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의 장난은 난 이길 수 없어.
오르락내리락하는 기분을 제어하고 싶다.
입덧과 사소한 이벤트로 몸과 정신이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틈만 나면 누워 있고 싶었고, 틈만 나면 한숨 쉬기 바빴다.
흔히 말하는 호르몬의 변화로 인하여 쉽게 짜증을 내기도 하고 감정 기복이 심해 종잡을 수 없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우리 남편은 인내심이 적은 사람이었는데, 그래도 아내와 아이를 지켜내야 하는 마음이 굳건하게 생겼는지 꿋꿋하게 인상 한번 안 쓰고 참고받아주었다.
그리고 퇴근과 동시에 설거지를 했고 밥을 하기 바빴다. 그것이 남편의 임신 초기를 대하는 자세였다.
그 모습에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함과 안쓰러움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히 해야지! 하는
천사와 악마의 선택의 갈림길에서 무한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
과거에 우울증을 앓고 많이 힘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시절과 다름없이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순간순간 묘한 우울함이 찾아왔고 신경질적으로 변해갔다.
또 스트레스가 많고 예민한 나는 위험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임신과 동시에 일을 하지 않고 멈춤 상태를 만들었는데 이상하게 마음도 편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그냥 넘길 수 있었던 사소한 장난에도 쉽게 상처 받고 서운함을 느꼈기 때문에 눈에서 눈물이 펑펑 나오기도 했다.
그나마 어디 돌아치면서 활기를 찾는 나로서는 안정기에 들어설 때까지 가만히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넘치게 많았기 때문에 새롭게 리프레쉬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호르몬이 치는 장난에서 이겨내기 힘들었다.
거기에 입덧으로 인하여 먹질 못하니 변비까지 턱 하니 왔다.
정리해서 얘기하면 그냥 예민함+서운함+예민함+서운함으로 누가 건들면 얼마든지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 있던 셈이다. 매일매일이 쌈닭의 본능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끝임없이 우울함에 읽었던 책! 나의 마음은 꼭 끌어 안아주세요 하며 읽었다.도저히 안될 것 같은 나는 남편에게 하나의 제안을 했다. 이러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내가 상처를 받고 모든 일에 수습하기 바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최대한 음식 냄새를 피해 산책을 가자고 하였다.
다행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한적한 동네이기도 하고 집 앞에 공원과 산책로를 탄탄하게 조성했기 때문에 짧게 짧게 산책이라도 다녀오자고 했다.
남편은 괜찮겠냐고 수도 없이 물어봤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입덧이 끝날 때까지 내 마음속은 휴전 없는 전쟁 상태일 거라 강하게 주장했다.
남편은 그럼 함께 나가주겠다고 했고 일주일에 4번은 산책을 나가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 산책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고!확실히 산책을 나가고 마음에 환기를 시켜주니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특별한 기운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웃음을 되찾으려 노력했고 누워만 있으려 하지 않았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위치에서 하려고 하는 걸 하기 시작하자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앞으로의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 거기에 내 아이가 생겨났고 어떤 형태로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 많은 것들이 새겨지자 조금씩 활력이 생겼다.
그래도 호르몬과의 전쟁을 이겨내지 못할 때가 더 많았고 힘들어 찡찡거리며 짜증을 낼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장족의 발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1차 기형아 검사를 하게 되었다.
모든 게 처음인 나에게는 기형아 검사라는 것이 큰 부분으로 다가왔다.
며칠 전에 지인으로부터 무서운 이야기도 들었고 그것 때문인지 걱정에 걱정을 더해 악몽을 꿔대기도 했다.
하필 기형아 검사가 있을 때 안 좋은 이야기를 더 많이 해주는지 모르겠다.
끝말엔 '너는 괜찮을 거야 그런 상황이 있었다고 얘기해주는 거지.' 나에게는 친절을 가장한 악담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