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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그니pogni Dec 08. 2020

이스탄불에 비행기 환승을 잘못했을 때 생기는 일

Pongi, 유라시아 여행기 : 터키, 이스탄불 편 #3

터키, 이스탄불 도심의 교통체증 (출처 : steemit.com)


불운을 두려워하면 결코 행운을 알 수 없다.
Those that are afraid of bad luck will never know good.
- 러시아 속담 中


  아래 한 문장으로 아찔했던 환승기의 전반전을 요약할 수 있다.


  '터키, 이스탄불의 러시아워(Rush Hour)는 지옥과 같았다.'


  고등어 케밥을 먹고 이스탄불의 중심가 탁심에서 레이오버 여행을 즐긴 우리는 나름대로 여유롭게 사비하 괵첸 공항을 가는 버스를 탔다고 생각했다. 본격적인 생애 첫 유럽여행의 시발점인 영국 런던으로 가기 위해서. 보통 공항에 2시간 전까지 도착하면 무난하게 체크인을 할 수 있으니까 약 4시간 전에(22:00시 비행기 탑승이라 약 18:00시경 버스 탑승) 공항버스를 탔다. 그런데, 문제는 이스탄불 시내 러시아워에 딱 걸렸다는 것이 문제였다. 20:00시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하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록 이스탄불 시내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점점 목이 조여 온다.


  "설마 비행기를 놓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면 미리 예약한 숙박비는... 교통비는....? 어떡하지? 이렇게 내 첫 번째 유럽여행을 정말 망치는 거야?"


  그저 '어떡하지'만 연신 머릿속으로 혼자 되뇌었다. 게다가 일정 시간 이상 레이오버를 하게 되면 체크인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당시의 초조함이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아마 열차나 비행기를 미리 예약하고, 빡빡하게 역이나 공항으로 이동했던 경험이 있던 사람은 어떤 기분인지 알 것이다. 가는 길에 그 교통편 안에서 온갖 잡생각이 다 든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아찔한 경험이지만, 나는 출장을 자주 다녀서 이런 감정을 1년에 몇 번씩이나 느끼곤 한다. 예를 들어, 미리 SRT표를 끊었는데 업무가 끝나지 않았을 경우가 있다. 그러면 눈물을 머금고 수수료를 지불하고 취소하곤 한다. 그리고 1년에 3번 이상은 인도로 출장을 다니는데,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태국과 대만에서 두 번이나 환승을 한다. 이때 환승 시간이 1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아서 매번 Transfer 하는 발걸음 속에는 이런 초조함이 늘 묻어있을 수밖에 없다.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로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정말로 이스탄불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곳에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1시간 더 여유를 갖고 움직이라'라고 꼭 Advise를 하고 싶다. 버스 안에서 화장실까지 가고 싶어 졌으니 설상가상이다. 나는 그래도 운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불운이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찾아오는 것인가! 그래도 다행히도 겨우 비행기 출발 1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광속으로 페가수스 항공 체크인 카운터를 향해 뛰어간다.


  '런던 히드로 공항 行, 라스트 콜(Last Call)'


  다행이다. 티켓 발권은 빠르게 진행됐고, 이제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해서 Gate까지 폭풍 Run을 하는 일만 남았다. 내 어깨에 있는 백팩은 꽤 무거웠지만 워낙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당시 무게는 깃털과 같았다. 나랑 종민이까지는 티켓 발권이 완료됐고, 이제 친구 한 명만이 남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터키,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 (출처 : istanbulminivan.com)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 2, 3 (2번 출처 : 위키피디아, 3번 출처 : skytraxratings.com)



  아찔했던 환승기의 후반전이 시작됐다.


  항공사 직원 : "당신은 22시 런던행 비행기 탑승객이 아닙니다."
  친구 : "예???????????? What the......."
  항공사 직원 : "E-티켓을 보면 당신은 오후 1시 비행기에 환승하고 이미 런던으로 갔어야 합니다."


  카자흐스탄에서부터 불운을 몰고 다니던 사나이였던 K군, 그의 부주의로 인하여 불행은 유럽에서도 찾아왔다. 아찔했던 환승기 후반전은 내 이야기가 아니다, K군의 파란만장했던 이야기다. 우리랑 이스탄불 시내에서 하하호호할 때에는 좋았을 텐데, 어떤 기분일까? 미리 얘기하자면 그의 부주의는 런던에서도 계속됐는데, 숙소를 런던의 반대편에 있는 A라는 이름의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서 여행 일정이 완전히 꼬여버렸다. 아무튼 K군은 카운터 근처에 있는 페가수스 항공 사무실까지 미친 듯이 뛰어간다. 우리랑 같은 22시 비행기 남은 티켓을 구하러 말이다. 사비하 괵첸 공항은 무선 인터넷도 돈을 주고 써야 하는데, 같이 가지 못한다면 자칫 공항 미아로 남게 될 위기에 처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도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도 라스트 콜이라서 시간이 없었다. 결국 1시간이 딱 남게 되자 어쩔 수없이 다급하게 K군을 버리고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하러 들어갔다.


  지금부터는 K군이 이야기한 내용을 재구성해본다. 그는 페가수스 항공사로 갔지만, 이미 너무 비행기 시간이 임박해서 남은 자리가 있어도 발권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들었다.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나 보다. 그는 항공사 직원에게 'What should I do?'를 정신 나간 사람처럼 끊임없이 물어봤다고 한다. '망연자실'이란 사자성어가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항공사 직원의 권유로 다음날 가장 빠른 런던 히드로 공항 行 비행기 티켓을 사야만 했다. 그렇게 사비하 괵첸 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아침 비행기로 영국에 왔다. 불행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온다고 누가 그랬던가? 그의 고난의 여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는데, 짐이 나오질 않는 것이다.


  히드로 공항 직원 : "당신의 짐은 추적해보니 이스탄불 공항에 있습니다."

  친구 : "What...........? What should I do?"
  히드로 공항 직원 : "짐을 런던으로 보내는 것을 요청하겠으나, 언제 도착할지 모릅니다."


  그렇다, 비행기 환승을 잘못했을 때에는 짐도 환승이 되지 않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런던에 그의 짐이 오는 날짜가 늦어질 경우에 대비해서 미리 예약해놓은 숙박업체의 위치와 일정까지 다 알려줬다고. 친절하게도 숙소까지 국제 택배가 가능하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의 짐은 다음날 공항에 도착했고, 그는 다시 공항으로 가서 짐을 찾고 숙소에 짐을 놓고 우리와 합류했다. 런던에서의 일정이 2박 3일이었는데, K군이 런던에서 한 것이라곤 3시간 정도 쇼핑했더니 끝났다. 그의 첫 유럽여행의 시작은 엉망진창이었다. 그가 불운을 몰고 온 덕택에 그와 함께하는 여정 중간중간에 너무 어이없는 일도 많았다. 한편, 나중에 들어보니 원래 K군이 예약한 비행기에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비행기가 영문도 모르게 1시간도 넘게 연착이 됐다고 한다. 알고 보니 이미 카자흐스탄 알마티 공항에서 분명 체크인을 하고 이스탄불에 들어왔는데, 사람이 타지를 않으니 난리가 난 것이다. 그의 짐을 다시 항공기에서 빼려고 난리를 치다 보니 그렇게 연착이 되지 않았던 것일까? 비행기 환승을 잘못했을 때에 대처하는 법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공항에 있는 항공사 사무실에 가서 가장 빠른 티켓을 구매한다.
2. 비행기 환승을 잘못하면, 짐의 행방부터 빠르게 수소문한다.
3. 그리고 짐을 다시 찾고 새로 체크인을 한다.


  다시 돌아와서 내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자면 나는 다행히 Gate에 잘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하니까 연착이 됐다고 전광판에 표시가 됐다. 너무 허무했지만 그래도 K군처럼 비행기를 놓치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비행기 좌석에 앉으니 온갖 피로가 한 번에 몰려와서 런던 공항까지 정말로 푹 잤다. 눈을 떠보니 비행기는 착륙하는 중, 드디어 내가 신사의 나라 영국에 도착한 것이다.


하얀 새 종이가 눈앞에 있으면 우리는 그 위에 어떤 이야기든 펼칠 수 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이스탄불 전경 (출처 : 12go.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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