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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시옷 Nov 15. 2023

1. 교직탈출은 지능순

점심 먹고 선생님들과 학교 운동장을 산책삼아 한바퀴 도는 중에 누군가 말했다.

"요즘 젊은 선생님들 사이에 스터디가 유행이라던데?" 이름하야 '교직탈출 스터디'라고 한다.

"와, 그런 게 있나? 우리도 좀 끼고 싶다~ "하고 웃었지만

다들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가만보자,

지방탈출, 가난탈출, 육아탈출, 대한민국탈출까지

온갖 것들이 지능순 탈출이라는데 교직이 더해졌단 말이지?

뭐야, 지방살고 빚많고 애키우며 학교선생인 내 인생은

지옥불에 던져진 건가.


특히나 이번 여름에는 검은 옷을 입고 뜨거운 볕 아래 앉아있는 교사들의 모습을 sns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종종 시민으로서 집회 참가는 했어도 '교사'라는 정체성을 내건 집회 주최와 참여는 최초이지 않을까. 그만큼 교권 침해, 수업권 침해의 심각성이 크다는 뜻임을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아마도 올해 교대와 사범대는 인기가 떨어져 입시 컷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돈다.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나는 수능원서를 쓰기 전부터 분위기 변화를 체감 중이다.  학생들에게 사범대나 교대 진학을 권하지 않는 교사는 애진작에 많았다. 안정성 하나를 제외한다면 연봉으로 보나 교실 상황을 보나 권할만 하지 않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교사가 '꿈'이라는 학생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보는 순간, 그래 열심히 해봐라 넌 해낼거다, 라는 멘트로 진학 상담을 마무리짓곤 했으나 이제 그런 멘트는 굳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안정성'이라는 치명적 매력에 끌리다간 진짜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사실 교의 새싹들이 싹을 감췄다. 똑똑한 아이들은 지금도 탈출이 자명해 보이는 곳에 일찌감치 얼씬거리지 않는 길을 택했다.


그 뜨겁던 여름에 마주한 개인적 사건은,

1학기 동안 수업을 함께 했던 동교과 선생님의 '의원면직'이었다. 의원면직이란, 공무원 본인이 신청하여 공무원으로서의 자격을 내려놓는 것이다.

나와 나이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선생님이셨는데, 무슨 이유로 20년 가까이 남은 교직을 그만두신 건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으셨고 그야말로 갑작스럽게 학교를 떠나셨다.

짐작되는 바가 기는 했.

선생님과 나는 같은 학년, 같은 교과를 가르치며 1학기 평가를 두 번 치르는 동안 학생과 학부모의 어이없는 이의제기에 시달렸다. 생활지도에 많은 애를 쓰는 초등과 달리,고등학교의 교권 수업권 침해는 조금 다르다.  0.1점에도내신 등급이 나눠지는 치열한 경쟁구도의 입시제도 아래 아이들은 갈수록 예민해지고, 교사는 수업과 평가에 재량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상황.

선생님께는 어쩌면 평가 이후 밀려왔던 그 민원들이 기폭제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짐작만 할 뿐, 감히 물을 수는 없었다.


 여전히 학교에 남아있는 교사들의 마음에는 제각각 복잡한 감정이 얽혔겠지만, 많은 이들의 감정선을 꿰뚫을 한 가지가 있다면 '응원'과 '부러움'이었다. 남아있는 우리는 떠난 사람이 가진 만큼의 용기가 없고, 다른 삶에 대한 상상력은 더 없으니까.

모두가 교직탈출을 희하지 않는다. 어떤 교사에게는 '탈출'이라는 단어 거북할 있겠다. 그러나 나이 마흔이 되어보니 다른 사람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라. 나는 가르칠 기회가 될 때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친다. 다른 사람의 가치관에 자신을 끼워 맞추지 말고 자기 자신과 가장 친하게, 사이좋게 지내라고.

운이 좋았을 뿐, 언론에서 접하는 교사의 불행은 언제든 의 불행이 될 수 있다. 나는 굳이 지능 높은 사람이고 싶진 않으나, 다른 삶에 대한 상상력과 용기를 가진 사람이고 싶다.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갖추고 싶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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