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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야 Mar 20. 2023

쉼표에 용기가 필요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바쁨과 쉼 역시 모두 선택이다. 하지만 난 늘 바쁨을 선택했고, 쉼을 주지 않았다. 캘린더에 빼곡한 일정들이 쌓여 한 달을 돌이켜볼 때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아- 내가 하루하루를 이렇게 열심히 살았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평일과 주말 가릴 것 없이 오로지 일일일..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휴식이 생길 때면 불안했다.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급히 머리를 굴린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급하게 찾는다. 그렇게 몸을 움직인다. 일을 할 때는 빡! 세게 하고, 놀 때도 빡! 세게 노는 이런 친구들을 볼 때쯤이면 부러웠다. 무조건 밖을 나가야만 잘! 논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꼭 누군가와 함께여야만 한다 생각했다. 나도 잘- 놀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랐다.


최근 며칠간 의도하여 시간을 만들었다. 나에게 온전한 시간을 주고 싶었다. 나에게 쉼은 용기가 필요했다. 무언가를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그냥 내가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했다. 오전 힘들게 일하고 와서 오후 내내 나에게 긴 시간을 주었다. 난 머리만 갖다 대면 자는 사람이고, 일에 치여 살 때면 중간중간 낮잠은 꼭 잤는데, 어찌 된 일인지 잠이 하나도 안 오더라. 나 혼자 이것저것 할 생각에 오히려 설렜다.


밀린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해두고 방 청소를 깨끗하게 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곁들인 채로. 그리고 요리를 했다. 요리에 '요'도 모르는 나인데, 최근 크림치즈를 대신한 그릭요거트를 활용해 베이글과 같이 먹는 다이어트 간식 관련 영상을 보았다. 파를 다지고, 베이컨을 볶아 요거트에 알룰로스 두 스푼과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뒤 함께 섞어 베이글에 올려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와 함께 :) 깨끗한 집에 향긋한 커피 향기와 함께 내가 만든 베이글을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아! 잘 논다는 것, 잘 쉰다는 것. 별 것 없구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었구나.


쉼, 그건 고로 나와 더 친해지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나를 너무 소홀했구나. 나와 잘 지내는 법을 점점 알아가는 요즘, 자연스레 SNS는 멀리하게 된다. 별로 관심이 없다. 타인은 나에게 관심이 없듯, 나도 타인에게 점점 관심이 사라진다.


오늘도 오후 수업을  마무리 짓고 집에 와서 꽂힌 베이글을 먹으며 유퀴즈 정주행 시작. 그리고 읽고 싶은 책도 완독. 그리고 영화를 보았다. - 이러니  글이 쓰고 싶네? 이렇게 글을 쓰려 자리에 앉는다. 나에게 쉼을 주니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긴다. , 이것이 진정한 나와의 아티스트 데이트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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