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우리도 즐길게!

나와 너의 둘만의 마지막 시간

by 스크류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배는 더 커져갔다.

아가의 몸무게도 2키로를 앞두고 있었다.

6개월 정도를 입덧을 했기 때문에 임신기간의 절반 이상을 멍하게 보냈지만 조금씩 호전되자 그 이후부터 배가 나오고 아가의 성장을 실감하게 되었다.


아가의 성장이 눈으로 보이기 시작하자 아가를 위해 육아용품을 구입하기 시작했고 최대한의 정보를 모아 초보 엄마의 길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 시간이 이상하게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감이 훨씬 컸다.


그러던 와중에 문뜩 드는 생각!

앞으로는 항상 세 명이서 지지고 볶아야 할 일만 남았지 우리 둘의 시간이 사라지겠구나 싶었다.

순간 데이트가 하고 싶어졌다.

아가가 생기면서 뱃속의 아가를 상상하는 설렘으로 시간을 지냈지만 여자의 마음으로 그런 로맨틱한 설렘도 다시 해보고 싶었다.




아가가 태어나기 전에 임산부가 반드시 이것은 하라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혼자만의 시간 갖기, 충분한 휴식과 수면 취하기, 나만을 위한 쇼핑 해보기, 해보고 싶은 거 해보기, 친구들 만나기, 여기저기 여행 다니기 그리고 남편과의 시간을 즐기기!

무엇이 되든 반드시 7가지는 반드시 해보라고 했다.


여태 해 본 것보다 더 즐거운 걸 해보고 싶은 와중에

남편과의 4번째 결혼기념일이 다가왔다.

예전처럼 큰 이벤트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설렘 포인트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남편에게는 가혹할지 몰라도 이번 결혼기념일을 위해서 많은걸 준비해 달라고 했다.

4번째 결혼기념일은 남편이 하자는 대로 할게라고 대차게 발표해놓고 하루하루 기다리고 있다 보니 묘한 설렘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현실이 가혹한 게 코로나 시국에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임산부는 제약이 많았다. 그래서 그냥 집 앞 갈빗집에나 가서 갈비 구워 먹자고 얘기하려는 찰나였다.


"오늘 준비하고 있어! 내가 진짜 좋은데 예약해뒀어!"


오잉? 하며 얼떨떨하게 대답했지만 좋은데라는 소리에 3초 만에 기분이 좋아 순식간에 씻고 오래간만에 화장까지 했고 머리도 정성스레 했다.

뱃속에 아가가 있지만 신나게 예쁜 옷을 골라 입었다.


이렇게 하고 있자니 결혼 전에 연애하는 기분도 슬쩍 들고 신혼 초에 느꼈던 오만가지 떨림이 느껴졌다.

별거 아닌 거 같은데 마음이 방방방 거렸다.




퇴근한 남편이 '밖에 있으니까 내려와'가 아니라 집 안까지 들어와 따뜻하게 입으라며 내 겉옷의 자크까지 잠가주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이 임산부의 호르몬이 가만있지 못하고 눈물이 똑하고 떨어질 뻔했지만 노래를 흥얼거렸다.


가는 내내 노래를 계속해서 흥얼거렸다.

두근두근 거리기도 하고 기분도 방방 거리고 주체할 수 없으니 끊임없이 노래를 불렀다. 안 부를 수 없었다.


도착한 곳은 진짜 한적한 산속에 불빛 많은 레스토랑!

마치 저 불빛이 별이 쏟아지는 거 같은 느낌! 장소 하나하나에 분위기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듯 내 머릿속에서 잔잔한 배경음악을 계속해서 깔았다.


예쁜 장소에서 서로 눈을 마주치고 맛있는 걸 먹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별거 아니긴 하지만 새록새록 알고 있던 그런 감정이 다시 올라왔다.


나름대로 잡은 은은한 분위기


한 가지 말하자면 원하던 커다란 설렘은 아니었지만 마음속에 작은 콩닥거림이 슬금슬금이랄까. 간질거림이 뿅 하고 생성되었다. 나의 마음을 아가도 느끼고 있는 게 태동으로 느껴졌다.


이제 남편과 이런 다정함을 느끼겠나 싶지만 앞으로는 나와 남편 그리고 아가까지 세명이 둘이었을 때와 다른 행복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가 나올 때가 점차 다가오면서 주변에서는 사람 속도 모르고 '뱃속에 있을 때가 행복이지'라는 말을 많이 해대서 애를 낳으라는 건지 낳지 말라는 건지 나의 신경을 긁는 소리를 더 많이 들어 우울감이 있었다. 그런 말을 들을수록 내가 이 아이를 정말 잘 키울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하지만 내가 이번 4번째 결혼기념일에서 느낀 건 내가 알지 못하는 힘듬이 찾아온다 해도 이렇게 셋이 으쌰 으쌰 해서 기대고 힘이 된다면 그 어떤 시련도, 아픔도 못 이겨 낼 게 없겠지 싶었다.

힘들어 죽을 만큼 또 다르게 커다란 행복이 흠칫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하고 큰 설렘을 느끼고 싶었다기보다는 그런 감정들로 위로를 받고 싶었나 보다.

아가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지 그날 새벽까지 쉬지 않고 태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