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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야 Mar 27. 2023

세상에 없는 글쓰기 수업

목요일의 작가들 - 윤성희 

최근 출판사로부터 책 한 권을 제공받았다. <목요일의 작가들 - 윤성희> 제목만 봐도 너무 끌렸다. 책을 읽으면서도 역시나였다. '아.. 너무 좋다'와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들이 몇 권이 될까? 손에 꼽힐 정도로 여운이 오래 남은 책이다. 현재 교사의 삶을 살고 있지만, 내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작가가 되어 전국의 학교에 가서 예쁜 아이들을 보며 북토크를 열어 책과 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글쓰기 수업을 개설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뻗어나갔다. 


교사란 아이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아이들과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교사는 역시 가르침만 주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이런 생각과 태도로 교실로 향한다. 늘 아이들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교학상장해보자고 말이다. 작가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와 마인드가 내가 지향하는 삶과 비슷했다. 그래서 윤성희 작가님에 대해 더 알아가보고 싶다. 


아이들 마음속에 '추억'은 '현재가 힘들 때면 말을 거는 친구'이기도 했고, '사람과 물건에 묻어 있는 것'이기도 했다. 나에게 추억은 '너와 나의 시간이 저장되어 있는 시간 앨범'이었다. 아이들은 '지갑'을 '겉보단 속이 중요한 것', '한없이 얇고 가벼운 것'이라고 했고, 나는 '돈이나 카드 따위를 넣고 다니는 작은 가방. 여기에 붙은 브랜드로 사람을 평가하기도 함. 가끔 소중한 사람의 사진을 넣고 다니는 사람도 있음.'이라고 정의했다.

이 글만 봐도 어른과 아이가 바라보는 세계가 다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지갑'이라는 키워드로 글을 쓸 때가 정말 와닿았다. 지갑, 늘 손에 지니고 있는 물건 중 하나. 그럼에도 쓰임새를 방관한 채 디자인과 브랜드에 집중했던 건 아니었는지. 나 역시 지갑을 어떻게 여겼는지 돌이켜봤다. 글쓰기에 답은 없지만 그렇다. 지갑은 겉보다 속이 중요했지. 사물의 제 기능을 다시 한번 돌이켜볼 수 있었다. 


'함께 읽기'를 하면 '깊이 읽기'도 가능하다. 한꺼번에 쭉쭉 읽지 않고 분량을 나누어 천천히 읽으며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면 생각이 더 넓고 깊어진다. 

나 역시 독서모임에 꾸준히 참여하며 한 달에 한 권을 '함께 읽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 30분 '함께 쓰기'도 하고 있다. 가끔은 글쓰기에 어떤 주제로 글을 써보지? 색다른 글감은 없을까? 고민하던 날들도 있다. 그럴 때 눈에 보이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물들로 글을 써보는 시간을 작가는 아이들과 가졌다고 했다. '함께 쓰기'를 하고 있는 모임에서 제안해 봐야겠다. 예를 들어 '립밤, 컵, 사이다' 내 눈앞에 있는 사물들이다. 이 키워드가 들어가게 해서 어떤 글이 나올지 한 번 써보자고. 


함께 읽기의 힘은 크다. 어떤 책이든 함께 읽으면 혼자 읽을 때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를 수확할 수 있다. 같은 문장을 다르게 해석하는 새로움, 내가 밑줄 친 부분에 다른 친구도 밑줄 쳤다는 반가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는 완독의 기쁨, 작가의 삶을 더 면밀하게 들여다봤다는 깊음을 얻을 수 있다. 

이 문장은 '함께 읽고, 함께 쓰는' 멘토 같은 꿈샘에게 꼭 공유해야겠다. 너무 공감이 가는 말이다. 모임을 통해 정리해 준 글들을 볼 때, 아! 나도 이 글을 보며 밑줄 그었던 부분이었는데 라며 짜릿함을 얻기도 했고, 함께 책을 완독 하면서 함께 깊이 있게 읽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의 재발견할 수 있기도 했고, 역시 책을 통해서도 다양한 '동상이몽'이 가능함을 느낀다. 


수업에서 어떤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기 시작한 것은. 어차피 글은 지식만으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보기로 했다. 

교사 초임이었던 시기, 누구보다 욕심이 앞섰다.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목표한 양을 소화하지 못하는 날이면 나를 자책하기도 했다. 왜 이걸 더 쉽게 가르치지 못했지? 내 수업이 재미가 없었나? 등등 수만 가지 생각들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몇 년 해보니 이제 욕심이 점점 사라졌다. 최소한의 꼭 알아야 할 지식만 알려주고 무조건 가르쳐야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났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과 복습, 에듀테크를 활용하고자 한 것이 여기에서 시작한 것이다. 


10년이란 세월은 짧은 시간이 아니지만 한 사람의 삶에 비춰보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니다. 대나무에 마디 하나가 생기듯 내 마음에도 마디 하나 생긴 시간이라고 할까. 이제 새로 시작하는 10년은 첫마디가 생겼던 날들보다 더 큰 품으로 아이들을 맞이하는 선생이고 싶다. 앞으로도 나의 키는 지금의 키를 넘지 못하겠지만, 마음만은 거인이 되어 글을 품은 아이들을 다 끌어안을 수 있게 되기를, 하루하루 마음의 키가 1밀리미터라도 자라는 선생이 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책 마지막 페이지의 글이다.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마음이 저릿저릿하다. 선생으로서 나의 자질과 그릇은 얼마나 될까. 얼마나 큰 품으로 아이들을 맞이하고 수용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내공이 부족하지만, 시간의 내공이 아닌 깊이의 내공을 쌓아 하루하루 성장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그렇게 이 책을 통해 나의 미래의 모습,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자세 그리고 태도까지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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