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의 시작과 끝을 매일 보고 삽니다.
소소하게 화가 나는 날
시험 기간이다.
시험 감독 아니면 자습감독을 하는데 그중 가장 하기 싫은 게 3학년 자습 감독이다.
고교학점제 덕분으로 아이들의 시험 시간표가 다 달라서 같은 층에 있는 교실이지만 시험 치는 교실이 있고, 시험 안 치는 교실이 있다. 그럴 때 시험 안 치는 교실 자습 감독은 아주 많이 피곤하다.
오늘 2교시에 들어간 3학년 자습 감독은 특히 피곤했는데, 애들이 대체 조용히 할 생각이 없는 거다. 루미큐브 꺼내놓고 보드게임하는 상황 무엇?
황당해서 넣으라 했더니 나보다 더 황당해한다.
알고 보니 시험이 다 끝났다. 자기들이 선택한 과목 시험은 다 끝이 난 데다 대입에 반영되는 1학기 공부는 이걸로 끝났으니 수능 최저 합을 맞춰야 하는 상위권 대학이 목표가 아니라면 해방 수준이다.
그래도 시험 치는 반이 있는데 조용히 좀 하라고.
시끄러워서 못 자겠다고 복도에서 자는 애를 깨워 교실로 들어가라니 도끼눈을 뜬다.
시끄러우면 조용히 하라고 친구들한테 말을 하든지.
했더니
내가 왜요? 하고 또 짜증.
남의 새끼 뭐라 할 것 없다.
엄마 주도적으로 쉬멍놀멍 공부하시는 열한 살이가 오늘따라 못 마땅하다.
- 경시대회 문제 인쇄해 왔으니까 틀린 거 풀어보자
* 오늘은 안 하고 싶어요.
- (밤 아홉 시에 피아노 침. 헤드셋을 썼지만.) 오늘 해야 할 거 다 안 하고 피아노 치는 건 좀 아닌데? 양치하고 그냥 일찍 자자
*싫은데요.
- 엄마가 말 안 했으면 남은 공부 하기보다 계속 피아노 치다가 잤을 것 같은데?
* 아닌데요.
세모나게 눈 뜨고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거 진짜 와,
한 대 때리고 싶다.
이제 시작이겠지? '내가 왜요'도 열한 살이 입에서 나오는 건 시간문제일 뿐.
그러니 겨우 이 정도로 열받지 말자.
크게 의미 두지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