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선선해지면서 혼자서도 열심히 산책했다.
알록달록 꽃도 보고 파랗고 높은 하늘도 보았다.
기분 좋게 여기저기 걸어 다녀서 그런지
최고의 힐링 시간이었다.
여기저기 걸어 다녀서 힘들다 싶으면 조금 쉬어서 에너지를 충전시켰다. 마치 핸드폰을 충전하는 거처럼.
물론 쉬어야 하는 시간이 임신 전 보다 긴 시간을 요구했지만 살살 걷고 쉬 고를 반복하니 나름대로 힐링 아닌 힐링을 즐겼다. 특히 혼자만의 시간을 이렇게 쓰는 게 진짜 오랜만이라 그런지 하루하루가 새로웠다.
무서운 시국이니 만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절대 갈 수 없었지만 하루에 한 번 동네 산책을 다니는 것이 지루한 일상에 행복이었다.
어느새 나무 색이 알록달록. 어느새 하늘도 높디높고.
그렇게 편안한 생활을 해오던 중
오랫동안 서 있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다.
몸을 중간중간 쉬어주면 괜찮았는데 상황과 환경이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동안 나름대로 운동도 꾸준히 해오기도 했고 산책을 했었기 때문에 이 정도는 체력적으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 자만했다.
임신 전과 임신 후는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크게 다를까 하는 생각은 나의 단단한 착각이었다.
처음에는 아이의 태동을 느꼈다.
태동이 전날과 조금 다르다는 기분을 가졌지만 성장하며 하는 태동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점점 시간이 지나고 몸이 힘들어지면서 아가의 태동을 느낄 수가 없었다.
단순하게 아가가 쉬고 있구나 했다.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그날 나는 갈색의 냉을 보게 되었고 아가의 태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돌덩이처럼 배가 딱딱하게 뭉쳐있다는 걸 인지하자 별의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새벽 세시가 넘어서도 잠을 들지 못했다.
잘못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 상황을 어쩌면 좋을까를 계속 생각했다.
그런데 새벽 5시가 다 되어가니 아가가 아주 작게 태동을 하여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그제야 눈물이 폭포수 떨어지듯 흘러내렸다.
아가에게 이상하게 미안했다. 나 때문에 내 아이가 힘들었을까 봐 하는 생각에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마음 힘든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이 되어 화장실을 가려고 몸을 일으키는데
배는 어제와 다르게 더 딱딱하고 똘똘 뭉쳤다.
이런 상황이 며칠을 유지되고 아가의 태동도 하긴 했지만 그전에 비하면 현저히 줄었다.
지금 상황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병원을 가라 VS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의 싸움이었다.
그러다 친구와 통화를 하게 되었고 내 상황을 얘기하자
나에게 왜 아직도 집에 있냐며 제정신이 아니라 했다.
그 이유는 즉 조산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 했다.
조산기라는 말 한마디에 무서워졌다.
통화가 끝나고 병원에 전화해 바로 내원했다.
원장님도 조산기를 우려하였고 주수는 낮았지만 자궁수축을 확인하여 아가의 상태가 안전한지 보는 태동검사를 진행했다.
태동이 느껴지면 버튼을 꾹꾹 눌러서 기록합니다.
다행히도 검사 결과는 괜찮았다.
하지만 원장님은 배가 뭉치면 좋은 게 아니니 무조건 누워서 쉬는 걸 권장했다. 그리고 뭉친다고 해서 풀어준다고 마사지를 하거나 문지르지 말라고 하셨다. 더 뭉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괜찮다는 말을 듣고 병원을 나서니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한 달에 한 번씩 가던 병원도 하나의 위험성으로 2주에 한번 방문으로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조금 가볍게 해 주었다.
아가에게 미안하다고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나의 부주의로 아가를 힘들게 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사과하고 또 사과했다.
내가 울면 아가도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하여 꾹꾹 참고 애써 좋은 생각들을 하였다.
겉으로도 행복하게 지내려 했다. 억지로라도 그러면 아가도 행복한 감정이 전달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나 때문에 잠시나마 많이 힘들었을 우리 아가에게 앞으로는 더 이상 힘든 일은 없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지켜주겠다고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힘들게 한 거 같아서 막막하고 또 쓰라렸다.
남편도 배에 손을 대고 우리 아가에게 앞으로 아프지 않게 해 주겠다고 아빠의 약속을 강하게 보여주었다.
우리의 바람이 닿았는지 아가는 3일 만에 배뭉침도 없이 활발한 태동을 보여주었다.
뱃속에서도 그리고 앞으로도 행복하고 웃게만 해줄게.
우리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