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우리의 첫 가족사진

뱃속에 너를 품고

by 스크류바

임신을 하고 나니 이것저것 기념이 될 만한 것들을 하고 싶어 졌다. 예를 들면 아가의 초음파 사진을 본 나의 상태를 다이어리에 기록한다 거나

이렇게 브런치에 우리와 아가를 작성해 다시 한번 그때를 돌아보게 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기록했다.


그러던 와중 병원에서 검사를 하다가 간호사 선생님께서 만삭촬영에 대해 얘기를 해주셨다.


“병원 하고 연계하면 무료로 진행해준다고 하니까

산모님 관심 있으시면 상담등록해드릴까요?"


무료라는 말에 혹해서 '네!'라고 했다.

내 모습을 내가 찍는 건 크게 어색함이 없지만 이상하게도 남이 나를 찍어 줄 땐 어색해서 그런지 표정이 일그러져 못난이가 되긴 하지만 꼭 해보고 싶었다.


어쨌든 남편에게 이 소식을 알려주었다.

만삭 사진 찍으면서 코로나로 여태 못했던 매 주년 결혼기념일 사진까지 퉁 쳐서 찍자 했다.

그랬더니 이런 걸 왜 무료로 해주지?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들떠서 설명하는 나를 보고 있자니 알겠다고 해준 거 같았다.




만삭촬영은 임산부의 배 크기에 따라 스케줄을 잡아주시는데 30주에서 32주가 되었을 때 임산부의 D라인이 사진에서 가장 예쁘게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나 또한 30주가 될 무렵 촬영일자가 잡혔다.

사진관에서 만삭 사진 촬영일자를 잡아주시니 이리저리 더 정신이 없었다.

어떤 콘셉트로 찍을까.

그래도 나름 만삭 사진 겸 결혼기념일 사진이니 기억에 남기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팠다.


그러다 결혼기념일에 찍었던 사진이 기억이 났다.

그 모습에 우리 아가까지 함께 해서 재현하고 싶었다.

물론 배에 아가가 있으니 예쁜 옷을 입을 수는 없지만 어쩌면 이게 첫 가족사진이 아닌가!


마구 흥분되기 시작했다.

셋의 커플 운동화를 선택해서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

손수건이나 내의를 살 때와는 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내 아이가 앞으로 신게 될 작은 운동화를 보니 벌써 내 옆에서 조잘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 앞을 더 내다보는 듯하다고 해야 할까.


우리 추억에 우리아가 더하기!




그렇게 사진 찍는 당일.

온갖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웨딩 촬영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몸만 오라고 했던 웨딩촬영과는 달리 신경 쓸 것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그런지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사진작가의 많은 요구가 있었다.

오른쪽인지 왼쪽인지는 정신이 없어 헷갈렸지만 우리의 중간에는 항상 아가의 자리, 아가의 부분이 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남편과 나는 사진을 찍고 오면서

4년 만에 우리 둘 사이 중간에 연결 포인트인 아가가 생겼다는 것을 실컷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전에는 배가 불러오는 것에만 집중했는데

사진을 찍으면서 나와 남편이 엄마, 아빠로 불리면서 이상하게 새로운 감정이 생겼는데 아직까지 그게 무슨 기분인지 정의를 내리진 못했으나 기분은 어느 때와 다르게 좋은 거 같았다.


우리 첫 가족사진 그림으로 남겨두기


촬영에 망설이는 예비엄마, 아빠가 있다면

한 번쯤 해볼 만한 경험이다. 개인적으로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기분을 조금 실감할 수 있는 계기라고 해야 할까.


세 식구의 첫 가족사진이기도 하고 호칭에서 주는 힘이 꼭 아가의 부모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