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신의학과를 방문하며
그렇게 나의 아픔을 발견하고는
치료에 전념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첫 병원진료를 예약했다.
병원에 가기 전날 그리고 당일 너무도 떨렸다. 너무 불안했다.
'생각보다 너무 심각하면 어쩌지, 고칠 수 없는 병이면 어쩌지' 별의별 생각이 내 마음을 휩쓸었다.
병원에 도착하고 의사 선생님을 뵈었다.
병원에서도 역시 간이검사를 했고 상담센터에서 했던 검사자료들도 참고용으로 봐달라고 말씀드렸다.
불안한 마음을 담아 두서없이 내 상황을 말했다.
내 얘기를 쭉 듣고, 그리고 검사 결과를 보고는 불안과 우울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혹시 제가 우울과 불안 수치가 높은 편 중에서도 많이 높은 편인가요?' 불안한 나는 질문했다.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높은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생 망한 건 아니에요'
좀 야속했다.
아파서 온 사람에게 안 그래도 불안한 사람에게 인생 망한 건 아니라니. 언제나 그렇듯 웃어넘겼지만 마음 한구석이 속상했다.
나 진짜 망했나.
그러곤 약을 처방받았다.
처음 먹는 약을 먹기란 쉽지 않았다. 심호흡을 몇 번을 하고 긴장을 갖고 알약을 삼켰다.
그날 나는 정말 푹 잠을 잤다.
며칠은 참 힘들었다. 너무 졸리고 하품이 계속 났다.
그리고 감정의 기복이 원래 있었던 나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감정상태를 유지하게 되었다.
여전히 무기력함은 있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좋을 것 같았다. 기복이 없으니 온화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생각이 제어되는 느낌이었다. 불안한 마음을 누군가 잡아주고 있는 듯했다.
아주 작은 알약들이 내 마음과 생각을 통제한다니.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나만 좀 참으면 이제 다 바뀔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게 다 제자리로 돌아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아, 나 인생 망한 거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