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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시옷 Mar 27. 2024

여고생들 옆에서 두드러지는 나의 노화

건강한 마흔한 살이었다면 좀 달랐을까.

아이들이 이렇게 예뻤나.

3월 내내 17살의 생명력이 뿜어내는 생기와 싱그러움에 감탄하며 다녔다. 남고에서 느껴보지 못한 즐거움이다.

다만 그 옆에서 두드러지는 나의 노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급하게 진행되는 노화가 아닐까 억울해진다.

억울하다니, 어여쁜 열일곱이 들으면 웃겠다.

나이 차가 무려 스물 넷이다. 건강한 마흔한 살도 열 일곱 옆에서 아무렇지 않을 순 없데.


지금도 병원에서 진료 대기 중 글을 쓴다.

작년 10월 자궁내막증 수술을 받은 이후로 한 달에 한 번씩 데포(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다. 주사는 난소의 기능을 쉬게 하며 생리를 멈춘다. 그래서 나는 지금 강제 폐경 상태로 온갖 갱년기 증상을 겪고 있.

탈모, 푸석함, 곤함, 불면증, 우울증 등 사람마다 증상의 종류와 정도가 다양한데, 그중 내가 가장 경계했던 부작용이 마지막 6회 차 주사 접종을 앞두고 온 것 같다.

우울증.

긍정적인 생각이나 일상감사함, 작은 성취들로 기분이 전환되지 않으며, 열일곱 살들 옆에서 나의 늙음을 비교하고 앉은 꼴을 보자면 확실히 이건 우울증이다.


호르몬 주사를 끊는다고만 해결되지 않아 문제고,

건강하지 못한 장기가 자궁만은 아니라 더 문제다


갑상선 결절로 추적관찰 중이었는데

2월 건강검진에서 기능저하증 직전 단계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럼 대체 이 오한과 두통, 부종은 갑상선 때문인가,

데포 주사 때문인가?

이 와중에 지금 핸드폰을 하며 진료 대기 내내 서 있게 만드는 허리디스크는 자기를 잊지 말라고 종종 통증으로 신호를 보내고.

서 있느라 부담이 막중한 다리와 발이 아킬레스 건염으로 역시 통증을 호소한다.


건강한 일상이 꼭 내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거라고,

어느 책에서 읽고 밑줄을 꾹꾹 그었지만.

질병과 노화,

빼기 없이 더하기만 있는 생의 무게까지

어찌할 바 모르게 나를 주저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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