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gni, 유라시아 여행 - Midterm Brake에는 뭘 하지??
카자흐스탄 교환학생을 하면서 정말로 좋았던 것 하나가 있었다. 바로 Midterm Brake다. 이 기간은 한 주를 통째로 쉬면서 미리 중간고사 준비하거나 밀렸던 과제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는 취지이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인가? 항상 놀러가고 싶고, 놀고 싶은 교환학생들이 아닌가!
KIMEP대학교 기숙사에 입성하고 한 달 째. 군대 제대하고 고시 공부만 하느라 영어로 말하는 법을 잊었던 내가 직접 부딪히면서 글로벌하게 사귄 친구들이 있다. 한 명은 키르기즈스탄이란 낯선 나라의 벤(Ben), 그리고 내 인생에서 누구보다 가장 상남자 같았던 싱가포르 친구 지치엔(Ji Qien)이다. 이 외국인 두 명과 나를 포함한 한국인 교환학생 6명(위 사진에는 한 명이 빠져있음)이 모여 진정한 남자들만의 모임, Go! Choo-jam을 결성하였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거의 매일 서로의 방에 돌아가면서 기숙사 사감 몰래 술을 한 잔씩 하거나 같이 모여서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내를 돌아다녔다.
비록 키르기즈스탄 친구 벤과는 서로 오해가 있어(아니, 일방적으로 내가 삐졌다) 연락을 하진 않지만, 카자흐스탄에 있을 동안 정말 고마운 친구 중에 한 명이다. 만약 지금 다시 카자흐스탄으로 간다면 이 친구와 연락해서 맥주 한 잔 하면서 오해를 풀고 싶다. 그리고 싱가포르 친구 지치엔과는 지금도 종종 연락이 닿는다.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동남아 4개국 여행을 하다가 돌아왔었다. 그 때, 싱가포르에서 지치엔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한, 술에 완전 취해서 자다가 토를 해도 비닐봉지로 다 받아주고 누가 감기에 걸리면 직접 싱가포르식 감기에 좋은 음식을 직접 만들어줬던 가슴 따뜻한 남자다. 그렇게 우리들은 Midterm Brake 계획을 세웠다. Go! Choo-jam Family 8명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벤의 고국, 키르기즈스탄으로 우리끼리만 가기로.
키르기즈스탄은 어떤 나라일까? 중앙아시아에 있는 내륙 국가로써 가장 긴 국경을 맡대고 있는 국가는 카자흐스탄과 중국이다. 이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세계 산악 호수 중에서 두 번째로 큰 크기의 '이식쿨 호수'가 있다. 당시 한국에서 키르기즈스탄까지 여행을 다녀왔던 사람들이 많이 없어 루트, 교통수단, 숙소 등등 알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었다. 이 때 여행을 준비하며 벤이 나섰다. 친구들이 나의 모국으로 오기 때문에 모든 것은 내가 다 준비를 하겠다고. 2014년 10월 7일 ~ 11일, 총 4박 5일 여행이었다. 비록 여행 기간 중간에 코스에 대해 불만은 조금씩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을 다 준비했던 벤에게 다시 한 번 정말 감사함을 느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윗 문단에서 나는 'Go! Choo-jam Family 8명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라는 멘트를 남겼다. 사람을 더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이 기간 동안 우리가 키르기즈스탄에 간다는 것도 최대한 소문내지 않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기숙사는 너무 작은 Community였다. 누가 얘기한 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한국인을 포함한 모든 교환학생에게로 퍼졌다. 우리와 함께 Join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생겼는데, 안 된다고 할 수도 없고.... 결국 모두 받아들였다. 그래서 Midterm Brake 기간 동안 방콕에 가기로 계획한 한 명을 제외한 Go! Choo-jam Family 7명 + 기린처럼 긴 목이 특징인 오스트리아 교환학생 안드레아스(Andreas) + 부산에서 온 한국인 여학생 윤진 & 동인 + 싱가포르 여학생 아만다(Amanda) & 카이린(Kai-Lin), 그리고 혼자만의 세계를 갖고 있던 씽잉(Xin-in)까지. 총 13명의 대인원이 키르기즈스탄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설레임이 없는 것일까? 지금 같았으면 설레여서 잠도 못잤을 것 같은데 말이다. 너무 낯설은 국가라서 그런것일까? 이상했다. 카자흐스탄에 와서 너무 많은 곳을 돌아다녀서 비슷한 중앙아시아 국가이겠거니라고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다. 그 중에서 한 가지. 가장 기대됐던 점은 물가가 카자흐스탄 대비해서 훨씬 싸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사랑하는 술도 저렴하지 않겠는가? 여행 기간동안 숙소에서 여러 명이서 각종 술을 사서 먹을 생각에 신났다.
그렇게 10월 7일 화요일 아침이 다가왔다. 공부는 모르겠고, 내 인생에 더 더움이 될 경험을 쌓기 위해 떠난다. 그런데, 어떻게 키르기즈스탄까지 갈까? Ben이 13명이 탈 수 있는 Van과 기사를 수배했다. 알마티에서 국경까지 3시간, 다시 국경에서 키르기즈스탄의 수도 비슈케크까지 1시간 30분 정도가 더 소요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육로로 국경을 넘어본다. 과연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막상 당일 아침이되니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처음 알마티 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기분으로 미지의 세계로 떠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