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친구와 이야기하다 문득 떠오르는 글감이다.
현직 교사의 학창 시절 모습을 적어보려 한다.
나는 학창 시절 공부를 정말 못했다.
못했다기보다, 공부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지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고, 학교에서 시키는 야간자율학습까지 묵묵히 해내며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럼에도 성적은 좋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공부를 하려 앉아있긴 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다른 생각들이 떠 다녔고 집중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효율적인 공부방법인지도 몰랐었던 것 같다.
특히,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3년간의 교과 성적이 매우 중요한데, 난 당연히 바닥을 기었다.
내가 잘하는 한문과목은 절망적 이게도 이름만 한문이었고, 실 수업은 국어였다. 절망스러웠다.
내가 잘하는 과목이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좋아했고 잘했던 과목이라면 '수학'이랄까?
답이 정해진 학문, 풀어나가는 과정, 답을 맞히면 그 짜릿함과 희열을 즐겼다.
수학 덕분에 나는 대학교를 합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른 과목의 성적은 보잘것이 없었다.
고3, 9-10월쯤에는 수시를 넣는 시즌이기에
담임선생님과 수시로 상담을 하였고, 어느 학교 어느 전형으로 원서를 쓸 건지 상담했다.
그런데 나의 고3 담임선생님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 위주로 상담을 했고,
나처럼 성적이 뒤처진 아이들은 수수방관의 태도로 일관했다.
그렇게 입시 시즌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한 것은 단 2번이었다.
하지만 상담 중 돌아오는 답변은 이러했다.
"넌 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니?"
"이 성적으로 지방대 4년제는 꿈도 못 꿔, 전문대도 못 갈 거야"
"재수한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거야"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인격적인 대우도 받지 못했다.
그렇게 난 선생님의 도움 없이 내가 발 벗고 찾아 원서를 썼다.
선생님에게 일절 말하지 않았다. 궁금해하지 않았을뿐더러.
그렇게 2011년 수능을 보았고, 다행히 수시 합격 소식이 있었다.
무려 두 군데나 말이다. 하지만 나는 어느 선생님에게도 합격을 했다고 알릴 선생님이 없었다.
아무도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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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어언 12년이 지났다.
현재 나는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공부를 못했기에 절대 꿈을 감히 꿔 볼 수도 없었던 직업 바로 '선생님'
다짐했다. 내가 선생님이 된다면 공부가 전부가 아니란 것을 알려줄 거라고.
"할 수 있어, 포기하지만 마"
"네가 원하는 꿈이 이 과목과 연관이 없으면, 다른 공부 해도 돼, 영어를 하든, 책을 읽든 말이야"
"너라는 존재 자체를 응원해, 가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수업 매 시간 나는 10~15분 정도는 자습 시간을 주었다. 그럴 때 한 명 한 명 다가가서 이야기도 들어주고, 용기도 북돋아주었다. 그렇게 1년간 아이들과 감정적인 교류도 많이 했다.
1년이 지나고 나면 교원평가를 한다. 나에게 표현을 어려워하고 서툴렀던 아이들이 써준 솔직한 평가, 잊을 수 없다. 하나를 나눠 보자면 아래와 같다
"선생님 올 한 해 동안 정말 많이 부족한 절 끝까지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제가 엄청 못난이인데도 저 포기하지 않아 주시고 계속할 수 있다고 용기 주시고, 절 진심으로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 글을 한 참을 바라봤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기도 했지. 1년 동안 부족한 선생님이었지만, 단 1명이라도 나의 마음이 전달되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한 인간으로서 존중해 주고 배려해 주었다.
나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나 역시 이런 응원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성적을 떠나 나를 절대적으로 응원해 주는 선생님이 단 1명이라도 있었다면 나의 학창 시절은 달라졌을까?
고등학교 면접을 보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3년간의 생활기록부를 내야 한다.
당연히 성적은 좋지 않았으며, 고3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생활기록부에 칭찬의 글은 단 1 문장도 없었다.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생활기록부를 부정적으로 쓰는 것이 아닌, 학생 한 명 한 명 잘하는 장점을 보려 노력했고, 그렇게 한 명씩 500자의 생활기록부를 100명 넘게 성실하게 기입했고 마무리했다.
보통은 내가 배운 대로, 알려주고 전해주기 마련인데,
학창 시절에 내가 받지 못했던 무한한 응원과 지지, 그리고 사랑을 알기에 더 학생들에게 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올 해도 많은 아이들을 만나게 될 텐데, 내가 받지 못한 결핍들을 아이들에게 느끼지 않게끔 모든 것을 내어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