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곧 대학이 되는 현실
"선생님 저는 하고 싶은 것이 없어요."
요즘은 나 때는~을 라떼는~으로 표현하며
개그 소재로 활용하지만,
학교 현장에 있다 보면 나 때를 안 떠올릴 수 없다.
나 때는 고3 입시 원서를 쓸 때
비로소 선생님과 상담을 할 수 있었고,
그전까지는 다 종이에 원하는 직업만 써서 제출했다.
하지만 요즘 학교 현장은 이야기가 다르다.
생활기록부 중에 교과세특(교과세부특기사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본인의 희망하는 진로를 위해
3년간 어떤 노력을 했고,
각 교과에 어떻게 적용시켰는지를 본다.
중요한 것은,
목표나 진로가 정해진 학생들에게만 해당된다는 것.
그럼 꿈이 없는 학생들은 어떡하죠?
나 역시 한 명 한 명 다 상담을 하면서,
최대한 진로와 교과를 엮을 수 있도로 노력하는데,
꿈이 없는 학생들을 만나면 퍽 난감해진다.
여러 해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쳐오면서
깨달은 문제점이 있다.
1.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
수능만 떠올려봐도 알 것이다.
모든 문항이 객관식이다.
물론 수리영역에는 단답형이 있지만,
한국의 시험은 객관식이다.
이러니 답만 찍으면 끝, 생각을 하지 않는다.
중국의 수능(가오카오)은 모든 과목에 논술형이 있다.
어릴 때부터 본인이 직접 사고할 수 있도록 하고,
본인의 생각을 적게 한다.
학창 시절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고민의 시간도 없이 답 찍기에 급급하다.
2. 현저히 낮은 집중력.
짧은 플랫폼이 나온 데에는 그만큼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짐을 의미하는 것.
단시간 안에 많은 자극을 원한다.
나 역시 수업 시간에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서
모바일 기기와 함께 할 수 있는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한다.
매번 나눠주는 학습지에는
반드시 본인의 생각을 적는 란을 만든다.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 문항은 대부분 비워져 있다.
즉, 답이 없는 문항은 어려워하고 쉽게 포기한다.
객관형보다는 비교적 긴 시간을 사고해야 하는데,
학생들에게는 그저 지루함이다.
3. 독서를 하지 않는 것.
정말 심각한 문제다. 2023학년도부터는
생활기록부에 독서 기록이 일괄 삭제된다.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책을 멀리하는데,
생기부에도 기록이 안된다면? 더 안 읽을 것이다.
이러니 다양한 세계를 간접경험 할 기회가
현저히 적어지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무얼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지
생각할 고민도 주지 않은 채
남들이 가야 하니 어영부영 따라가는 대학이라
생각을 하지는 않는지.
'꿈'이라는 단어는 어른들에게도
퍽 난감하고 막연하다.
질문하는 것도, 대답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생각조차 감히 하지 못하기도 하다.
보고 자란 것이 학교와 집,
그리고 휴대폰 세상 속이 전부일 텐데,
그 학생들에게 '꿈'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그래서 내가 교실에서 늘 하는 말은,
"꿈이 없어도 괜찮아, 몰라도 괜찮아, 틀려도 괜찮아"
"쓸데없는 공부는 없어, 책을 읽어봐"
실수하고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게 해 주고
대학이 곧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것을
최대한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고작 2년 차밖에 안 되는 교사이지만,
학생들에게 최대한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게 해 주고,
열린 교실의 현장을 만들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