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잘할 수 있을까?
<채식주의자 읽기>가 당장 내일이다.
이번 주가 시작되면서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채식주의자>를 읽는 모임을 내 블로그에서 제안했고, 감사하게도 일곱 명의 참가자가 모집되었는데 그날이 바로 금요일, 내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호스트로 진행하는 독서 모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간헐적으로 독서 모임을 해 왔고, 매번 3~4명의 참가자들이 있었고, 여느 독서 모임이 그렇듯 어느 정도의 뿌듯함과 개운함으로 잘 마무리되곤 했다.
그런데 유난히 긴장되는 이유는,
몇 달 전부터 독서 모임의 호스트로 꼭 닮고 싶은 롤모델이 생기면서 '호스트의 역할'에 대한 나의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녀를 알고 난 뒤로 내가 호스트가 될 생각은 안 했다. 그녀만큼 해 낼 자신이 없었다.
'아, 독서 모임을 진행한다는 건 이런 거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
그동안의 나의 참가자들에게 얼마나 미안하고 고마워졌는지 모른다.
노벨상의 여파 덕분이겠지만, 이번에 가장 많은 참여자들과 함께 하게 됐다. 참가자 모집 글을 쓰며 야심 차게 10명을 제안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모집되는 속도를 보며 사실은 덜컥 겁이 나서 7명 즈음 모집되었을 때 마감 공지를 띄웠었다. 9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한 명 한 명 충분히 발언할 수 있도록 내가 잘 진행할 수 있을지 스스로가 못 미더웠다. <채식주의자>는 논의할 만한 주제가 많을 것인데. '엄마의 시선으로 읽는'이라는 부제까지 있으므로 자칫 얕은 수준의 토론이나 논쟁으로 끝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일곱 명의 참가자로 마감한 것에 좀더 솔직하자면, 10명이 다 안 차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제안한 모임이 좋은 반응을 가져올 때, 마치 나의 능력처럼 느껴지는 이 기분을 놓기 싫었다.(와, 너무 솔직한 거 아냐)
자, 이쯤에서 인정이를 불러보자.
성공적인 모객은 내 능력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책, <채식주의자>의 명성 덕이 분명 있었겠지만
꾸준히 블로그를 통해 책 읽는 사람이자 국어 교사로서 내 정체성과 전문성을 노출한 덕분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나의 롤모델만큼의 진행을 못할지도 모른다. 확실히 그럴 것이다. 왜냐면, 나는 그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소설을 읽어내는 탁월한 안목과 통찰을 가진 사람이지만, '엄마들'과 함께 채식주의자를 읽고자 하는 동기는 그녀가 아니라 나에게 있었다. 그러니 이 독서 모임은 호스트로서의 능력 여부가 어떻든 간에 내가 진행할 수밖에 없는 적임자다.
걱정과 불안은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내가 잘하고 싶구나, 잘 해내고 싶구나, 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채식주의자'에 대한 논문을 엮은 <채식주의자 깊이 읽기>를 사서 읽어보려 했으나, 절반만 읽고 책장에 그대로 꽂아둔 노력도 인정하자. 읽다가 만 이유는, 타인의 해석으로 나의 독서 경험이 제한될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읽는 사람의 고유한 경험이 책과 만날 때 책 읽는 즐거움이 큰 법이고, 함께 읽고 나누는 생각에서 자신의 세계가 넓어지는 법이다. 그래서 <채식주의자 깊이 읽기>는 나의 감상이 생긴 뒤에 비교하며 읽는 게 더 적절하다 판단했고, 그 판단을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모임이 잘 되면, 한 달에 한 번은 계속 독서 모임을 꾸준히 하고 싶어 하던 그 마음도 기억하자. 자꾸 '그녀만큼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지만 하다 보면 그 근처 언저리라도 가 있겠지.
무엇보다 내가 되고 싶은 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가 하는 일, 사람들의 읽기 경험을 확장해 주는 역할이라는 점을 잊지 않기로 한다.
앗, 정확하게 독서 모임 24시간 전이다! 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