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그니pogni Jan 15. 2021

브뤼셀에서 Tip으로 피 같은 7.5€를 뜯긴 사연

Pongi, 유라시아 여행기 : 벨기에, 브뤼셀 편 #2


브뤼셀의 관광 중심지, 그랑 플라스 광장



   결국 새벽에 도착해서 얼리 체크인에는 실패했다. 간단하게 씻고 캐리어만 맡긴 후에 벨기에 브뤼셀 여행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생애 첫 유럽여행의 일정은 벨기에다. 네덜란드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암스테르담 일정을 3일이나 잡은 반면, 브뤼셀에서는 단 하루만 머물렀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벨기에가 너무 좋은 것이 아닌가! 사실 여기는 해산물이 유명해 카자흐스탄에서 먹지 못했던 해산물만 잔뜩 먹고 룩셈부르크로 이동하는 것으로 일정을 짰었다. 언젠가 다시 유럽을 돌아다닐 수 있다면 프랑스 남부와 함께 벨기에 소도시도 가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벨기에의 베네치아라는 겐트(Gent)에 가장 가보고 싶다.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고, 용기의 문제이다.
- 파울로 코엘료 (Paulo Coelho, 도서 '연금술사'의 저자)


  숙소 위치는 끝내주게 좋았다. 내가 여행 계획을 하면서 숙소를 잡을 때,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 위치다. 가성비 좋으면서 위치까지 괜찮은 숙소를 열심히 찾아본다. 그렇기 때문에 숙소의 시설은 기본적인 것만 갖춰져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주의였다. 물론 이는 아내를 만나면서 시설 때문에 몇 번 욕을 얻어먹고 바뀌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브뤼셀 여행의 중심지 '그랑 플라스(Grand Place)'까지는 도보로 10분 정도만에 도착했다. 여기서 그랑 플라스의 의미는 '큰 광장'이라는 뜻이다.


  그랑 플라스에 진입한다.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문자 그대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4면이 중세시대 아름다운 건물로 둘러싸여 있는 광장이라니! 사방을 봐도 아름다운 건물뿐이었다. 광장을 내려다보는 높은 첨탑이 있는 시청사를 중심으로 맞은편에는 '왕의 집'이라고 불리는 건물이 있다. 그리고 양 옆으로는 고풍스러운 길드하우스가 즐비하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카메라 렌즈에 담을 수 있을까? 짧은 시간 동안 수 십 번을 고민했지만, 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도달한 나의 사진 찍는 스킬로는 이곳의 아름다움을 모두 담을 수가 없었다. "젠장!",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시전 한다. 오전 9시 즈음이었지만, 광장에는 전 세계에서 이를 보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어디서 알고 이렇게 찾아온 것일까? 물론 유럽에 오면서 상당한 돈을 지불했지만,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의 말처럼 여행은 용기의 문제인 것 같다. 용기만 있다면 새로운 세상을 향해서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마음가짐, 그것이 프로 여행러의 밑천이 아닐까? 나도 카자흐스탄으로 교환학생을 오기 전까지는 SNS로 방학이 되면 외국으로 떠나는 친구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마냥 부러워하기만 했다. 막상 해외여행을 시작하려고 하니 여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두려웠었다. 하지만 교환학생을 계기로 용기는 배가 되고,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에 가고 싶은 용기까지 생겨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랑 플라스를 보면서 느낀 감상은 여기까지. 이곳은 저녁에 야경을 보러 다시 오기로 하고, 그랑 플라스 뒤편에 있는 해산물 거리로 나서본다. 전날에 런던에서 노숙하며 먹었던 테이크 아웃 음식이 전부였기에 아침이었지만 우리 일행은 음식에 굶주려 있었다.



그랑플라스 뒷편 해산물 먹자골목의 식당



안녕하세요
곤니치와(こんにちは)
니하오(你好)



  아시안이 먹을 것을 찾아 해산물 거리를 배회하자 한·중·일의 세 가지 언어로 식당 주인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우리가 한국어로 얘기하고 있으니, "어서 오세요, 너무 맛있어요!"라고 유창하게 말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위력은 대단하다. 분명히 마음속 깊은 곳에는 백인우월주의가 박혀있을 텐데 말이다. 예전에 서울에 살았을 때, 용산과 동대문을 종종 가서 소위 '용팔이', '동팔이'라고 불리는 장사꾼들에게 몇 번 놀아날 뻔한 적이 있었다. 종국에는 익숙해져서 이런 상인들을 개무시하는 경지까지 올랐다. 물론 가끔 무시한다고 시비 거는 악덕 상인과 한 판 붙을뻔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벨기에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니 정말 세상은 넓고 욕망의 본질은 모든 인종을 아울러 거의 유사한 것 같다. 그리고 이른 아침이라서 모든 레스토랑이 오픈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중에서 살아있는 랍스터를 빠에야에 올려준다는 식당으로 들어가 본다.


  역시 유럽이다. 이 식당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난방을 나무 장작을 태워서 한다는 사실. 정말로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로 점프를 한듯한 기분이었다. 분명 식당 주인이 빠에야 하나로도 남자 세 명이 충분히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해산물을 반년만에 접한 우리들은 기어이 홍합 스튜를 하나 더 주문하고야 말았다. 유럽에서 음식이 가장 맛있는 벨기에라던데, 과연 어떤 맛의 향연이 펼쳐질지 너무나 기대된다. 그리고 식당 안의 손님은 우리뿐이라서 식당에 전세내고 앉아있는 기분이 썩 나쁘진 않다. 카자흐스탄에 오기 전에 잠시 국내에서 '맛집 블로거'로 활동했다. 물론 지금도 맛집을 포함해서 여행 관련 글을 주로 쓰고 있지만, 당시에는 오로지 맛집이었다. 정말 먹는 행위에 환장한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먹거리를 좋아해서 그런지 더욱 제대로 된 유럽식 스타일 Dish에 대한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다. 내륙 국가라 오로지 소금을 잔뜩 뿌려서 절인 연어만이 해산물이라고 생각하는 KIMEP 대학교에서 봤던 현지 친구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나는 지금 환상적인 해산물의 향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홍합탕과 빠에야, 카자흐스탄에서 먹지 못한 해산물을 먹어서 맛은 그저 '감동적'



  이번 유럽여행에서 가장 베스트로 뽑을 수 있는 음식이 자연산 랍스터를 잡아 만든 빠에야라고 생각될 정도로 그 맛은 탁월했다. 한 숟가락씩 먹을 때마다 마치 천국이 존재한다면 그곳을 걷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란 생각이 들었다. 다만, 호객행위를 할 때에는 정말 큰 살아있는 랍스터를 보여줬는데 실물은 그에 비하면 1/3일 수준이란 것이 아쉬웠다. 가격도 40€ 정도였는데,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과 식자재 질이었다. 그리고 홍합 역시나 맛이 괜찮았다. 얼마 만에 맛보는 어패류인가? 카자흐스탄에서 간혹 조개구이가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모른다. 한국에서 먹었던 홍합탕과는 약간 달랐는데, 유럽답게 국물은 마시지 않고 오로지 홍합살만 먹어야 했다. 그런데, 간이 어찌나 잘 배어있던지 홍합 특유의 향과 아주 잘 어울렸다.


  그리고 이제 정산의 시간이 다가왔다. 계산할 시점이 되니까 갑자기 돌변하는 식당 주인에 당황스러웠다. 팁으로 무려 10€나 달라는 악덕 업주였다. 아니 세상에! 보통 많아봐야 10%를 팁으로 지출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은 알았어도 무려 20%나 팁으로 달라니. 게다가 부가가치세는 별도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벨기에 문화가 원래 이렇다'면서 무조건 자기는 받아야 한다고 한다. 도대체 고급 식당의 웨이터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Care 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음식만 날랐을 뿐인데 그냥 아시안이라 호구 하나 잡았다고 돈을 좇는 양아치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래서 호객행위를 하는 곳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다. '호객행위를 하는 곳에는 들어가지 말라'는 말은 전 세계를 관통하는 말인 것 같다. 한국에서도 이런 곳에 들어가면 말했던 것과 달리 서비스가 최악인 경우가 많았다.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나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면서 싸움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그런데 종민이 曰, "그냥 있는 동전 모아서 주고 가자, 유럽에서 백인이랑 싸워봤자 좋을 것 하나 없어."라며 말리는 것이었다.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싶어서 짜증이 났지만 셋이 동전 품앗이를 해서 7.5€라 줘버렸다. 6만 원이 조금 넘는 음식을 먹고, 무려 팁을 만 원 가까이 지출했다. 그런데, 왜 10€가 아니냐면서 뭐라 하기 시작하는 주인. 그냥 무시하고 나왔다. 이러한 경험 하나하나가 국가에 대한 이미지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나 보다. 가끔 뉴스에서 외국인 택시 바가지요금 소식을 접하면서 벨기에서 겪은 7.5€ 사건을 떠올리곤 한다. 제발! 다음에 다시 오고 싶게끔 관광객을 '뜨내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밖으로 나서본다. 이제는 그놈의 오줌싸개 동상을 보고 와플을 먹어볼 차례. 오후에는 어떤 별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서 숙소가 어딘데?? : 브뤼셀 어느 새벽 거리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