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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월 Aug 31. 2018

다른 나라에 산다는 것

초짜의 뉴질랜드 생활기

오클랜드 공항은 쌀쌀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뉴질랜드의 날씨를 대비해 겉옷을 두르거나 한국과는 다른 옷차림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나는 무더웠던 한국의 날씨를 떠올리며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공항을 나왔다.      

해밀턴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꽤 멀었다.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 도착한 그곳의 풍경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낯선 기분도 잠시, 집에 도착해 어수선한 방에 짐을 풀고 정리를 시작했다. 이제 여기가 6개월 간 내가 살 집이다.     



사실 해외는 이번이 처음이다. 비록 여기서 산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한국에 살 땐 내가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다른 나라에 오니 느껴지기 시작했다. 당연한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그렇지 않은 것들.


뉴질랜드와 한국의 시차는 단 3시간이다. 3시간은 그리 큰 숫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차이가 매우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니까, 그 시간차를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에 더욱더 그 격차를 실감하게 된다. 평소에는 별생각 없다가도 친구와 메신저로 대화를 하거나 인터넷을 들어가 보고 나서야 시차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침 6시와 9시가 다르고 저녁 9시와 12시가 다르듯이, 한국에 있는 그들과 나의 생활패턴이 다르다고 느끼기에 3시간은 충분히 큰 차이였다.   

  

날씨도 마찬가지. 같은 하늘 아래에 있지 않으니 느끼는 온도도 다르다. 뉴질랜드는 한국과 계절이 아예 반대이기 때문에 특히 더 그렇다. 인터넷 기사나 한국과 관련된 모든 것들은 폭염을 말하고 있는데 내가 있는 이곳은 춥다. 너무 추워서 적응이 안 된다. 물론 지금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이 소리를 듣는다면 배부른 소리라 할지도 모른다. 나도 안다. 막상 나도 지금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더위가 지긋지긋할 테니까. 그런데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 더워도 같이 더운 게 아니고 추워도 같이 떠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 내가 느끼는 온도를 공유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춥게 느껴진다.     


얇은 막의 이쪽과 저쪽,
당신이 떠난 곳에서 당신이 떠나간 곳이 부푸는 것
을 본다 당신의 시간과
나의 시간도 저렇게 한 장
막으로 나뉘었겠지만

(중략)

더는 산 채로 당신의 시간 속에 부려질 수 없음을
안다

(신용목, 「소·沼」, 『아무 날의 도시』)   


다른 공간에 산다는 것이, 다른 시간에 산다는 것이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밤이다.


혼자라면 이게 다 무슨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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