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담 다들 잘 되시나요~?

처음 아가와 이야기해봅니다.

by 스크류바

임신 4개월 차가 되었지만 약간의 입덧이 남아 힘겨운 상태였다. 그러나 그 전보다는 활력을 되찾게 되었다.

기운을 차리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거 하나!

다른 건 몰라도 얼른 아가와의 교감을 해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임신이 처음이라 그런가 실감을 쉽게 못했기 때문에 태동을 하면 그때 시작해야겠다 싶었다.


태동은 빠르면 14주부터 느껴질 수 있다고 하나, 나 같은 경우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건 16주부터였다.

많은 움직임을 느낀 건 아니었지만

꿍꿍. 쿵쿵.

아가가 뱃속에서 노크하는 듯한 느낌이 생겼다.


처음에는 아랫배 부근에서 뭔가 꿍 하니까 단순히 ‘아, 임신해서 가스가 차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주기적으로 뽀글뽀글거릴 때도 있었지만 확실히 다르다고 느껴졌던 부분은 뭔가가 팍팍 튄다는 느낌도 들었기 때문에

순간 이게 우리 아가가 하는 태동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도 알아차리게 되었다.


움직임이 느껴지며 배에 항상 손을 올리고 이야기해요


아주 작디작고 몸무게도 쉽게 책정되지 않는 그런 존재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으니 그 얼마나 기특한가.

기특한 마음을 담아 나 또한 아이에게 많은 태담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만은 안았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거처럼 ‘아가야~ 엄마를 찾아와 줘서 고마워.’ 이 말이 쉽게 나오진 않았다.

움직임은 느껴지는데, 선뜻 엄마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교감하기가 어려웠다.

어색해서 일까.

입덧할 때는 엄마가 되는 과정이 그렇게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들었고, 나도 엄마엄마 부르기도 하니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엄마라는 주체가 되니 생각보다 어려웠다. 묘하게 오글거렸고 내가 진짜 엄마가 될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상하게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이미 출산을 겪어 본 친구들은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방정이냐 하는 말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중요한 건 움직임을 느끼고 진짜 내가 엄마가 되어가는구나 실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가가 움직이고 있느니 이 아이의 엄마로서 더 강인해져야 되는구나 하는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때가 임신을 했다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순간이기도 했는데, 다들 나의 임신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자유롭게 살던 내가 결혼도 굉장히 놀라운 이벤트였는데 엄마가 된다고 하니 나보다 더 적응을 못했다.


“네가 엄마라니~ 와 영영 애기 엄마는 안 될 거 같았는데!”


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래서 태담과 또 나중을 위해 배 위에 손을 얹고 ‘엄마가~’하는 말을 계속해서 연습하게 되었다.

틈만 나면 ‘엄마가~ 엄마가~’를 입에 달고 살았다.

이건 나뿐 만이 아니라 아마 남편도 그랬던 거 같다. 태담을 하라고 하면 말을 거는 것보다 배를 문지르는 시간이 더 길었다.

더욱이 나보다 아이가 움직이는 것을 늦게 알아차렸기 때문에 더더욱 어색해했다.

애완동물 하나 키우지 않던 우리가 진짜 엄마, 아빠가 된다고 하니 어색한 거 투성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연습이 효과가 좋았다.

덕분에 시도 때도 없이 나의 하루를 아이와 공유했고 기분 좋게 이야기해서 그런지 아이도 듣고 기분 좋아하는 듯했다.

태담을 꾸준히 한지 2-3주 지나고 오랜만에 병원을 찾았다.

이때 나와 아이가 교감 해온 결과를 볼 수 있었다. 물론 기분 탓이라고 할 수 있지만

모든 엄마들은 내 새끼가 가장 똑똑한 법!




오랜만에 병원을 가게 되었다. 약 4주만 이었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아가가 잘 있는지 어서 보고 싶어 발걸음을 계속해서 재촉하게 되는 거 같았다.

의사 선생님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초음파실로 들어가라고 해주셨다.


“아가가 태동을 좀 하는 거 같나요?”

“네! 아……. 하는 거 같고 안 하는 거 같고 사실 구분이 어렵지만 잘~ 노는 거 같아요!”

“하하하 맞아요. 자 한번 볼까요?”


아이의 건강상태를 이리저리 확인했다. 머리가 잘 컸는지, 뇌와 몸의 기관들이 잘 형성되었는지 등등

짧지만 긴 시간 동안 아가가 건강한지에 대해 깊게 이야기했다.

그러고 나서 의사 선생님은 주수는 이르지만 아가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정밀초음파를 보려고 하셨다.

처음에 열심히 기계를 굴려 보려고 했지만 팔과 손으로 얼굴을 가려 볼 수가 없었다.

흔히 방어 자세!


“아이~ 손을 조금만 빼면 보일 거 같은데, 잘 안보 여주네요.”

“앗! 너무 보고 싶은데, 손으로 얼굴을 가려졌나 봐요. 살짝만 내리면 될 거 같은데~”


손은 항상 얼굴 근처! 들어가자마자 '하이'하며 인사해주더라구요


라고 하는 찰나 아가가 손을 내렸고 선생님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정밀초음파를 잡아주셨다.

그리고 여태 엄마와 장난치려 했던 건지 손을 내리고 보여준 얼굴에는 미소 짓고 있었다.


“아이고! 아가가 뭐가 재밌나 봐요. 웃고 있네요! 우리랑 장난쳤나 봐요. 하하”

“아 정말요?”


그렇게 모든 모습을 초음파 사진으로 인쇄를 해서 주셨고 진료실을 나오는 나는 그 사진을 보면서 천천히 걸어 나오며

뚫어지게 바라보게 되었다.

나는 그 어떠한 소리도 듣지 못하게 되는 마법 같은 시간을 가졌고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순간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도 귀하고 소중한 기억이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정엄마는 그 사진을 보자마자 어서 배넷저고리부터 사러 가자고 나보다 더 마음이 급하셨다.

그런 엄마에게 아가가 손 내리면 얼굴을 보일 거 같다고 나와 선생님의 대화를 듣고 손을 내렸다 하면서 신나게 얘기하니

벌써 효자 짓한다고 좋아하셨다.

거기에 나는 그게 아니라 우리 아가가 똑똑한 거라고 맞장구를 쳤더니 ‘으이구’

그렇게 웃음이 가득했던 하루였다.


작은 미소에 이런 큰 행복을 가질 수 있다니,

몸과 마음이 힘들 수 있지만 생각도 못한 행복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이런 의미일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