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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시옷 Nov 16. 2023

2. 브런치 작가 되기, 다섯 번째만에 드디어 성공.

작가 되기 '꿀팁'보다 중요한 것.

오쌤의 퍼스널 브랜딩 강의를 수강하면서 브런치 작가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결심이 섰었다. 이미 네번이나 떨어졌으니 다섯 번째 떨어지더라도 뭐 어떠랴 싶었다. 오히려 궁금했다. 나는 대체 몇 번이나 탈락할까, 언제까지 도전할까 하고.

총 4차시의 강의를 듣다보면 나란 사람 뭐가 달라도 달라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브런치에 발자취나 남겨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1차시 수강이 끝나고 열심히 글을 쓰고 보니 이건 일기도 안 될 수준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내돈내산'이라 태그붙 후기글에 가깝다고, 오쌤이 알려주셨다.


오쌤이 브런치에 쓴 내 글을 어떻게 아셨느냐?

글 속에 오쌤의 강의내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 연락을 드렸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해 보려는데 선생님께서 좀 보셔야 할 것 같다, 정성과 노력이 담긴 강의 내용을 내가 무단배포 수준으로 글에 적은 듯 하다, 물론 작가 신청이 덜컥 된다는 보장 없으니 영영 내 서랍에만 저장될지도 모르나 사람일은 모르지 않냐, 혹시 괜찮다하시면 이 글을 작가 신청 자료로 보내도 되겠습니까?' 하고.

카톡이 왔다, 통화를 하고 싶다고. 보내드린 내 글을 읽으니 나란 사람이 궁금해진다고.

그래, 그 한 문장 덕분이었다. '당신이 궁금하다'는 말.


20여분간의  통화로 몇 가지의 질문과 답이 오갔고, 생각보다 내 글이 고칠 점이 많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후기글처럼 느껴지는 데다, 정해진 분량에 담고 있는 이야기와 등장인물이 너무 많았다. 어떤 사람을 독자로 예상하고 썼는지조차 모호했다.

전화를 끊고 곰곰이 정리해보니 문제는 하나로 요약됐다.

상대방이 궁금해하는 '나'가 글 속에 드러나지 않는다 점.

강의 내용, 강의 하는 사람, 강의 듣는 사람 등 나만 빼고 정말 다 있었다.

오쌤은 글 속에 내가 없어서 내가 궁금해졌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 주인장은 대체 어떤 사람인건가? 하고 말이다.  세상에, 글 속에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상대를 궁금하게 만들다니, 이것도 능력걸까.

그동안 내 이야기를 누가 궁금해할까 확신이 없었다.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가진 불안을 어쩔 수 없이 나도 안고 살았다.(여전히 조금은 남아 있다.)

다른 사람 이야기는 '몰라서'도 잘 못 적는다는 것, 독자는 내가 전하는 다른 사람이야기는 궁금하지 않다는 것, 내 안에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빙빙 돌아가고 있었다는 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래, 주인공은 원래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그렇다면 이제 진짜 내 이야기를 할 차례인가. 

나는 '나'이야기 해야겠다고 작정했다. 그러자 내 글을 읽어줄 예상독자도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교직이 아닌 다른 길을 한번쯤 꿈꾸어 본 사람, 어딘가에서 각자도생하고 있을 동료교사들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그리고 작가 신청 24시간이 되지 않아 합격 메일을 받았다.




당신이 궁금하다'말'이 주는 힘을 처음 알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눈을 마주치거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옅게 미소짓거나 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 태도가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비언어, 강한 것은 '말'이다.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사이면 특히 그렇다.

'당신이 궁금하다'라는 말은 그 어떤 필요나 댓가없이 순수한, 존재에 대한 온전한 관심을 표현한 말이다. 그래서 밖으로만 향하던 시선을 온전히 안으로 향하게 했고, 내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 질문으로 나에 대한 궁금증을 표현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내 글의 문제점은 십년 뒤에도 혼자서는 못 찾았을 것 같다.

우리가 서로에게 관심을 주어야 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혼자서는 자신을 잘 들여다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가 질문하면 그때부터 찾기 시작된다. 타인으로부터 시작된 질문이지만 끝내 답은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답을 찾은 이는  또 누군가에게 질문하기 위해 길을 나설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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