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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그니pogni Sep 30. 2021

파리(Paris)의 축소판, '아, 몽마르뜨!'

Pongi, 유라시아 여행기 : 프랑스, 파리 #7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았던 언덕의 높이
나의 인생 전망, 몽마르뜨 언덕에서 바라본 Paris 시내



몽마르뜨 꼭대기에서 마주한 황금빛 Paris!



  끊임없이 계단을 오르면서 우리는 어느새 말이 없어졌다. 등산을 하든 언덕을 오르든 어디를 오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약속한 듯이 말이 없어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이건 뭐 등산에 준하는 언덕 오르기가 아닌가! 그렇게 얼마나 계단을 올랐을까? 귓가에는 버스킹 하는 소리가 들리고, 소위 몽마르뜨 성당이라고 불리는 새하얀 샤크레쾨르(Sacré-Cœur) 성당이 가까워진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해서 뒤를 돌아보는 순간, 왜 프랑스 파리 여행을 하면 왜 사람들이 그토록 몽마르뜨를 그리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20xx년 1월 1일, 파리 시내의 황금빛 전망이 눈에 들어온다. 같은 것이라도 뭐든지 특별한 순간이 있다. 1월 1일이라서 더욱 특별했던 Golden Paris City! 천국이 있다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여느 대도시와 다를 것이 없다고 단순히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눈부신 광경이었다. 언덕 바로 아래에는 조금은 오래된 한국과는 다른 주택 단지가 가을철의 황금빛 벼처럼 펼쳐져 있고, 조금 멀리 안개 아래에는 뿌옇게 고층 빌딩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해외여행 '전망대 Lover Traveler'로서 이만큼이나 특별했던 도시 풍경은 없었으리라. 파리의 랜드마크라고 하는 개선문,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건물보다 몽마르뜨에서 봤던 도시 전경이 내 기억 속의 파리로 저장되었던 순간이다.



소위 몽마르뜨 성당이라 불리는 언덕의 랜드마크 샤크레쾨르(Sacré-Cœur) 대성당
몽마르뜨 위에 오르면 거리 곳곳에서 연주하고 버스킹하는 음악가들이 많다.



여기도 버스킹, 저기도 버스킹



 『아침엔 커피, 점심엔 단 도넛. 저녁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전망을 보고 기분이 좋았는지 나도 모르게 SG워너비의 'Ordinary People'이란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언덕에는 온통 관광객 천지. 대성당을 드나드는 사람들과 계단에 앉아 버스킹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내가 기억하기에는 우리나라에 버스킹 문화가 들어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대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홍대에 가더라도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고 해야 할까?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SNS가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일상에 깊게 자리 잡으면서 생긴 문화가 버스킹이 아닌가 싶다.


  Anyway, 이곳은 온통 버스킹 천지다! 이런 문화가 낯설었던 내게 있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한껏 여행 기분이 난다. 먼저 백인 길거리 가수의 전형적인 솔로 버스킹을 들으며 흥을 돋구웠고, 성당 옆 문쪽에 있던 흑인 악단의 신명 나는 악기 공연도 감상했다. 어쨌든 예술은 배고픈 것이라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돈'이었겠지만, 여기를 돌아보는 관광객 입장에서는 그저 재밌는 공연일 뿐. 너무 환상적인 그날의 분위기였다. 여기에 공연을 구경하는 틈새를 파고들며 에펠탑 조형물을 개당 10€에 파는 집시까지.


  파리는 예술의 도시라고들 부른다. 나는 그 '예술'이라는 것이 오르쉐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이 연상되어 고상한 예술 작품들만을 일컫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나는 깨달았다. 남녀노소, 인종과 관계없이 거리 위 어디에나 있는 것이란 사실을. 파리 시내에서는 상류층이 만들어낸 고상한 예술이 몽마르뜨 위에는 사람 냄새가 나는 예술이 존재한다. 



파리가 왜 배고픈 예술가들의 도시인지 알 수 있는 언덕 위의 예술가들
예상을 뛰어넘었던 어느 거리 미술가의 그림 실력



이게 거리 미술가들의
그림 CLASS라고??



  하얀 대성당 뒤편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거리 미술가들의 작품이 구매자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미술을 잘 모른다. 하지만 스케치북 속의 그림이 현실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이런 클래스의 예술가들이 고상하게 집에서 그린 작품을 갤러리에 팔면서 여유롭게 삶을 즐기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새해벽두부터 이렇게 언덕 위 노상으로 나오다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계를 이어 나가는 미술가가 어찌나 많던지 이런 모습에 어리둥절하면서도 감탄밖에 나오질 않았다. 그리고 초상화를 즉석에서 그려주는 사람도 있었는데, 어찌나 손이 빠르고 상세하게 얼굴을 묘사했던지 미술에 1도 관심이 없던 내가 그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그림 하나를 그려달라고 했을 뻔했다.


  몽마르뜨 언덕은 파리(Paris) 여행의 축소판 같았다. 그곳엔 파리의 전망이 있고, 예술혼이 있고, 아름다운 건축물도 있고, 그들의 삶도 있었다. 단언컨대 여기를 오지 않았다면 수박 겉핥기 식으로 파리 여행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나는 얼마 머무르지도 않은 듯싶은데, 벌써 해가 떨어지고 있다. 짧지만 굵었던 프랑스 여행. 이것을 마지막으로 나는 밤 버스를 타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떠난다. 솔직히 지하철 역사에 있는 냄새나는 노숙인들을 보면서 실망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하지만 몽마르뜨에서 나는 그들의 사람 냄새나는 삶을 경험했다. 빛이 있으면 자연스레 어둠도 있는 법. 고상하지만 고상하지만은 않은 파리의 매력에 나는 흠뻑 취해버렸다.



굿바이, 몽마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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