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나 오랫동안 일을 해야만 부지런한 삶을 산다고 생각했다. 멍하니 티브이를 보기도 하고, 침대에서 뒹굴거리기도 했던 시간들을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왜 꼭 일을 해야만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인식했을까? 왜 나는 내 삶의 대부분을 일을 하는데 쏟았고, 왜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너무나도 당연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이 없었다. 하루하루 주어진 과업들이 늘 있었다. 학생 때는 학교에 가야 했고, 대학교 졸업 시즌이 다가왔을 때는 졸업도 미처 하지 못한 채로 취업을 해버렸으니까. 눈뜨면 출근하기 바빴고, 주말이 되면 평일에 하지 못했던 집안일이나, 해야 할 것들을 처리하기 바빴다.
그렇게 나는 나에게 주는 '게으름'에 관용적이지 못했던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다. '당연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을 때는 앞으로 달려가기 급급했다. 30대가 된 지금 돌이켜본다. 나는 '삶을 잘 살고 있나?'라는 질문으로 말이다. 일이 주는 짜릿함, 성취함에 중독되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내가 나를 잘 돌봤나? 내 가족과 주위를 잘 돌봤나? 일을 빼면 내가 잘하는 것이 딱히 없었다. 집안일을 잘하는 것도, 요리를 잘하는 것도, 운동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나는 과거의 나보다 한결 마음이 여유로워졌고 편해졌다. 경제적으로 얻는 여유로움인지, 나이를 먹어가면서 터득한 용감함인지 모르겠지만, 꽤나 나에게 관대해졌다. 오늘 하루쯤은 게으르게 보내면 뭐 어때? 게으르게, 나태하게, 여유로이 보내는 시간 속에서 내 삶의 방향성과 가치관을 찾아볼 수 있으니 이것만큼 값진 것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