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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시옷 May 07. 2024

쓰는 사람 중에 나 같은 사람도 있겠지.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하는 걱정

글을 쓸 때 대부분 서서 쓰고 가끔누워서 는데, 

지금 이 글은 서서 쓰고 있다.

나는 밥 먹을 때도, 아이들과 놀아줄 때도, 카페에서도, 심지어 교무실에 있을 때도 스탠딩 데스크를 쓰며 서 있을 때가 많다.


허리가 고장 나서 어쩔 수 없다.


스무 살 되기 전에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한 번 했고, 그 이후로도 수시로 아팠는데 젊음이 주는 회복력에 고마운 줄 모르다가 3년 전에 아주 크게 탈이 났다. 걷지 못하는 건 물론, 잠깐 서 있는 것도 고통스러워서 씻지도 못하고 밥도 누워 먹었다. 그때 내가 브런치 작가였다면 정말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글이 수십 편 나왔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그 힘든 시간을 지나 지금의 나는 남들처럼 편하게 앉아 생활하기를 포기했고, 그에 따른 불편함이 아주 많다. 특히 읽기와 쓰기가 자유롭지 못하다. 내내 서 있는 생활로 족저근막염과 하지정맥을 새롭게 떠안다 보니, 요즘은 허리 아픈 줄 모를 정도로 다리가 아프다.

읽고 쓸 때 가장 좋은 자세는 책상 앞에 앉는 자세다. 그게 안 된다면 서야 하고, 그마저 어렵다면 최후의 방법으로 누워야 하는데, 아마 요즘 내 어깨가 자꾸 굳는 이유는 누워서 읽고 쓰는 습관이 나비효과처럼 불러일으킨 새로운 질환의 예고가 아닐는지.

근골격계 질환이 겉으로 티 안 나면서 은근 사람을 피폐하게 하는 데가 있다.


당장 죽을병 아니니까 어디 가서 앓는 소리 웬만해선 하지 않는다. 브런치에도 쓸까 말까 한동안 망설였다. 크게 아픈 분들의 이야기를 간혹 읽는데, 그분들께 나의 건강 걱정이 오히려 상처가 될까 해서다.

그럼에도 쓰는 이유는, 요즘 글만 쓰고 살고 싶다는 나름 진지한 고민을 할 정도기 때문이다. 재밌기도 하고, 마음 수양에 도움되기도 하고.

글쓰기의 소재 고갈, 스킬 부족, 동기 부족, 실천의지 부족 등 많은 사람들이 하는 고민을 나도 한다.

그런데 내가 하는 고민은 나만 하는 걸까.

앉고 싶다. 편하게 앉아서 쓰고 싶다.카페에 앉아서 공부하거나 글 쓰는 사람이 많이 부럽다.

서서 쓸까 누워 쓸까,

십 년 뒤에도 나는 서서 글을 써야 하는 걸까,

아니 그렇게 서서라도 쓸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을 자꾸 한다.

괜찮았던 불편함이 너무 크게 다가오는 건

내가 글 쓰는 일을 많이 좋아해서고,

사실에 근거해 위안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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