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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라시아 여행기 : 카자흐스탄 편 #4

포그니(Pogni), 유라시아 여행 - 카자흐스탄 야경 편

by 포그니pog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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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자흐스탄 야경 편 (꼭두베, Kok Tobe)

# 무식하게 OK를 하면 안 된다.


어느덧 KIMEP 대학교 가을학기가 개강하고 나서

8월이 지나고 9월이 되었다. 카자흐스탄의 여름은

일교차가 정말 크다. 낮에는 35도까지 올라가지만

밤에는 15도 언저리의 기온이다. 그러다가 가끔씩

비라도 오면 여름이라도 10도 근방까지 떨어졌다.

그래서 밤에 더 추워지기 전에 카자흐 현지 친구인

알뜨나이(Altynay)의 도움을 받아서 알마티 야경

명소인 꼭두베에 가기로 했다. 알뜨나이는 연세대

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경험이 있어 한국에 대해서

정말 관심이 많은 친구였다. KIMEP을 졸업한 후,

스코틀랜드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쳤다는 소식까지

들었다. 1년 동안 카자흐스탄 생활에서 이 친구와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알뜨나이가 없었더라면

누리지 못했을 호사도 많이 누렸었다. 알뜨나이의

베프 중에는 아씨마(Assima)라는 친구도 있는데

이 친구 역시 한국에 관심이 많아 연세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아무튼 각자 일정을 맞춰 수업시간

후 간단히 저녁식사를 한 후 꼭두베로 가기로 했다.




이곳은 다행히 학교 근처에 꼭두베 정상까지 가는

케이블카가 있었다. 중국 수학여행지로 황산이란

곳에 갔을 때 이후로 처음 타는 케이블카였다. 난

오랜만에 타는 케이블카에 괜히 안전 위험이 있지

않을까란 마음도 살짝 있었다. 알뜨나이와 한국인

6명, 총 7명이 한 케이블카에 올라탄다. 그러면서

나는 알마티 시내 모습을 담기 위해서 제일 바깥쪽

자리로 이동한다. 움직인다, 그리고 점점 스피드를

올려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아직은 해가 늦게 진다.

꼭두베에서 일몰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전망대에는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윤동주 시인

언덕에서 봤던 남산타워 뷰를 능가할 수 있을까??


10171028_623993631047882_6890155741773481333_n.jpg <알마티 꼭두베 (Kok Tobe) 전망대 케이블카 앞에서>
10613045_623993761047869_6211798823266596130_n.jpg <케이블카 전망대 앞에서 바라본 알마티 시내의 석양>


드디어 도착했다. 그리고 케이블카 정류장 밑에는

전망대가 바로 있었다. 바라본다. 가슴에 쌓여있던

왠지 모를 불안감 같은 게 있었는데, 다 풀어진다.

나는 여행을 정말 좋아해서 국내에서도 내일로를

세 번이나 다녀왔다. 그런데 해외여행은 수학여행

다녀온 지가 너무 오래돼서 마냥 두렵고 겁이 났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앞이 깜깜한 내 미래에 대한 무형의 것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불안함을 일몰과 함께 잠시

내려놓는다. 한국에 계속 있었다면 잠시라도 이런

내려놓는 법을 배울 수 있었을까?? 그리고 여기엔

아찔한 코스에서 루지 체험도 할 수 있었다. 나는

일단 빠진다. 심하지는 않지만 고소공포증이 살짝

있었기 때문이다. 루지를 탔던 친구들은 특별했던

체험이라면서 별 5개의 만족도를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알마티 시내 전망이 보이는 PUB으로 갔다.

그리고 각자 취향에 따라 칵테일과 생맥주를 주문

한다. 시원한 천산산맥 바람을 맞으면서 야외에서

전망을 보며 한 잔 하는 그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첫사랑도 잊을 수 없듯이 처음으로 이렇게나

좋은 곳에서 마셨던 술과 느낌은 잊을 수 없나 보다.

한국인 여섯 명 중에는 교환학생이 아니라 KIMEP

정규 학생으로서 신입학했던 친구도 있었다. 나는

정확하게 왜 한국에 있다가 여기로 신입학을 한 지

기억은 안 나지만 이렇게 생경한 곳에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용기, 그 자체에 박수를 보냈었다.


10408733_623993804381198_2056478079218576724_n.jpg <꼭두베 PUB에서 바라본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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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맥주 한 잔을 금세 다 마셨다. 그렇지만,

PUB의 생맥주는 한 잔에 1,500탱게(약 9,000원)

정도로 카자흐스탄 물가를 생각하면 꽤 비싼 금액

이었다. 참고로 EFES 500ml 기준으로 한 캔에 약

200탱게 언저리면 마트에서 살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웨이터의 러시아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빈 잔을 치워준다는 것 같아서 당당하게 "하라쇼!"

(Хорошо, 좋아요!)를 외쳤다. 한국에서는 보통은

빈 그릇 혹은 빈 잔 치워 드릴까요? 물어보면 "네"
라고 하지 않는가? 나는 마찬가지 의미로 웨이터에
그렇게 대답을 했다. 그런데 3분 후, 맥주잔을 가득

채운 생맥주 한 잔이 더 나오는 것이 아닌가? Ah...

이게 아닌데 맥주값으로만 2만 원이 나오게 생겼다.

이미 나온 맥주를 물릴 수 없어 알뜨나이에게 한 번

물어봤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여기서는 웨이터가

다가와서 빈 접시나 빈 그릇을 지칭하면서 무언가를

물어본다면 같은 종류의 음식이 더 필요한 지 묻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OK가 아니라 NO!라고 나는

외쳤어야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너무다 당당히

"하라쇼"를 외쳤던 내가 부끄러웠다. 내 덕분에 다른

친구들은 돈을 벌었다. 카자흐뿐만 아니라 러시아나

다른 외국에서도 이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예상치 못한 지출에 9월은 식비를 더 줄여야면 했다.

한국돈 만 원이 이렇게 크게 부메랑으로 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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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하나 배웠다. 무식하게 OK만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내려간 후 호스텔로

돌아간다. 아니다, 호스텔 앞 마트에 들러서 맥주를

두 캔 더 샀다. 왠지 억울해서 그랬던 것 같다. 역시

술은 열 받으면 더 들어간다. 그래도 너무나 재밌다.

경험으로부터 얻은 교훈은 평생 기억에 남는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더욱 겁 없이 모든 것에 부딪혔다.

그래서 말젖으로 만든 전통 과자를 먹고 시큼함에

뱉는 등 가끔 피를 봤지만 그것조차 다 경험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다. 역시나 백날 글을

보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것이 나았다. 또한, 점점 더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들고 있었다.

내일은 또 어떤 해프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 끝 -


포그니의 유라시아 여행 - 카자흐스탄 야경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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