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오전 일찍 촬영을 하고 와서 집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평소 같았으면 한 시간이라도 시간을 내어 책을 읽으려 노력했겠지만, 웬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낮동안에는 잠을 자는 데에 시간을 다 쓴 것 같다. 오늘까지 중간고사 원안 지를 제출했어야 했고, 게다가 참관 수업까지 겹쳐서 주말 내내 더욱 신경 쓸 것이 많았다. 그리고 중요한 일들은 다 마무리된 지금, 귀차니즘과 피곤함이 밀려온다. 특히 학교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고 난 뒤 집에 올 때면 유난히 공허하다. 나의 하루치 체력을 학교에서 다 쏟아내고 집에서 나에게 쓸 에너지가 부족한 것일까.
머리맡에 쌓인 책들을 바라보자면, '읽어야 하는데.. 읽어야 하는데...' 심리적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괜스레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죄책감으로 밀려온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책을 펴보지만, 분명 초반부에 재미있게 잘 읽었던 책인데 이렇게 눈에 안 들어오다니. 눈으로만 읽고, 책장을 넘기기에만 급급하다. 30분 정도 그렇게 읽다가 아니다 싶어 책을 덮는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러 간다. 따듯한 물로 온몸을 녹이니 무거웠던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건조했던 피부를 위해 팩을 해주고, 마사지도 해주었다.
혼자서도 이것저것 할 일이 참 많다. 꼭 책을 읽어야만 내 시간을 잘 보내는 건 아니었나 보다. 책을 읽는다는 것 역시 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일처럼 빡세게 하는 것이니까..'라는 말로 나를 옥죄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