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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시옷 Jun 21. 2024

자퇴하는 d 때문에 아침부터 눈물 바람

예사롭지 않았건만, 내 생각보다도 훨씬 예사롭지 않은 아이였다.

어제 이 아이가 자퇴를 한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얼마나 허전했는지 모른다. 짧은 3개월 동안 이렇게 정을 많이 줬었나, 내가. 몇 마디 대화도 안 하고 그냥 지켜보기만 했는데 혼자 짝사랑을 했나 보다.


오늘 1교시에 마침 d가 있는 반 수업이라, 자퇴한다며? 선생님하고도 얘기 좀 해~ 하고 교실 밖으로 불렀다.

어떤 결정을 하든 응원만 해 주면 되는 아이라는 걸 안다.

그저 궁금했다.

어떤 마음이 있었고, 어떤 계획과 생각을 하는지.

대답은 역시나. 학교 공부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고.

자퇴하면 집에서 읽고 싶은 책 읽으며 즐겁게 공부하고, 관심사를 넓혀나가고 싶다고 했다.

아니 근데 d의 말에 나 왜 미안하지? 갑자기 눈물이.

마침 담임선생님이 오셔서 "선생님 울지 마세요~" 했다.

그리고 d의 어머님이 자퇴신청서를 작성하러 오셨다며 d와 함께 내려가셨다.

나는 그대로 교실에 들어가기가 민망해서 괜히 1학년 교무실에 들러 물 한잔을 찾았다.

아침 담소를 나누는 담임선생님들 옆에서 d 얘기를 꺼냈고, 저 울었잖아요.ㅠㅠ 했더니

수학선생님이 "수학 때문인가 봐요. 시간 내에 제출해야 해서 일단 쓰라고 학기 초부터 내내 그랬는데"

국어선생님 나는 "저는 다른 수업 빌려 들어가면서까지 얼마나 설명을 해댔다고요."

서로 자기 탓이라고 막...


d의 부모님은 그간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알 길 없지만 결과적으로 아이의 결정을 존중해 주셨고,

d는 ppt를 만들어 자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을 담임선생님께 발표했다고 한다.

자신의 자퇴를 말리지 말라는 기운을 뿜뿜 하며.

그렇게까지 안 해도 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제 속도에 충실히 인생을 살아가는 아이란 것을 모든 선생님들이 다 알아봤다, 그 짧은 3개월 동안.

자퇴를 결심하고도 수업 듣는 내내 눈을 반짝거렸던 아이다.

자습 시간인 지금도 자신이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뭔가를 끄적끄적 쓰고 있다.


학교를 걸어 나간 아이가 일으킨 파동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잔잔해질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진도를 나가고, 시험을 치고, 울었다가 웃었다가 할 것인데

그런 내 삶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오늘 딱 하루만 생각해 보고,

너무 오래 이 감정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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