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를 찾으면 버림받게 된다.
블로그 글 쓰다 세 번 날려먹고
똑같은 글을 세 번 썼다.
블로그에 쓰고 있었는데 '작성취소'를 누르는 바람에 그만.
잘 쓰고 싶어서 더 긴장했을까, 평소라면 잘하지 않을 실수를 했다.
두 번째로 글이 날아간 다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 어차피 써도 내가 원하는 피드백은 못 받아.
- 다시 쓰면 더 좋은 글이 될 거야.
최근에 철학자 강신주의 '장자' 강연을 유튜브에서 봤다.
쓸모없음이 쓸모 있음을 가능하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쓸모 있으려고 글을 쓰는 사람인지라, 쓰면 쓸수록 조바심이 났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강신주의 비유대로 만약 글쓰기가 나에게 '쓸모 있음'이라면, 글쓰기(발 딛고 서 있는 땅)만 남고 나머지(발 딛고 서 있는 땅을 제외하고 황천까지 닿아있는 땅)가 다 나에게서 사라지면?
쓸모 있다 여긴 글쓰기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진다.
내 글은 쓸모가 없다.
다 아는데,
글이 날아간 그 순간에는 너무 아깝고 화가 났다.
마음을 겨우 다 잡고 다시 써서 완성한 글에 댓글이 달리는데
육아하며 하루에 삼백만 원씩 벌었다는 사람들이 다는 댓글이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너 글쓰기에 진심이구나?라는 확인을 했다.
포기했다면 내가 나에게 실망했을 것이다.
글쓰기가 나를 버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