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작가가 쓴 글에 댓글과 함께 응원금을 더하여 보내는 창작지원시스템이 생겼다.
나란 사람, 내 글을 수익화할 능력은 없고, 다른 사람 글을 적극적으로 수익화해 주는 데 여념 없을 인간.
그래서 '지금 뜨고 있는 글' 이런 거 절대 안 보려고~ 안 보려고~ 하다가 오늘 그만 읽고 말았다.
인지기능장애가 있는 남편의 간병과 아직 어린 아들 육아를 위해 본인의 항암치료를 거부한 사연이었다.
대체 세상은 왜 이렇게까지 불공평해야 하는가.
댓글을 꼭 써야 응원금을 남길 수 있어서 뭐라고 쓸까 한참 고민하다가 '글 계속 써 주세요'라고만 했다.
나 말고 서른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응원을 남겼다.
돈 벌자고 글 쓰는 건 아니지만
글 써서 돈이 된다는 건 희망이다.
특히 누군가,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다른 길을 찾지 못하고 주저앉아 맨손으로 흙바닥을 쓸고 있는 사람에게는.
한 편의 글이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를 위로하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쓰는 사람을 돌보게 하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어제 모의고사 국어 시험지에 실린 천양희 시인의 시처럼,
우리의 읽기와 쓰기는 누군가의 막막함을 오르게 하는 푸른 바람 같은 것,
읽고 쓰는 모든 이의 마음 수수밭이 환해지기를.
<마음의 수수밭>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 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 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내려다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 번 머리를 흔들고 산 속의 산, 산 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 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번쩍 제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 때마다 우짖는 내 속의 목탁새들
나를 깨운다.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千佛山)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