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강아지를 키울 자격이 못 되지만 가끔 상상은 해보곤 합니다. 몸은 통통한데 다리는 짧은(조승우가 키우는 곰자st) 취향 저격의 강아지 한 마리를 품에 안습니다. 같이 살기로 했으니 부를 이름을 정해야겠지요. 녀석의 이름을 고민해 봅니다. 다양한 이름이 떠오르지만 어째서인지 항상 이 지점에서 상상은 멈추거나 끝이 납니다. 왜냐면 이름 짓는 게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제가 강아지 이름을 정할 때는 두 가지 기준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정겨운 네이밍이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춘식이 고순이 탱자 같은. 사실 정겹다기보다는 개인적인 취향에 가까운 이름이지만요.
다음이 가장 중요한데요. 바로 강아지가 아파서 병원을 간다면 울고 불면서 말할 수 있는 이름인가입니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이런 것이죠.
"헉.. 선생님! 저희 애가 너무 아파요. 숨도 잘 못 쉬고 몸도 떨고 그래요..! 제발 살려주세요 선생님... 흑"
"아..! 네! 아이 이름이 혹시 어떻게 되나요?"
"흑흑. 아... '봉숙'이요... 흑"
이름과 울음이 영 어울리지 않아서 감정이 짜게 식어버리지 않나요. 물론 이는 상상에 국한되기 때문에 감정이 식는 것이지 아마 실제상황이었다면 봉숙이든 봉춘든 강아지부터 살릴 생각뿐이겠지죠.
하지만 어찌 됐든 두 가지 기준에 부합된 적절한 작명에 늘 실패해서 -대체로 짜게 식어서- 아직도 저는 제 상상 속에서 강아지를 못 키우고 있어요. 강아지를 키운다는 건 이렇게나 고달픈 일입니다. 벌써 몇 년째 이름만 지어주고 있는지.
언젠가는 강아지를 키울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될 거라 믿으면서 저는 오늘도 여러 이름을 떠올려 봅니다.
어딘가에 있을 춘식, 고순, 탱자, 봉숙, 봉춘아 밥 잘 먹고 아프지 말고 있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