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뎌내는 날의 연속.
결국 터질게 터진 듯이 남편과 싸우는 날이 잦았다.
오염강박도 심해져 점점 아이를 통제하고 남편을 통제하고 그런 나를 보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외출 후에 샤워하기, 외출복은 세탁하기, 집에서는 외출복 금지, 침대에는 잠옷만 입고 들어가기, 매일 바닥 닦기. 외출하면 문고리, 버튼을 만지는 일이 끔찍했다. 심지어 공중화장실도 쓸 수가 없었다.
사실 내가 힘들었다. 그런데 이런 걸 지키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불안에 휩싸여 그렇게 나만의 규칙들을 만들어 냈다. 게다가 이런 게 불안인가 싶을 정도로 외출 전에 너무 긴장이 되고 두근거렸다.
밖에서 사람을 만날 때는 밝은 사람인 척 웃다가 집에 돌아오면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눈물이 났다.
TV나 영화를 봐도 눈물이 나고, 노래를 들어도 눈물이 나고 딸들의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났다. 그냥 눈물샘에 수도꼭지가 고장 나버린 것 같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결론을 내렸다.
특히나 나에게 그리고 소중한 가족들에게 더 이상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없었다.
무언가 방법이 필요했다.
남편도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을 직감했는지, 이전부터 권했던 상담과 치료를 이제는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었다.
그렇게 상담센터를 찾았다.
상담을 시작하면서 이전에 나에게 있던 아픈 과거기억들을 꺼내어 말하기 시작했다.
두서없이 나의 과거들을 나열하며 사실은 조금 고통스러웠다.
다 잊은 듯했지만 내 안에 상처가 여전히 가시가 되어 나를 찔르는 듯했다. 그래서 상담을 다녀오면 힘들고 눈물이 자꾸만 났다.
상담사 선생님께서 검사를 권했다. 나의 경우는 본인 상처와 과거에 대해 정리가 잘 되어 있고 객관화가 되어 있는 편이어서 상태를 어느 정도를 파악했으나, 병원에 가면 엑스레이를 찍듯이 현재 상태를 진단해 보는 목적으로 검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질검사와 문장완성검사 등 현재 심리를 진단할 수 있는 검사들을 했다. 역시나 예상했듯이 우울과 불안수치가 높아 상담사 선생님께서도 지속적인 상담과 정신과 진료를 권했다.
이전부터 약을 먹을 기회가 있으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나는.
상담과 동시에 정신과를 진료도 시작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나는 인생에 아픔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더 이상 참지 말고 피하지 말자 생각했다.
나와 우리 가족의 회복을 위해 다신 없을 기회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