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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시옷 Nov 25. 2023

5. 부부교사로 산다는 것.

우리는 부부교사다. 별다른 이벤트가 없다면 예순 살까지 정기적인 수입이 있을 것이다. 아이가 셋이라 저축은커녕 대출빚도 갚기 힘들지만 지방 중소도시에서 자가 한 채는 남겨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런 나의 상황에 몹시 감사하면서도 종종 답답증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런 고민을 다른 직종 사람들에게 내보이긴 무척 조심스럽다. 

어떤 이는 우리를 '로열패밀리'라 부른다. 일 년에 한 번쯤, 명절 수당에 정근 수당, 보충수업비까지 월급과 한 번에 들어오는 그때  '로열' 비슷한 기분을 잠깐 느끼긴 한다.

그러나 일 년에 11개월은 쪼들린다.

어르신들이 '라떼는 3만 원짜리 셋방에서 시작했어야'하는 말처럼, 우리 부부도 천만 원짜리 전세로 시작했다. (오천만 원 전세였는데, 그중 사천만 원이 빚!)

'라떼는 그 3만 원짜리 셋방에서 애도 다 키웠어!'라는 어르신들의 연이은 멘트는 다행히 우리 부부를 비껴갔다. 결혼 11년 차에 접어드는 현재 33평 자가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빚은 훨씬 불어났지만, 일단 가진 것만 생각하자.) 이만하면 성공일까? 알뜰살뜰하게 빚만 잘 갚으며 살아도 될까?


교직에는  k-장녀, 장남이 특히 많은 듯하다. 어떤 사연에서든 안정적인 수입이 좀 더 우선순위였던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경제적 지원을 받을 데는 없지만 줘야 할 데는 많다 공통점이 있다.

내가 그렇고, 남편이 그렇다.

한 가지 다행이자 감사한 일은 양가 부모님들께서 아직 건강하시단 사실인데, 언젠가는 경제적으로 부담을 져야 할 것이라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는 육아로 인해 수입보다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우리 집의 경제구조다.

만약 우리가 딩크였거나, 아이가 하나였다면 어땠을까?

아이들은 돌보는 사람의 시간을 먹고 자라는 법, 요일마다 다른 아이들의 스케줄에 따라 등하원을 같이 하고 간식을 챙겨주고, 그날그날의 땟거리를 챙겨주는 일을 친정엄마가 해주신다. 나는 엄마의 시간을 돈으로 사는 데 월급의 반 이상을 쓴다.

초등3학년인 첫째를 교과 관련 학원에 보내지 않고 엄마아빠 주도학습을 하는 덕분에 그나마 교육비크게 아끼는 중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교육비를 아낄 수 있을 것이며, 철철이 드는 옷값에 핸드폰에, 용돈에.......


영유 보내는 거 아니고, 고액 과외할 거 아니고, 철철이 해외여행 갈 거 아니고, 골프 같은 취미 따위 생각지도 않고.

(내 취미는 돈 안 드는 글쓰기)

남들 하는 대로 때 되면 학원 보내고, 대학 보내고, 시집장가보내려는데 주는 월급만 받으면서 살다 간 늘 허덕거릴 것 같은 불안함이 있다.

왜 교직 월급만으로 생활하는 게 어렵지?

우리는 전문직인데, 전문직 맞벌이가 왜 이렇게 쪼들리지?

다른 사람들이 퍼스널브랜딩을 꿈꾸는 이유는 뭘까.

나는 아무리 잘 포장해보려 해도 결국 '돈' 때문이다.

가끔 수학교사인 남편이 사교육으로 갔더라면, 나는 대단지 아파트에서 독서논술을 가르쳤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그 나름의 고단함이 왜 없겠느냐만,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웠을 것 같다,


가.

정말 그랬다면 셋 키울 생각은 못 했겠.

내가 태어나서 젤 잘한 일이 셋째까지 낳은 일고, 부부교사로 살며 가장 크게 얻은 것이 있다면 역시 나의 아이들이다.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었던 휴직과 육아시간, 유치원 방학과 우리의 방학이 겹치기도 하는 라이프 스타일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행복한 일이긴 했으니까.

어휴, 이러니 어디 가서 앓는 소리를 못 할 수밖에.

아이 셋을 키울 용기를 준 것도, 키울 여력이 되지 않는 막막함을 준 것도 교직라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교직으로 얻는 수입으로는 세 아이 육아와 교육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

나는 교육활동의 전문가이고, 그에 상응하는 수익구조를 나라가 해결해주지 못한다면 스스로라도 해결해야 한다.

부부교사에게도 퍼스널브랜딩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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