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며 활기를 찾기도 전에 처진다. 바람을 타고 풀내음이 집안에 들어와 잠을 더 잘 수 있었다. 그럼에도 잠이 부족한 듯 더 자고 싶다고 발버둥 치는 듯한 나의 눈꺼풀. 식욕을 거뜬히 이겨버린 수면욕까지 아직 밀린 잠을 자야 하나 보다. 평소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민이 있을 때쯤에는 나는 꼭 잠을 청한다.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잠을 자고 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쩍 자도 자도 계속 피곤한 걸 보니 썩 편안한 상태는 아닌 듯하다.
오늘부로 중간고사가 끝났다. 수업하지 않고 시험 감독만 하면 더 편한 것 아니야?라는 질문을 종종 받고는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3~4시간을 멍하니 아이들의 뒤통수만 보고 있자니 그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오히려 더 지치고 체력 소모가 크다. 마치 시간낭비하는 듯한 멍 때림이랄까? 오늘은 감독 중 꾸벅꾸벅 졸았다. 아이들의 나를 찾는 신호조차 보지 못한 채. 잠깐 잠든 찰나에 말이다. 결론은 드디어 끝이라는 것.
하지만 홀가분한 상태가 아니라 긴장이 풀린 탓일까. 잠이 쏟아진다. 무거운 눈꺼풀을 어찌할꼬. 이렇게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려는 시도가 나를 마치 학창 시절로 돌아가게끔 한다. 몸도 마음도 무거운 요즘, 눈꺼풀까지 무거워 억지로 이겨낼 힘조차 없다. 지금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고스란히 느껴보려고. 이럼 어떤 한들 저럼 어떠하리.라는 마인드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