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과 콩국수 사이
7월의 햇살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오는 어느 여름날.
점심을 앞두고 머릿속은 두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찬다.
‘오늘은 냉면이냐, 콩국수냐.’
둘 다 여름의 대표주자지만, 그 결은 사뭇 다르다.
냉면은 찬 육수 속에 고추냉이 한 스푼, 새콤한 겨자 한 점 섞어 코끝이 찡해지는 맛이 매력이다.
입안 가득 퍼지는 시원함은 더위를 일시에 밀어낸다.
어느덧 머릿속에서는 “냉면~ 냉면~♬”
박명수의 거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인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그런데… 콩국수는 왜 노래가 없을까?’
진한 콩물 위에 살포시 올라간 오이채 몇 줄.
검박한 그릇 안에서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콩국수는 마치 여름날 오후, 그늘에서 부는 바람 같다.
소리도 없고, 유행도 없지만, 그 자리에 늘 조용히 있는 친구.
노래는 없어도 기억은 있다.
엄마 손맛 가득한 여름방학의 부엌.
믹서기에 콩을 갈고, 소금은 살짝만.
그날의 고소한 향기, 그 느릿하고 따뜻한 손길.
그게 바로 나만의 ‘콩국수 소나타’다.
콩국수는 사랑이다.
물론, 첫사랑처럼 화려하진 않다.
하지만 콩깍지 한 껍질 속에도 단단한 속이 있는 법.
‘사랑의 콩깍지’는 벗겨지면 끝이지만, 콩국수의 콩깍지는 벗겨진 뒤가 진짜 시작이다.
속이 꽉 찬 식물성 단백질! ㅋㅋㅋ
냉면은 바깥세상의 음식이고, 콩국수는 집안의 음식이다.
냉면은 여름 바캉스, 콩국수는 여름 방학.
냉면은 웃음과 유행을 타고 왔다면, 콩국수는 기억과 향수로 우리 곁에 머문다.
무엇이 더 맛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무더운 여름날, 냉면 한 그릇으로 속을 시원하게 휘젓고,
콩국수 한 그릇으로 마음을 조용히 다독이면 된다.
냉면은 여름을 통과하게 해 주고, 콩국수는 여름을 건너가게 해 준다.
언젠가 콩국수도 유행가 하나쯤 갖게 되면 좋겠다.
“콩콩~ 콩국수~ ♬”
입안 가득 고소한 너~”♬
하지만, 어쩌면 굳이 없어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따뜻하고 고소하니까.
오늘 점심은 뭐냐고?
그야, 당연히 콩 국수지. 콩깍지 사랑.
사랑도 단백질도, 오늘은 콩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콩콩~♬ 콩국수~♬”