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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야 Apr 18. 2023

유난히 마음이 가는 너

작년, 고등학교 2학년 이 맘 때쯤 네가 우리 반으로 전학을 왔었지. 우리 반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이 유쾌했지만, 네가 와서 더 행복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었어. 정말 예쁘고 사교성도 좋고 싹싹한 너지만, 작년 말쯤 천식으로 너를 정말 괴롭혔잖아. 몇 주간 너의 얼굴을 볼 수 없을 만큼 괴롭게 했었지. 그래도 한 해 마무리를 잘할 수 있게 회복이 되어 정말 다행이었어. 너만 보면 괜스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거든.


올해, 너는 어엿한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네. 오늘 아침까지 비가 내리면서 정말 추웠는데, 언제 비가 왔냐 싶을 정도로 오후는 맑고 화창했어. 맑은 날씨에 우리  아이들을 만날  있어서 날씨처럼  기분도 덩달아 신났는데, '슬아~~~'  이름을 목청껏 부르며 달려오는 너를 보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 날씨만큼 너의 기분도 마음도 건강도 모두 최상이었지. 덩실덩실 춤을 추며 말이야.


저번주만 해도 사실 정말 아찔했어. '왜 살아야 할까요?'라는 질문과 목놓아 우는 너를 어떻게 위로해 주고 달래주어야 할까.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괜찮아, 괜찮아, 더 울어도 돼..'를 반복하며 너의 등을 토닥토닥해줄 수밖에 없었지. 너의 그 질문에 뚜렷하고 명확하게 대답해 줄 수 없었던 나를 되돌아보며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선생님이었다 싶어. 너의 천식과 마음의 병인 우울증이 동시다발적으로 찾아와 너를 괴롭힐 때면 왜 이렇게 어린 나이에 예쁜 나이에 왜 하필 너에게 그러나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네가 졸업할 때까지 내가 옆에 있어줄 수 있어 참 다행이야.


달달한 초콜릿을 좋아하는 너, 오늘은 유난히 티라미수가 먹고 싶다고 했지. 꾸덕꾸덕하며 달달한 맛을 최상으로 느낄 수 있는 케이크. 수업이 끝나자마자 너에게 케이크를 선물했어. 지금은 시험기간이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지만, 중간고사만 잘 마무리하고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고 약속하며 말이야. 그리고 너는 나에게 말했지. 나중에 보답하도록 훌륭한 제자가 되겠다고. 내 대답처럼 보답하지 않아도 돼. 그냥 너 자체, 존재만으로도 나에게 참 소중한 존재니까. 그냥 너대로 너의 위치에서 멋지게 잘 자라달라고. 그렇게 응원하고 싶어.


바리스타가 꿈인 너. 너를 위해 '밀크티 만들기' 활동을 했어. 하나뿐인 지금, 학교에서 좋은 추억 하나쯤은 남겨주고 싶었거든. 너의 행복한 모습을 볼 때면, 나 역시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어. 아직 올해가 반 이상은 남았지만 많은 추억과 좋은 기억을 주고 싶어. 그래서 최선을 다 해보려고. 내일도 오늘처럼 건강하게 덩실덩실 춤을 추며 만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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