다. 위의 표를 보면 우리나라 IMF 때 만큼 루블화 가치가 폭락했음을 알 수 있다.


루블화 폭락 사태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대도시 가령 모스크바는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했다. 그래서 러시아 여행은 꿈도 못 꾸고 있었는데, 기회가 온 것이다. 루블화의 가치는 떨어졌지만 갑작스런 물가 인상은 러시아 국민의 반발을 살 것이 불을 보듯 뻔하므로 난 이 기회를 이용하기로 했다. 비록 겨울방학 유럽여행 준비를 위해 상당한 돈을 이미 지출한 상태였지만, 일단 11월 말 3박 4일 일정으로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Go Choo-jam' 패밀리와 함께 말이다. 모스크바도 선택지에 있었지만, 우연히 찾은 제정 러시아의 수도이자 전성기를 이끈 표트르 대제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매력에 빠져 여기로 행선지를 정했다.



그리스도 피의 구원 사원 (일명 빼쪠르의 테트리스 성당이다)



성스러운 표트르 대제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세 가지 단어가 합쳐진 이름의 도시이다. "Saint(성스러운) + Peters(표트르 대제) + Burg(도시)", 미국식 발음으론 세인트피터스버그인데 실제로 플로리다 주에 있는 도시 이름이다. 동명의 도시이지만 부르는 발음은 다르다는 것. 러시아식 발음으로는 "빼쪠르"라고 불리는데, 실제로 카자흐스탄 현지 학생들과 대화를 했을 때도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이 도시는 북유럽 도시인 헬싱키, 스톡홀름과 위도가 비슷하기 때문에 여름엔 백야 현상이 나타나고 겨울엔 해가 짧다. 아쉽게도 백야는 못 봤지만, 이곳은 밤이 되면 그 어떤 유럽 도시와 비교를 해봐도 아름다운 도시란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11월 말 여행 당시엔 해가 오전 10시 즈음 올라와 오후 4시가 되면 자취를 감췄다. 아침에 일어나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을 먹는데 마치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듯한 느낌이 새로웠다.



겨울궁전 (에르미타쥬 박물관) : 과거 제정 러시아 황제가 살았던 궁전이다, 지금은 루브르/대영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으로 불리고 있다.



그렇다면 표트르 대제는 왜 이곳에 도시를 건설했을까? 바로 유럽으로 통하는 창구였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역사는 유럽 진출을 하려는 그들의 의지로 점철된다. 강력한 왕권과 군사력을 키운 표트르 대제는 이곳 네바강 늪지대를 메꾸고 수백 개의 다리로 연결하게 한 거대한 계획 도시를 세웠다. 16세기에 간척사업을 통해 완성된 도시라니 이곳은 그 자체로 놀라움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다. 그리고 빼쪠르엔 수많은 다리가 있고 그중에는 부산의 영도다리와 같은 도개교도 있다. 여름철이라면 배를 타고 도시 한 바퀴를 돌았겠지만, 러시아의 겨울 추위는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또한, 가장 근접한 적국 스웨덴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 도시 자체를 요새처럼 만들었는데 이런 역사를 공부하고 빼쪠르 여행을 하니 그 기쁨이 배가 됐던 것 같다.


이런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이 도시는 우리가 상상하는 유럽풍의 느낌을 들게 하고, 모스크바처럼 삭막한 구소련 양식의 건물이 없다. 러시아 혁명 이후 한때는 레닌그라드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던 이 도시. 유럽 여러 나라를 가봤지만 여기만큼 내 마음을 홀라당 뺐은 곳은 없었다. 이때부터 러시아란 나라에 더 관심이 가기 시작해서 결국엔 다음 해 홀로 모스크바로 떠나기도 했다. 우울한 겨울 날씨와 달리 화려하고 웅장했던 도시, 빼쪠르로 가보자! - 끝 -



예카테리나 궁전 : 제정 러시아 말기 사치의 끝을 볼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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