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1일 차, 별서방 나도 프랑스 같이 갈까?
별서방, 나는 여기가 가장 기대돼!
앤틱(Antique)을 사랑하는 장모님. 처음 처갓집을 방문했을 때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바닥재는 대리석이고, 집 곳곳에는 각종 앤틱 인테리어 소품이 가득했던 곳. 이렇게 앤틱하게 꾸며진 집은 당시 처음봐서 오로지 모던함만 알고 살았던 내게 있어 작은 문화 충격이었다. 물론 지금의 나는 이런 모습이 익숙할뿐만 아니라 앤틱의 매력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이런 관점에서 프랑스 파리는 어느 유럽 여행지보다 앤틱함의 정수를 볼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루이 14세로 대표되는 절대 왕정 시기 왕가의 사치와 향락 때문에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는데, 당시 문화유산이 현대로 이어져 프랑스의 대표 관광지가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
대표적인 여행지로 베르사유 궁전이 있지만, 이는 나와 아내도 식상하고 이미 파리 패키지 여행을 다녀오셨던 장모님 역시 식상한 장소였다. 여기서 장모님 취향을 좇아 관광지를 탐색하다가 눈에 들어온 곳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오페라 가르니에(Palais Garnier).
공식 명칭은 '음악 국립 아카데미, 오페라 극장'으로써 실제 오페라 공연이 열리고 있는 극장이다. 하지만, 일반 관광객에게도 개방되어 입장 시간 內 입장료를 지불하면 극장을 관람할 수 있다. 오페라 가르니에 홈페이지에서 Time Slot 티켓으로 예약하고 들어가는 것이 편리하다.
콩시에르주리와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예매한 티켓 시간대에 맞춰 도착한 오페라 가르니에 입구는 생각보다 붐비지 않았다. 다만, 내부로 들어가니 엄청난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안내 표지판을 따라 걸어가다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그 엄청난 모습을 보고 아주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동안 세계 25개국 50여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봤던 그 어떤 장소보다 가장 화려했던 곳이었다. 호박방으로 유명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카테리나 궁전보다도 말이다. 아내와 장모님 역시 화려함의 극치에 빠져든 표정이었다. 첫인상만으로도 입장료 값어치는 충분히 다했던 오페라 가르니에였다.
별다른 동선이 없었던 오페라 가르니에,
이제 발길따라 구석구석 들어가볼까?
"어떤 방을 먼저 들어가야 하지?"
일단 안에는 들어왔다. 그런데, 첫 어두컴컴한 입구에 있는 표지판을 제외하고는 안내 표지판이 없었다. 마치 깐느 영화제 레드카펫을 걷는 기분으로 2층, 3층에 올라왔는데, 아무런 표지판이 없어 잠시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내가 '파워 J'이긴 하지만 언제 이런 걸 하나씩 신경쓰고 돌아다녔나 싶었던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어쨌든 내가 리더니까 당당하게 발길 닿는대로 들어가보자!
오페라 가르니에서 가장 유명한 방이 두 군데가 있다. 하나는 샤갈의 천장 그림으로 유명한 오페라 극장, 또 하나는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으나 웬만한 유명 궁궐 이상의 화려함이 있는 긴 복도같은 방이 하나 있었다.
그렇지만, 어디를 가더라도 포토존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그야말로 제대로 눈호강을 했던 오페라 가르니에 관람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앤틱의 결정체 천장과 샹들리에 그리고 대형 거울 앞에서 함께 사진도 찍고 피곤할 틈새없이 쏜살처럼 시간이 흘러갔다.
때마침 비가 추적추적 내려 야외 명소를 돌아다니기 힘든 상황에서의 이곳 관람은 아주 탁월한 선택! 그냥 발길따라 걷다가 멈춰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순간순간의 시간이 축복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여차저차 해리포터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가르니에 內 비밀의 방과 같았던 서재 공간도 지나다니고 하다가 베르사유 궁전 이상의 화려함으로 유명한 그 화려함의 끝판왕이었던 방을 마침내 찾았다.
굳이 베르사유 궁전을 가지 않아도 유럽 프랑스 여행 파리 도심속에 이런 공간이 있다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황금빛 조명이라 사진은 인증샷 정도로 찍을 수밖에 없었지만, 눈에 담는 것만으로 벅찰 정도로 그 화려한 공간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장모님을 포함하여 우리 모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리고나서 계속 샤갈의 방을 찾기 위해 분주히 발걸음을 움직였다. 생각보다 빨리 나타나지는 않았는데, 뭔가 사람들이 입구에서 차량 정체 현상처럼 몰려있는 것을 보고 내가 찾는 곳이 저기구나 싶었다.
기어코 찾아낸 마지막 하이라이트, 샤갈의 천장 벽화가 있는 오페라 극장. 실제로 오페라 공연을 하는 공간이라 공연이 있는 당일에는 관광객에게 오픈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어쨌든 이렇게 실물을 영접할 수 있으니 Lucky한 것이겠죠. 광각 렌즈를 사용하지 않으면 천장 그림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천장 벽화였습니다. 그야말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런 곳에서 오페라 공연을 볼 수 있는 파리지앵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나서 마지막으로 오페라 가르니에 근방에 있는 라파예트 갤러리 본점을 방문하고 유럽 프랑스 파리 여행 1일 차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엄청 화려한 백화점 천장이 유명한 곳이었는데, 오페라 가르니에를 보고난 후라서 그런지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것은 안 비밀이었습니다.
저는 명품 쇼핑을 장모님이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어서 명품의 본고장, 파리의 중심 라파예트 백화점에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관심이 없으셔서 또 장모님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됐었죠.
7월 말의 파리, 비가 간헐적으로 미친 듯이 쏟아졌습니다. 내일은 화창한 햇살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숙소로 돌아갔는데요. 2일 차는 또 별서방과 장모님은 어떤 여행을 했을까요? 다음 번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