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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그니pogni Sep 25. 2021

달팽이와 칠면조는 무슨 맛일까? at몽마르뜨

Pongi, 유라시아 여행기 : 프랑스, 파리 #6

새해 첫날, 관광객이 '바글바글'했던 몽마르뜨 가는 길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관광객으로 바글바글했던 파리의 거리



  노트르담을 찍고 몽마르뜨 언덕으로 가는 길. 몽마르뜨까지는 지하철 역에서 내려 계속해 오르막 길을 올라야 한다. 언덕길이라서 그런가? 개선문, 에펠탑과 같은 다른 파리 랜드마크와는 달리 거리 폭이 상당히 좁은 편이었다. 그리고 그 길을 오르고 내리는 수없이 많은 관광객들. 문득 사진을 보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파리 거리가 그립다. 팬데믹 이전 올해 여름휴가는 어떤 해외여행지를 가볼까 하면서 고민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그런 일상적인 고민이 저 멀리 오래된 일인 것만 같다. 아무튼 정말 파리는 어찌나 전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지 여기서 모든 인종을 다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느껴졌다. 왜 2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가 파리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독일에게 무조건 항복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시간은 '현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면' 쏜살같이 흘러가는 것만 같다. 동건이가 합류한 퐁네프 다리에서부터 여기 몽마르뜨 언덕 입구 근방까지 우리가 카자흐스탄에서 있었던 특별한 일들을 마치 군대 얘기하듯이 하나씩 끄적여 본다. 8월부터 12월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우리의 카자흐스탄 이야기, 물론 나는 다시 복귀해서 붓글씨로 더 써 내려갈 이야기가 아직은 많이 남아있다. 그렇지만, '우리' / '함께' 나눴던 이야기는 추억이 됐고 힘들었던 기억은 상당수 미화가 됐다. 어쨌든 지금 우리는 알마티가 아니라 파리 몽마르뜨 거리에 있다.



그래도 금강산도 식후경



  파리는 미식의 도시다. 지난번 우연히 에펠탑 앞에서 발견한 미슐랭 Two Star 식당에서 푸아그라와 조개관자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확실하게 느꼈다. 이번에는 당시처럼 운 좋게 미슐랭 식당이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번에도 우리의 운을 믿어 보기로 한다. 그냥 간판이 근사한 현지 식당으로 들어가 보자.

애피타이저로 먹은 '달팽이 요리'

  내륙 국가인 카자흐스탄은 참 척박한 나라다. 역사적으로도 추운 초원지대를 돌아다니는 유목민들에게 음식이란 '멋'이 아닌 '생존'과 직결된 것이다. 따라서 음식에 기교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추운 겨울 생존에 필수적인 기름과 소금만이 가득했던 음식. 나는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그동안 참아 왔던 식욕을 폭발시키고 있는 참이었다.


  여러분은 프랑스에 오면 어떤 음식을 먹어보고 싶나요? 아마도 십중팔구 프랑스가 처음이라면 '푸아그라'와 '달팽이 요리', '크로와상' 세 가지 음식은 무조건 포함되지 않을까?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단 나는 빵 덕후는 아니라서 크로와상은 제외하고, 푸아그라와 달팽이를 무조건 먹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에펠탑 앞에서 전자는 이미 먹었고, 후자인 달팽이가 남아 있었다. 때마침 몽마르뜨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들어온 식당에 달팽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역시 나는 될 놈이었다. 거기에 아직 태어나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칠면조 꼬치도 판매하고 있었다. 나는 이 두 가지를 먹을 것을 고민할 틈새도 없이 골랐다.



달팽이 ≒ 소라
칠면조 ≒ 닭가슴살



  대략적으로 위 인용구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달팽이는 소라나 골뱅이를 먹는 듯했다. 이 말인즉슨 아주 위화감 없이 먹을만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칠면조는 퍽퍽한 닭가슴살과 같은 식감과 맛이었다. 솔직히 꼬치구이에 시즈닝이 제대로 배어 있지 않아 그냥 프라이드 통닭의 닭가슴살을 아무런 소스 없이 먹는 느낌이었다. 그냥 솔직히 맛이 없었다. 오히려 감자튀김이 더 맛있을 정도였으니까.

2%로 부족했던 '칠면조 꼬치구이'

  뭐 전날에 어마 무시한 푸아그라와 조개관자를 먹었으니 이 정도 실패는 눈감을만하지 않겠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인데, 그래도 칠면조는 조금 아쉬웠다. 이것은 아마도 할리우드 영화 때문이리라. 추수감사절만 되면 미국 영화에서는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칠면조를 맛있게 먹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실 칠면조는 어찌 보면 닭의 사촌인데 좀 뚱뚱한 조류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뚱뚱한만큼 퍽퍽한 살은 많은 것이고 오히려 식감과 맛은 닭보다 좋지 않을 수가 있는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매스미디어가 낳은 허상 덕택인지 칠면조는 어떤 부위를 먹어도 닭다리나 닭날개살 식감과 맛일 거라고 나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뭐, 내가 칠면조 못하는 가게에 가서 이렇게 푸념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나는 만약에 당신이 파리에 간다면, 칠면조는 Skip 하는 것을 추천한다. 차라리 달팽이 요리에 파스타를 시켜서 먹는 것이 나을 것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우리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 로마시대 철학자, 세네카(Seneka)



  오랜만에 명언을 하나 인용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 실망할 것도 없다. 오히려 이런 상태에서 맞이하는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이 바라고 얻었을 때보다 훨씬 큰 즐거움이란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런 인생의 교훈을 몽마르뜨 언덕 가는 길 어느 식당에서 다시 한번 배웠다. 이제 진짜 파리 市 예술인들의 Hot Spot 몽마르뜨 언덕으로 떠나본다. 정상에 다가갈수록 경사는 더욱 가팔라지지만, 우리는 그것조차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언덕 위에 대단한 것이 있을 거라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나는 즐기기로 했다, 카르페디엠(Carpediem)



금강산도 식후경, 이제 본격적으로 올라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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