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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그니pogni Jun 23. 2021

랜드마크, 아돌프 다리는공사 중- 룩셈부르크 여행

Pongi, 유라시아 여행기 : 룩셈부르크 편 #3

룩셈부르크의 헌법광장



사람의 관계란 우연히 만나 관심을 가지면 인연이 되고, 공(노력)을 들이면 필연이 된다. 
- 책 속에 모든 명언 中   



  맛있게 점심 식사를 하고서 시작한 오늘의 여정, 노트르담 성당을 지나 오늘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 룩셈부르크의 랜드마크 아돌프 다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번 챕터의 첫 번째 목적지는 '헌법 광장'. 광장 자체는 조그마했지만, 이곳에는 '황금의 여신상(Monument du Souvenir)' 하나가 우뚝 서있다. 전쟁에서 죽은 이들을 위해서 건설된 동상이라고 한다. 유럽여행을 하다 보면 어떤 나라든지 중심가 곳곳에 이렇게 전쟁에서 죽은 이들을 위한 기념탑이 세워져 있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유럽 대륙에서 흔한 추모비를 우리나라에서 찾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란 말을 항상 되새기며 살아가고 있는데, 이런 점에서 아쉬움을 느꼈다.


Привет! (프리벳!, 안녕하세요!)
Не могли бы вы сфотографировать?
(네 모글리 비 븨 스뽀또그라삐로밧?,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있으세요?)


  우리는 누가 봐도 동양인이었는데, 갑자기 한 러시아 여성이 다가와 러시아어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카자흐스탄에서 생활 러시아어를 사용하는데 익숙해진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차렸고, 나도 본능적으로 러시아어로 가볍게 대답을 했다. 유럽여행을 와서 Yes or No 대신 да (다) or нет (니엣)을 사용해서 당황스러웠는데 이렇게 먼 룩셈부르크에서 러시아어를 듣다니, 모국어를 듣는 만큼 반가웠다.


  хорошо. (하라쇼., 좋아요.)


  웃겼던 점은 러시아 친구들도 영어를 어느 정도 사용할 줄 알았다는 점이다. 그 친구들은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중에 우리를 봤고, 본능적으로 영어보다 러시아어가 먼저 튀어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걸 동양인이 러시아어로 받아치니 얼마나 당황했을까? 룩셈부르크로 온 4명 모두 러시아어를 조금씩은 사용할 줄 알아서 한동안 추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어와 영어를 섞어가면서 대화를 나눴다. 이런 상황이 여행의 묘미고 여행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Point가 아닐까 싶다. 우린 우연히 만나 러시아란 관심사를 가지고 맺은 지나가는 인연이었다. 여기서 공을 들이면 필연이 되겠지만, 여행에서의 인연은 여기까지로 묻어두고 아돌프 다리로 우린 사뿐사뿐 걸어갔다.



룩셈부르크의 랜드마크, 아돌프 다리는 공사 중이었다.



호사다마 (好事多魔)
: 좋은 일에는 탈도 많다



  드디어 나름대로 긴 여정 끝에 아돌프 다리(Pont Adolphe)에 도착했다. 내가 살면서 유럽에 몇 번이나 올 수 있으며, 더군다나 룩셈부르크에는 다시 또 올 수 있을까? 호사다마라는 옛말처럼 아돌프 다리는 공사 중이었다. 만약에 지금처럼 여행 커뮤니티가 더욱 잘 발달되어 실시간으로 정보 공유가 바로 됐다면, 아마도 룩셈부르크를 배제하고 다른 나라를 Pick 했을지도 모른다. 베네룩스 3국에 대한 로망 + 아돌프 다리 야경 사진 버프에 의해 선택했는데, 공사 중이라니. 너무나도 아쉬운 상황이었다. 유럽에는 워낙 오래된 건물이 많아서 언제 어디서 보수공사를 할 줄 몰라 운이 좋아야 한다더니만 그 말이 딱 맞았다. 그리고 이때부터였다, 내가 해외여행을 가면 공사 요정이 되기 시작한 지 말이다.


  그래도 아돌프 다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서서 눈이 내린 도심 풍경은 아름다웠다. 약 150년 전에 어떻게 이렇게 큰 다리를 건설하였으며, 이것이 지금까지도 무너지지 않고 어떻게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었을까? 물론 요즘 우리나라의 잘 닦여진 길을 운전하다 보면 한 번씩 감탄사를 내뱉지만, 지금은 '현대'이고 건설될 당시는 '근대' 시대가 아닌가! 무려 높이 46m에 길이는 153m이고 석재로 지어진 다리, 게다가 이는 일반 다리도 아니고 '아치형(Arch)'이었다. 높이가 상당히 높아 일반적인 디자인의 다리로 건설해도 난이도가 상당히 높을 것 같은데, 아치형이라니. 다시 글을 쓰면서 사진으로 봐도 놀라울 따름이다. 지어질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아치교였다고 한다. 공사기간은 1889년 ~ 1903년까지로 무려 15년에 걸쳐서 완공됐다. 무조건 빨리빨리만 추구하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국가에 어찌 보면 이 오래된 다리가 하나의 시사점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원래는 다리를 건너 반대편까지 걸어서 가려고 했는데, 공사 중으로 길이 막혀 조금 당황스럽다. 그렇다면, 역시 발길 닿는 대로 걸어야지.





  그렇게 시간이 남아 발길 닿는 대로 룩셈부르크 중심가를 배회했다. 연말 기간이라 많은 상점이 굳게 닫혀 있었지만, 중간중간에 열려 있는 곳도 꽤 있었다. 딱히 쇼핑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레 매장에 들어가 아이쇼핑을 하고 마음에 들고 저렴한 상품이 있으면 구매도 했다. 이곳은 유로존에 소속된 곳이라 나중에 최종 출국장에서 Tax Refund 서류를 작성하고 후에 부가가치세 환급도 받았으니, 꿀이었다. 이곳의 물가는 비싼 축에 속했지만, 연말 세일 기간에 가서 그런지 생각보다 살만한 물건이 많았다. 진짜 영국에서도 느꼈지만, 연말 기간 유럽은 쇼핑의 천국 그 자체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짧은 겨울 해는 어느새 고개를 숙일 준비를 하고 있고, 어둠이 점점 몰려 들어오고 있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프랑스 파리로 가야 하는 일정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룩셈부르크의 거리에 잠시 서서 겨울밤 찬 공기를 마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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