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순간! 나는 더 큰 어른이 되었다.

아가야 앞으로 엄마가 진짜 조심할게.

by 스크류바

넘어지고 다음날이 되니 교통사고 난 후와 같이 근육통이 심하게 왔다. 안 아팠던 곳까지 쑤시기 시작했다.

특히, 어제는 느끼지 못했는데 발목이 부어올랐다는 걸 알았다. 제대로 걷지도 못했고 손을 딛지도 못했다.


남편은 갑작스레 회사에 휴가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늘은 친정엄마와 함께 병원을 가기로 했다.

어제 넘어졌다는 걸 알게 된 엄마는 병원을 가는 내내 끝없는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네 엄마들이 항상 하는 그런 말들.

‘너는 정신이 있는 없니’를 시작하여 ‘너는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넘어지고 있냐. 걸음마를 다시 배워야 되냐’는 둥 진짜 끝이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잔소리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끝이 났다. 짧으면 짧은 20분이 엄청나게 길게만 느껴졌다.


폭풍 잔소리로 길게만 느껴졌던 병원가는길에 딴짓 겸 찰칵


“혼자 들어가야 되는데 걸을 수는 있겠어?”

“걱정하지 마셔요. 무조건 가야지.”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천천히 조심히 앞에 보고 잘 다녀와!

똑바로 걸어! 똑바로!

“알았어. 알았어.”


코로나로 혼자만 들어가는 내 등 뒤에서도 끊임없이 소리를 치며 거듭 주의를 주었다.

절뚝거리며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오전에 전화를 해둬서 그런 건지 진료를 보기 전에 해야 하는 모든 준비를 재빠르게 마치고 소파에 앉아 편히 쉬게 해 주었다.

예약을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앞 순서들이 지나고 내 순서가 다가왔다. 30분이 지난 이후였다.




들어서자마자 의사 선생님은 ‘넘어지셨다면서요! 얼른 아가 보러 가시죠.’ 하고 나를 재촉했다.

간호사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초음파실로 들어갔다. 이제는 익숙한 듯 침대에 누워 배를 들어냈다.

약을 찌익 뿌려주시자마자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들어오셔서 초음파 기계를 내 배에 차갑게 댔다.

그 시간이 길지 않았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1분도 안 걸리는 아주 짧고 짧은 시간. 그런데 내가 잘못한 이후에 아가를 확인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고작 1분이 나에게 한나절과 같았다. 얼른 아가를 확인하고 싶었다.


“아! 우리 아가 잘 있네요. 산모님!”

“아 정말요? 어디 크게 부딪힌 건 아닌데 너무 불안해서요. 쿵 소리가 나게 넘어졌거든요.”

“네네 괜찮아요. 우리 아가. 우리 아가들은 양수와 자궁에 안전하게 있거든요. 교통사고가 나거나 심하게 부딪힌 게 아니라면 양수와 자궁이 우리 아이를 잘 보호해 줄 거예요.”

“아. 다행이에요.”


아가는 다행히 씩씩하게 잘 있었다. 꼬꼬마 우리아가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숨을 몰아 내쉬자마자 슬쩍 눈물이 날 뻔했다. 안심과 미안함이 겹쳐 혼란스러운 감정에 눈물을 흘릴 뻔했지만 꾸역꾸역 참아냈다.


“어디 발목이나 이런데는 괜찮아요?”

“아, 지금 부어있고 무릎은 피멍도 들고 다 까졌어요.”

“아이고~ 그래도 물리치료까지는 괜찮은데 엑스레이는 안 찍는 게 좋아요. 파스도 절대 안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리 아가의 안전을 확인하고 나오자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덜 아프던 발목이 엄청나게 아파와 절뚝거렸다.

운동화를 신고 있었지만 슬리퍼를 신은 거처럼 질질 끌고 겨우 나올 수 있었다.

병원을 나와 엄마를 만나자마자 엄마도 궁금했는지 아가의 안부를 물었다.

나는 웃으며 아주 괜찮고 씩씩하게 잘 있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한시름 놓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차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에게도 전화가 와서 괜찮은지 물어 똑같이 말을 해주니 남편도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알듯 했다.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뭐 먹을래?”

“몰라~”

“어휴, 누구 닮아 별난지. 꼭 너 닮은 애 낳으라.”


저 말에 나는 '나 닮으면 무진장 예쁘고 똑똑하겠네.'라고 응수했다. 그렇게 서로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장난도 치고 일상적인 수다도 떨게 되었다.

씩씩하고 즐겁게 점심을 한껏 먹고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누우니 아까 병원에서 참아낸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가에게 너무 미안했다. 평소에도 덜렁거리는 사람이긴 하지만 아가가 생기면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나는 왜 일어나고 깨달을까 싶었다.

너를 지켜주겠다고 그렇게 얘기하고 정작 나는 넘어져 버렸으니 약속을 어긴 것만 같아 이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싶었다.


며칠은 몸이 좋아질 때까지 안정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내 몸을 안정시키는 거지만 사실 놀란 우리 아가의 가슴도 안정시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이런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있던가.

누군가에게 끝없이 미안해하고 또 안심하고 순간순간에 많은 감정들이 오고 가는 게 이상하고 신기했다.

오히려 이런 감정들이 책임감을 더 크게 만들어 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나이가 30대가 되어도 나는 하염없이 어린 사람이고 엄마를 보면 아직도 어리광 피우고 싶은 줄만 알았는데 내 뱃속에 있는 작은 생명이 나를 하루가 다르게 성장시키고 있는 거 같았다. 성장을 한다는 것이 평소에 꾸준하지만 느끼는 것은 아주 미세하다. 근데 확실히 아가가 있으니 피부로 느껴지는 성장 속도는 말로 할 수가 없다.

이런 점들이 나를 더 성숙한 어른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에 무섭고 힘겨운 거 투성이 이지만 그중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오히려 온갖 결심을 강하게 해주는 그런 과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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